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간호사에게 더 걷어 의사 '국시 비용' 지원한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0.10.16 14: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 대해, 정부가 재응시 불가 원칙을 고수하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이 의사 국가고시 비용에 대한 손해를 간호사 국가고시 응시료로 채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부당하게 책정된 간호사 국가고시 응시료에 대한 대책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타 의료 직종과 달리) 간호직의 국가고시 응시수수료는 시험 원가 이상이며, 국시원은 이를 통해 차익을 남기고 있다“며 "타 직종의 시험에서 발생한 손해를 간호직 국가고시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보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청원은 5000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과연 해당 주장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 블로그 갈무리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 블로그 갈무리

 


 

◈ 간호사 국시는 흑자, 의사 국시는 적자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연도별 의료계 국가고시 응시료 현황을 살펴보면, 간호사 국가고시 응시료는 9만2000원→9만5000원→9만6000원→9만8000원으로 증가하다가, 2017년 국정감사에서 국가고시 응시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며 9만3000원으로 감소했다. 의사 국가고시는 필기와 실기로 나뉘는데, 간호사 국가고시와 같은 필기시험의 경우 27만7000원→28만6000원→29만4000원→30만2000원으로 오르다 역시 2017년 이후 28만7000원으로 감소했다. 치과의사와 한의사는 2012년 17만4000원에서 2017년 19만5000원으로 인상됐다.

 

최도자 의원 블로그 갈무리
최도자 의원 블로그 갈무리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국가고시와 비교했을 때 간호사 국가고시 비용은 비교적 저렴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의사의 국가고시 응시수수료는 28만7000원으로 원가인 31만5776원의 약 90%에 그쳤으며, 치과의사와 한의사의 경우에는 책정된 응시수수료가 원가의 40%에 불과했다. 반면 간호사의 응시수수료는 시험 원가의 120%를 넘었다. 실제로 2016년, 국시원은 2만 명 가까이 되는 간호사 국가고시 응시자에게 1인당 1만8904원의 차익을 남겼다. 의사 한 명의 시험을 위해 간호사 1.5명이 응시료를 추가 부담하는 구조인 것이다. 한의사의 경우 한 명 당 16.4명, 치과의사의 경우 한 명 당 16.7명의 간호사 응시료가 동원되고 있다.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 블로그 갈무리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 블로그 갈무리

 

실제로 시험 수수료 대비 지출 손익을 계산한 결과, 국시원은 5대 의료인 시험에서 유일하게 간호사 시험에서만 수익을 내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사 시험의 경우 5년간 6억 원, 치과의사 시험은 23억3000만원, 한의사 시험은 9억4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간호사 시험에서만 32억8000만원이 넘는 수익이 발생했다. 

 

정춘숙 의원 블로그 갈무리
정춘숙 의원 블로그 갈무리

 

◈ 국고 지원 없이는 대책 마련 어렵다는 국시원

이에 대해 국시원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간호사는 한 해 2만 명 이상이 시험에 응시하기 때문에 1인당 원가가 낮은 것"이라며 "반면 치과의사나 한의사의 경우 한 해 응시자가 800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1인당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인당 원가가 응시 인원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어 "예산상의 문제로 26개 직종 모두 응시수수료를 원가만큼만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간호직군의 응시수수료를 줄인다면 다른 직종의 응시수수료를 높여야 하는데, 이미 의사, 한의사, 치과 의사의 경우 응시수수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원가대로 부담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호직군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직종 자체가 타 기관 국가고시와 비교해 응시수수료가 높다"며 "국고 지원을 통해 원가보다 높은 직종에 대해 응시수수료를 우선적으로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8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에 따르면, 국시원은 재무구조의 86.1%를 국가고시 응시수수료로 충당하고 있다. 국고 지원은 11%에 불과했다. 

 

2018년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록 갈무리
2018년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록 갈무리

 

이에 대해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 김도건 회장은 <뉴스톱>에 "의료인이 되기 위해 국가고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데, 간호직군만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 게 사실"이라며, "간호대학 재학생으로서 충분히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근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사태로 국민적 반감이 커지기도 했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국시 거부 등의 강력한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규모의 경제(생산요소 투입량의 증대에 따른 생산비 절약 또는 수익향상의 이익)를 주장하는 국시원의 입장도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비 간호사들을 위한 대안이 마련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정리하자면, 5대 의료인 국가고시 중 원가 이상의 응시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직무는 간호사가 유일하며, 타 직종의 시험에서 발생한 손해를 간호직 국가고시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보전하고 있다는 청원인의 주장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시원은 "간호직군의 응시수수료를 원가 이하로 낮추면 타 직군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입장이다. 국고 지원 없이는 대책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청원인은 청원글 말미에 “간호사들은 혹독한 업무환경과 근무조건 속에서도 그 역할을 다하며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다”며 “그런데 국민의 생명을 수호하는 간호사로 거듭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온 간호학도들이 강제적으로 타 직군의 응시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현장에서 의료진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기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