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이재명의 국정감사 거부 예고 타당한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0.20 13: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서울시와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 실시는 매년 진행돼 왔지만 올해는 이슈가 불거졌다. 바로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언급 때문이다. 이 지사는 "내년부터는 국정감사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왜 이 지사는 국정감사 실시에 대해 못마땅했을까? 이 지사의 예고대로 국정감사를 거부할 수 있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출처: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①국회는 지자체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권한이 없다? - 사실

이 지사는 "국회는 ‘국정’ 감사 권한이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권한이 없습니다. 법에도 감사범위를 국가위임사무와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 한정합니다."라고 썼다.

20일 경기도에 대한 국감을 실시한 국토위의 국정감사 계획서에도 "『헌법』 제61조, 『국회법』 제127조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토교통위원회 소관부처와 그 산하기관에 대해 국정감사를 실시함으로써 국정운영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입법활동과 2021년도 예산안 심사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획득하고, 나아가 국정에 대한 감시ㆍ비판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ㆍ시정함으로써 헌법에서 국회에 부여한 입법기능과 재정 및 국정통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임"이라고 명시됐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국회가 지자체에 대해 국감을 실시하는 것이 '월권'으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는 경기도에 대해 국감을 실시할 권한을 갖고 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국정감사 전반을 규정하고 있다. 7조(감사의 대상) 2호는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ㆍ광역시ㆍ도를 국정감사 대상으로 포함했다. 그런데 "감사범위는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다"고 제한했다.

국회는 원칙적으로 지자체의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 국정감사를 실시할 권한이 있는 것이다. 다만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자체의 고유사무는 국정감사 대상이 아니다. 지자체 고유사무는 지방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게 된다.

지방자치법이 규정하는 지자체 고유사무는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 농림ㆍ상공업 등 산업 진흥에 관한 사무, 지역개발과 주민의 생활환경시설의 설치ㆍ관리에 관한 사무, 교육ㆍ체육ㆍ문화ㆍ예술의 진흥에 관한 사무, 지역민방위 및 지방소방에 관한 사무 등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출처: 경기도청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출처: 경기도청

②국정감사 실시할 수 있는데 왜 뿔났나? - 과도한 자료요구 탓

국가위임사무와 국가 예산 지원 사업에 대한 국정감사는 법률로 정한 국회의 권한이다. 그런데 왜 이 지사는 불만일까? 

이 지사는 "권한도 없이 독립된 자치지방정부의 자치사무, 심지어 소속 시군구 단체장의 업무추진비까지 감사자료로 요구한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시할머니가 며느리 부엌살림 간섭도 모자라 며느리에게 손자며느리 부엌조사까지 요구하는 격"이라며 "분가시켰으면 이제 좀 놓아주면 안되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배경은 도 공무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 때문이다. 이 지사는 "며칠째 경기도 공무원들은 물론 시군 공무원들까지 요구자료 수천건을 준비하느라 잠도 못자고 있다"고 항변한다.

③국정감사 사양(거부) 가능? - 일단 후퇴한 이 지사

이 지사는 "수십년 간 위법임을 알면서도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가 반복되어왔으니, 이 점을 알면서도 유별나 보일까봐 그대로 수용해 왔다"고 썼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너무너무 힘들어 하는 우리 공무원들 보호도 할 겸, 법과 원칙이 준수되는 원칙적이고 공정한 세상을 위해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자료요구와 질의응답)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국정감사기관인 국회의 ‘자치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한 법적근거 없는 ‘국정감사’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 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적었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19일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글이 논란이 되자 이 지사는 "국감을 안받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국회의 지방정부 자치 사무에 대한 감사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과했다면 용서해달라"고 발언했다.


여야의 차기 대선 후보로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거론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여야는 유력 대선후보를 국감장으로 불러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주로 상대 진영 유력 주자에 대해 흠집내기를 시도하려는 차원이다. 

국회는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감사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감사 대상은 국가 위임사무와 국가예산지원 사업에 한정된다. 지자체의 고유사무에 대한 감사 권한은 법률이 부여하지 않았다.

지자체 고유사무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는 국회의 무분별한 자료요청으로 지자체의 기본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발생해선 곤란하다. 정부를 감시하는 것이 국회의 주요 임무이듯, 지자체를 감시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임무가 돼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