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국 정부가 빚을 더 내도 되는 이유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0.10.1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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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추경, 기본재난소득 등으로 인해 국채발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은 국가채무한도를 GDP 60%까지로 상향시켰지만, 너무 느슨한 기준이며 현재세대를 위해 미래세대에게 빚을 물려주는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미 20여년전 IMF 사태를 겪은 세대로서 과도한 국가채무증가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의 본질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국채와 외채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한국의 정부재정수지와 국채규모를 다른 나라와 상대적 관점에서 비교하는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국채는 국가재정에 사용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외채는 정부나 민간부문의 해외차입과 외국인에게 판매된 채권이다. 현재 상황과 비교하기 위해, 1997 외환위기를 먼저 되돌아 보자. 필자는 외환위기 , 국내의 금융기관에서 해외투자업무를 담당하면서 최전선에서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었다당시의 위기는 정부의 외채나 국채문제로 발생된 것이 아니라, 국내금융기관 민간부문이 해외로부터의 단기외채를 과도하게 들여온데 주요한 원인이 있다. 단기외채는 국내기업에 대한 장기대출 재원으로 주로 사용되었는데, 1997년초부터 한보그룹을 비롯한 여러 재벌기업들이 도산하면서 민간외채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지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외환위기 이전에는 한국에 앞다투어 돈을 빌려주었던 국제금융자본이 막상 한국에 위기가 닥치자 단기채무를 연장해주지 않고 한꺼번에 상환을 요구하게 된다이와 관련하여, 월가 금융자본의 탐욕을 지적하는 알려진 격언이 있다. ‘은행은 날씨가 좋은 날엔 서로 우산을 쓰라고 빌려주지만, 막상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우산을 도로 빼앗는다’.

국제금융자본의 외채상환요구가 단기간에 집중되어 한국은행에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1997 11 외환위기가 발발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외환위기 몇년전부터, 국내금융기관들이 파생상품 구조를 이용하여 엔화 해외 저금리통화로 단기차입한 , 동남아시아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성행하였는데, 1997 7 이들 국가의 환율이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것도 한국의 외환위기에 일조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IMF 사태 당시의 한국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전인 1997 9월말 한국의 순대외채무가 587억달러였던 반면외환보유고는 공식적으로 300억달러 정도에 불과해, 외채상환요구가 한꺼번에 일어날 경우, 한국은행의 준비금으로는 갚을 없는 상황이었다반면 코로나위기 발생 직전인 작년말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4088억달러고 이제는 오히려 순대외채권이 4806억불에 달해,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가 일어날 여지가 현재로선 없다고 하겠다.

 

[1] OECD 국가 GDP 대비 재정수지 연도별 추이 (%)

 

2008

2010

2012

2014

2016

2018

2021

(전망치)

미국

-7.4

-12.4

-9.2

-5.2

-5.4

-6.6

-11.8

일본

-4.1

-9.2

-8.3

-5.4

-3.5

-2.3

-7.4

프랑스

-3.3

-6.9

-5.0

-3.9

-3.6

-2.3

-8.2

영국

-5.2

-9.3

-8.2

-5.6

-3.4

-2.2

-12.1

이탈리아

-2.6

-4.2

-3.0

-3.0

-2.4

-2.2

-9.7

호주

-3.8

-4.5

-2.9

-2.3

-1.9

-0.5

-6.8

캐나다

0.2

-4.7

-2.5

0.2

-0.5

-0.4

-4.9

OECD 평균

-1.7

-5.7

-3.3

-2.1

-0.6

-0.3

-7.6

스웨덴

1.9

-0.1

-1.0

-1.5

1.0

0.8

-8.5

스위스

1.9

0.4

0.4

-0.2

0.3

1.4

-4.3

독일

-0.1

-4.4

0.0

0.6

1.2

1.9

-7.5

한국

2.1

0.9

1.0

1.2

2.2

2.8

-3.3

자료: OECD data, OECD Economic Outlook (2020 6)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재정수지와 국채의 상황을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던 2008 이후 최근까지 저금리 기조로 인해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유동성함정 (Liquidity trap) 빠지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되었다따라서 적자재정을 감수하는 적극적인 정부지출확대로 장기적 경기침체에 대응한 결과,  [1]에서도 나타나듯이 미국, 일본, 영국을 비롯한 다수의 OECD 선진국들이 GDP대비 지속적인 대규모 적자를 시현하게 된다적자재정은 국채의 발행을 통해 이루어졌고, 결과 [2]에서 보듯이 GDP 대비 국채총액의 비중이 일본의 경우는 2010년대 초반에 이미 200% 넘어서고 OECD 평균으로도 2008 이후 10년간 GDP대비 국채비중이 20% 포인트 이상 증가하게 된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09년을 제외하고는 2018년까지 OECD 기준 재정수지에서 지속적인 흑자를 달성하였고 2019년에야  재정적자로 돌아섰다이러한 통계치를 통해 판단해 , 지난 10여년간 한국의 재정수지는OECD 평균은 물론, 재정건전도가 높은 독일, 스위스, 스웨덴에 비해서도 양호했다고 있다. 또한 최근 OECD 전망에 따르면 코로나 경제위기 여파로 한국이  2021 GDP 3% 넘는 재정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역시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폭의 재정적자이다.

 

[2] OECD 국가 GDP 대비 국채비중 연도별 추이 (%)

 

2008

2010

2012

2014

2016

2018

2021

(전망치)

일본

161

185

210

220

223

227

258

이탈리아

113

124

135

155

154

147

178

프랑스

82

100

111

119

124

121

149

미국

74

95

103

104

107

107

138

영국

66

90

107

113

122

117

129

캐나다

72

86

93

92

98

94

109

OECD 평균

57

70

80

85

84

79

106

독일

71

88

90

86

79

70

97

스웨덴

46

47

48

56

54

50

67

호주

16

24

34

39

41

42

62

스위스

46

43

44

43

42

41

52

한국

27

32

37

42

43

39

45

자료: OECD data, OECD Economic Outlook (2020  6)

 

다만 [2]에서처럼 한국의 GDP 대비 국채비중이  지난 10년간 12% 포인트 정도 큰 폭 증가한 부분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있는데, 증가폭은 스위스, 독일, 스웨덴보다는 크지만, 여타 OECD 국가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다. 특히 2018년말 국채총액의 GDP 대비 비중은 39% OECD 선진국 중 룩셈부르크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으며 비중이 2021년까지 6%포인트 증가하며 45%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러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중 예상되는 OECD 평균상승폭인 27% 포인트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또하나 중요한 부분은국채 증가가 정부의 이자지급부담의 증가를 가져왔는지 여부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국채발행 총잔고가 2008 309조에서 2019 729조로 2.4배로 되는 동안, 연간 이자지급비용은 10.4조에서 13.8조로 1.3배가 되는데 그쳤다이는 국채의 평균이자율이 2008 3.4%에서 2019 1.9%(필자 계산) 크게 하락한데 원인이 있다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유럽중앙은행, 스위스, 덴마크, 일본의 정책금리가 201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코로나 경제위기 영향으로 최근 미국에서조차 마이너스 정책금리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초저금리 기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되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국채의 이자비용은 과거의 고금리 시대 때와는 달리 부담이 되지 않으리라 본다. 일본이 GDP 200% 넘는 비정상적인 국채 비중을 장기간 유지할 있었던 이유도 지난 10년간 1%에도 미치지 못했고 최근에는 거의 0% 수준까지 떨어진 낮은 국채금리에 있다고 있다.

국채 발행을 늘릴 마다,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빚을 물려준다는 반대논리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정부의 부채 측면만 강조하고 민간부문의 자산 측면은 간과하고 있다. 현재 한국 국채의 15% 정도만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상당 부분은 동시에 한국 국민의 자산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비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부모가 자식한테 빚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자산도 함께 상속한다는 점이다.

이상의 국내외 통계를 바탕으로 , 한국 정부의 부채현황은 일부의 우려와는 다르게 현재로서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향후 문제가 가능성이  부문은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부채이다. [그림1] 보듯이 2018년말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 92% 수준으로 OECD 선진국 중에서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우려할만한 점으로 한국의 가계부채는 10년전에 비해 21% 포인트나 증가하였는데, 이는 OECD 선진국중 노르웨이, 스위스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증가폭이다저금리 지속과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주택관련대출의 큰폭 증가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또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개인사업자의 빚이 늘어난 것도 가계부채를 늘리는데 한몫을 하였고, 부분은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림1]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중(%), 자료: IMF
[그림1]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중(%), 자료: IMF

 

우리나라 국가재정법 1 재정운용의 목적의 하나는건전재정 기틀확립이다. 이는 수입한도내에서 지출을 해야 한다는 합리적 가계운용 원칙을 정부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정상적인 경제 환경을 전제한다. 많은 선진국에 있어 건전재정의 원칙은 10여년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이미 깨진 지 오래되었으며, 더욱이 최근 코로나 경제위기 이후에는 대규모 국채발행을 통해 경제위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특히 이들 국가들은 일자리를 잃은 개인과 매출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소득보조에 정부예산의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러한 정책이 포플리즘이나 퍼주기라고 비판하지는 않는다.

가계나 기업은 파산하지만 국가는 파산하지 않는다. 따라서 코로나 경제위기로 인한 가계부채의 증가와 민간부문의 파산을 억제하고,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켜 경제위기를 벗어나도록 이끌어가는 일이 지금의 위기상황에서 국가가 해야 역할이라고 본다. 특히 한국의 재정수지와 부채상황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건전한 편이므로 적극적인 재정확대정책을 수행하기에 보다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 정영철은 캐나다 캘거리의 마운트로얄대학교(Mount Royal University) 경제학과 교수다. <Quarterly Review of Economics and Finance> <Economic and Labor Relations Review> <Investment Analyst Journal> <Empirical Economics> <OPEC Energy Review>등 국제학술지에 최저임금, 무역수지, 환율, 유가, 금융시장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메일은 yjung@mtroyal.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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