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한국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11.0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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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한국의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 인터넷 매체는 ‘독감 백신은 예방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크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한국 상속세율 선진국보다 높을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일부에서 한국의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일요신문이 확인했습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입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이면서 인구가 5000만이 넘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일본(55%)에 이어 2위입니다. 프랑스는 45%, 영국과 미국은 각 40%입니다. 독일은 배우자나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최대 30% 세율만 부과합니다.

보수 정치권에서는 한국의 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지난 20대 국회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명목세율일 뿐입니다. 한국의 상속세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와 편법 상속 만연 등과 같은 요인에 영향을 받지만 다른 나라와의 세율 비교에서는 이 같은 요소가 반영되지 않습니다.

2014년 26.8%였던 상속세 실효세율은 2015년 30.1%로 증가한 뒤, 매해 꾸준히 줄어들어 2018년에는 27.9%에 그쳤습니다. 광범위한 감면 혜택으로 대상자도 소수입니다. 2018년 기준, 상속세가 부과된 인원은 8002명으로 총 피상속인(35만6109명)의 2.25%만 상속세가 부과됐습니다. 한국에서 상속세가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0.9%, 액수로는 2조5197억 원입니다.

일부 국가는 상속세를 폐지한 바 있지만 대신 높은 수준의 소득세로 조세형평성을 지향합니다. 캐나다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53.5%이며 스웨덴, 포르투갈, 이스라엘 등도 한국(42%)보다 소득세율이 더 높습니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주식의 경우 고인이 대기업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면 세율이 60%로 높아집니다. 주식평가액에 20%의 할증이 붙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기준, 이건희 회장의 지분이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인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 유족의 상속세는 10조9000억원 가량이 됩니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적용되는 할증률은 ‘경영권 프리미엄’에 과세하기 위한 제도로 1993년 도입됐습니다. 재계에서는 최대주주가 과반의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추가 할증률 10%까지 적용할 경우 상속세가 최대 65%까지 달한다며 개선을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할증률이 낮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2014∼2018년 국내 기업의 지배주주 지분 이전 시 발생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평균적으로 시장가격의 45%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배주주의 주식을 매입하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시장가격에 비해 웃돈을 주고 매입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과 독일, 싱가포르에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지급된 평균 경영권 프리미엄의 규모(30% 내외)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최근 상속세와 관련된 논의 대부분이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집중됐지만 정작 상속재산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증권 비중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상속재산 중 유가증권 비중은 평균 12%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비해 토지(36.3%)와 건물(27.4%)의 비중은 60%가 넘었습니다.

지배권 상속을 손쉽게 만들어주기 위해 상속세율을 낮추면 부의 세습이 더욱 활발해져 계층 간 불평등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 독감 백신이 코로나19 위험 높인다?

최근 한 인터넷 매체가 독감 백신은 예방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YTN에서 팩트체크했습니다.

YTN 방송화면 갈무리
YTN 방송화면 갈무리

“독감 백신은 감염 예방 효과가 없다.”, “독감 백신 맞으면 코로나 등 감염 질환에 걸릴 위험이 65% 증가한다.” 최근 한 인터넷 언론이 단독이라며 잇따라 보도한 기사 두 건의 내용입니다. 두 건 모두 미국의 의료소비자 권익을 옹호하는 의사단체, PIC 입장문을 인용했습니다.

PIC는 환자의 선택권을 중요시하는 의사들의 모임으로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을 꾸준히 제기해 왔지만, 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사 두 건의 출처인 PIC 보고서를 보면, 독감 백신 맞은 사람은 비독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 위험이 65% 높아진다는 주장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의 근거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보고서를 보면,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소득층 가구의 18세 미만 소아 청소년에게서만 나타난 결과라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2018년 4월에 나온 연구 결과라 2019년 12월 최초 보고된 코로나19와 연관 지을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또 PIC 보고서는 백신의 독감 예방 실패율이 65%라고도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독감 백신의 예방 실패율이 65%라는 연구 결과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 항체 형성률에 대한 연구 결과를 PIC가 자신들에 유리한 방식으로 재가공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3. ‘마스크 벗으라는 전문가 주장’은 사실?

최근 일부 SNS를 중심으로 “일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최소화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자.”는 내용이 퍼지고 있습니다. 마스크 전문가의 주장이라고 합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1) 마스크는 장시간 착용 용도가 아니다 → 사실

마스크는 일회용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며칠씩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몇 시간 이상 착용하면 안 된다”는 기준이나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장시간 사용은 권장되지 않는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호흡기나 심혈관 질환을 겪는 환자들은 마스크 사용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2) 마스크 내 화학물질이 후유증·폐암 유발 → 근거 없음

우선, “마스크는 발암 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EO)’로 살균되며, 후유증을 발생시킨다”는 내용은 근거가 없습니다. EO는 강한 살균력과 살충력을 갖고 있어 의료기구나 포장용기의 살균제로 쓰이는데,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EO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마스크를 살균하는 데 쓰인 EO가 제품에 그대로 남아 착용자에게 후유증을 남긴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국내에 정식 유통되고 있는 제품은 제조공정에서 EO살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스크에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성분이 들어 있어 장기간 호흡 시 폐암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명확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코팅제의 원료로 많이 쓰이는 PTFE는 그 자체로 큰 유해성을 띠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국내 허가된 의약외품 마스크 중 PTFE를 사용한 제품은 없습니다.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했다고 보고된 바는 있지만, 폐암을 유발했다고 볼 수 있는 사례는 없습니다.

3) 미 산업안전보건청은 마스크 착용 시간을 최소한으로 규정 → 왜곡

‘미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마스크 착용 시간을 최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주장은 왜곡된 것입니다.

보건청이 1998년 내놓은 ‘호흡기 보호 지침’에 따르면 방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러닝머신을 뛰거나 산업현장에서 일정 강도 이상의 작업을 했을 때 심장박동과 호흡, 혈압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했다는 것이어서 ‘일상 방역’에서의 해로움을 주장한 인터넷 글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보건청은 특히 해당 지침에서 작업자의 마스크 사용 적합성을 따지기 위해 사전 의학적 평가가 필요하고 고용주가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호흡기 보호 프로그램을 수립하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를 단순히 ‘마스크 착용 시간을 최소한으로 규정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4) 마스크 착용 시 산소 부족으로 뇌 손상 → 사실 아님

국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마스크를 써서 뇌 손상이 생길 정도로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N95(우리의 KF94) 마스크를 수 시간 동안 착용했을 때 이산화탄소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해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긴 하지만 뇌 손상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습니다. WHO는 장시간 마스크 사용이 산소 결핍이나 이산화탄소 중독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가 있습니다. ‘마스크를 쓴 수술실 의료진을 위해 대량의 산소를 공급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닙니다.

5) WHO·CDC “무증상 감염자는 바이러스 전파 안 해” → 사실 아님

이 주장도 사실이 아닙니다. WHO는 코로나19 초기 무증상 감염자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했지만 지난 2월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다만, 유증상자에 비해 그 전파력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이 인터넷 주장 글은 사실이 아닙니다. 특히 결론에서 재차 강조한 “일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최소화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자”라는 주장은 코로나19가 여전한 상황에서 위험천만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4. 민정수석은 국감 불출석이 원칙이고 관례?

지난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 직전, 민정수석의 출석 여부를 놓고 여야 간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정수석의 출석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민정수석은 그동안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고 관례였다는 사실만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JTBC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실제로 민정수석을 국회에서 보는 건 좀 드문 일입니다. 20년 전인 2000년 10월, 당시 국감 며칠 전에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윤경식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는 정말로 귀하게 민정수석께서 자리를 해주셨기 때문에 이 기회에 질의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 등 사정기관 정보를 다루고 공직기강, 반부패 등 민감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래서 국감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을 때마다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불참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국감에 민정수석이 출석한 경우는 노무현 정부 때뿐입니다. 2003년 10월 국감 때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 법사위, 재경위, 운영위에 출석했습니다. 법사위에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수뢰 혐의에 대한 증인으로, 재경위에는 조흥은행 매각 관련 청와대 개입설에 대한 증인이었습니다. 2006년 11월 국감 때는 당시 전해철 민정수석이 운영위에 출석했습니다.

민정수석 불출석이 원칙과 관례일수도 있지만 이처럼 예외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사례는 모두 현재 여당인 민주당 정부 시절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10월 당시 청와대 대통령실 국감 때, 당시 야당인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서 민정수석의 의견을 듣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며 출석의 예외를 둘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모든 참모가 국회로 옮겨온 상황이라 대통령 보좌에 공백이 우려된다. 청와대라고 성역을 둬서는 안 되겠지만 그런 사정상 양해해 왔던 일종의 관례”라고 반박했습니다.

 

5. ‘더 큰 평수로 이사’ 거래 허가 안 난다?

“더 큰 평수 집을 사서 이사 가겠다”는 대치동 주민에게 구청 담당자가 “거래 허가 못 내 준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논란이 됐습니다. JTBC에서 확인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주에 실제 그런 민원 상담이 있었던 것은 확인됐지만, 기사 내용과 강남구청의 설명이 크게 엇갈렸습니다.

보도 내용은 ‘대치동에 사는 한 민원인이 강남구청에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평수를 넓혀 이사하려 한다’며 거래 허가가 나겠느냐’고 문의하자, 구청 담당자가 “왜 40평대로 옮겨 가려고 하냐?”고 묻자 민원인이 “애들이 성장해서”라고 답했고, 이에 구청 담당자가 “그러면 허가를 못 내준다”고 했다는 겁니다.

우선, 이사를 가는데 허가 얘기가 나오는 건 그 지역에 거래허가제도가 적용 중이기 때문입니다. 주택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지난 6월에 국토부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담동, 삼성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지역에 집을 사려면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무주택자는 ‘새로 산 집에서 2년 실거주하겠다’ 밝히면 되지만, 유주택자라면 ‘기존 집이 있는데도 추가로 여기에 실거주용 집을 사는지’ 그 이유까지 밝혀야 합니다. 관련 규정에도“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소명하라”고 돼 있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는 ‘민원인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걸 밝혔는데도 구청 직원이 ‘불허’를 운운했다’고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실수요자 거래도 불허한다”고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강남구청 담당자는 ‘민원인이 기존 집을 안 팔고 2주택자가 되려는 상황에서 상담을 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규정상 민원인의 추가 취득 사유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었고 불허라고 단정하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특히 논란이 된 ‘더 큰 집으로 이사 갈 자유’ 즉, 평수가 쟁점은 아니었습니다. 기사에 나온 대로 민원인이 기존 집을 처분한다면, 평수와 관계없이 어디로든 이사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을 안 판다면 왜 추가로 집을 사는지 구청에 소명해야 합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를 막기 위한 처방인데, 1997년 헌법재판소는 ‘토지의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법에 따라 처분을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다’며 합헌으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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