[뉴스분석] 여당의 공정경제 3법 vs 야당의 노동관계법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10.0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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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일명 공정거래 3법 개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이에 더해 노동관계법도 개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여의도 새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 경제 체계를 바꾸고 모든 구조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가져가려면 반드시 노사관계, 노동 관계법을 함께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용, 해고 문제는 141개국 중 102번째에 이르고 노사관계는 130번째다. 임금의 유연성과 관련해선 84위를 차지한다. 매우 후진적 양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왜 여당은 공정경제 3법을 추진하고 야당은 갑자기 노동법 개정을 들고 나왔을까요. 

 

◈배경: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경제정책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중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사실상 폐기됐고 혁신성장은 디지털뉴딜을 통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남은 것은 공정경제이고 이를 완성하는 것인 공정경제 3법입니다.

공정경제 3법은 사실상 재벌개혁법안입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 소송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대주주의 입맛에 맞는 감사선임을 막기위한 제도입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함으로써 입찰담합 등에 대해 누구나 고발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자산 5조원 이상 금융회사 2개 이상을 포함한 그룹을 금융그룹 수준으로 감독하는 비지주금융그룹 감독도 추진됩니다.

공정경제 3법은 19~20대 국회에서 추진됐지만 여야의 첨예한 대립속에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77석 거대 여당이 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성과를 제대로 낸 것이 아직 없습니다. 공정경제 3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유에는 성과에 대한 압박, 그리고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성공적 뒷받침 때문입니다. 

특히 내년이 되면 본격 보궐 선거 국면이고, 이후에는 바로 대선 국면이기 때문에 법안을 통과시키기 더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민주당이 올해 안에 각종 개혁법안을 밀어붙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상황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행간: 

그런데 공정경제 3법에 찬성했던 김종인 위원장이 갑자기 노동법 개정을 들고 나왔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의 노동법 개정 제의는 정부·여당이 제안한 '공정경제' 입법에 대응한 협상카드 성격이 강합니다. 찬성은 하겠지만 여당이 주도하는 개혁에 들러리만 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여당이 공정경제 3법으로 재벌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야당은 노동법 개정으로 한국 경제구조를 혁신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겁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공정경제 3'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노동법 개정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상식을 넘지 않는 선에서 조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노동법 개정의 필요성을 얘기한 겁니다

국민의힘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편을 들어야 하는 야당이 왜 '좌파' 정부 편에 서냐며 불만을 표시하는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투표 현장에서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경제 3법을 반대한다면 김종인 위원장의 리더십에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내부를 추스리고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함입니다.

 

◈현 상황:

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은 재계의 우려를 일부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재계의 우려를 청취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장동현 SK사장,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 등 재계 대표기업의 전문경영인들이 참석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여당이 추진중인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손경식 회장은 "상법개정안은 기업 경영권 행사와 전략적 경영 추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개정안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높은 규제를 부과하고 있으며 투기목적의 해외펀드나 경쟁 기업들이 회사 내부의 핵심 경영권 사안에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낙연 대표는 "여러 법안에 대한 기업의 우려에 대해 잘 들었다. 공정경제 3법은 오래된 현안이고 우리 기업의 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골탕먹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일부 법안은 수정할 수 있지만 법안 추진은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전망:

먼저 공정경제 3법. 재계의 우려가 커지면서 당초 개정안에 포함됐던 집중투표제는 빠지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제도입니다. 이사를 선출할 때 한 주당 의결권을 하나씩 주면 대주주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선출할 이사의 숫자만큼씩 의결권을 주자는 겁니다. 공정거래법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당장 완전 폐지보다는 조건부로 부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단순한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처벌하는 것도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속도와 합의처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여당이기 때문에 재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렇게되면 개혁의지가 후퇴했다고 시민사회계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절묘한 줄타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음은 노동법. 야당이 추진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은 결국 해고를 좀 더 용이하게 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받기 힘듭니다. 야당은 개혁에 미온적인 정부와 여당이라며 압박을 할 수 있는 카드로 쓸 수 있는 겁니다. 한국노총은 김종인 위원장 발언과 관련해 즉각 대변인 논평을 내고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을 개혁이라 불렀던 '도로 박근혜 정당'에 다름 아니다"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이후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일부 업종은 아예 존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고용안정성은 노동자에게는 매우 중요하지만, 경제 시스템 개혁을 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서구처럼 사회안전망을 넓게 구축하고 노동유연화를 추구하는 방안이 우파 뿐 아니라 좌파 진영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사회안전망 강화 문제를 여야 중 누가 어떤 식으로 접근하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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