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비용을 민주당이 부담해야 한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0.11.0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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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실시한 전당원투표에서 86%가 당헌개정에 찬성하며, 민주당은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은 정직성을 상실한 정당”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고,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은 급할 때마다 전당원 투표를 동원해서 말 뒤집는 데만 썼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논평을 통해 “말 바꾸기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당원들에게 책임을 미룬 민주당 지도부의 비겁한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 더 나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선거비용 838억 원 전액을 민주당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보궐선거 비용은) 민주당 때문에 써야 하는 국민 혈세”라며 “쌓아놓은 돈과 나라로부터 받는 국고보조금이 상당한 여당이니 몇 년만 검소하게 살면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이 선거비용 전액을 감당하라는 주장이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특정 정당이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게 가능한지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 국민 여론, "원인 제공 정당이 비용 부담해야"

민주당이 선거비용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이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지난 4월 사퇴하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역시 민주당 소속이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을 받고 피소된 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이 때문에 야당 뿐만 아니라 국민적 여론 역시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이 비용을 부담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일부 여론조사 기관은 '재보선 비용 부담 주체'와 관련된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표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공직선거법 108조 7항에 규정된 선거여론조사 등록 의무를 위반해 현재 공표가 금지된 상황이다.

◈ 역대 보궐선거 사례는?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헌 개정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거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서 발생한 선거 비용에 대한 것,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사과조차 하고 있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그럼 이 당시 선거비용은 누가 지불했을까.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 전문 갈무리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 전문 갈무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는 총 226억 원의 비용이 들었으며, 19대 대통령 선거에는 총 2068억 원이 소요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공직선거법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서울시에서 비용을 부담했고, 대통령 선거는 국가에서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에 있었던 보궐선거에서도 원인을 제공한 정당이나 개인이 아닌, 세금으로 선거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 보궐선거에 필요한 비용을 민주당이 부담해야 한다? → 법적으로 불가능

공직선거법 제277조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및 국회의원 선거 경비는 국가가 부담하고,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경비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게 돼 있다. 여기서 선거비용은 선거 관리, 실시, 홍보, 소송 등에 필요한 경비와 선거관리위원회 운영에 필요한 경비 등을 포함한다. 이번 보궐선거는 모두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인 만큼, 필요한 비용을 서울시와 부산시가 자체적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비용으로 약 838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 인구 통계를 활용한 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571억 원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는 267억 원이 각각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투·개표 비용,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비용, 유권자 홍보 비용 등이 포함된 액수이며, 예상 비용이기 때문에 실제 집행액은 변동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민주당이 보궐선거의 비용을 내는 것은 가능할까. 선관위 관계자는 “공적선거법 상으로 현재 특정 정당이나 개인이 선거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보궐선거 역시 공직선거법을 따르기 때문에, 법률상 규정하고 있는 대로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이번 보궐선거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선거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편성해둔 예산인 예비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통해 부담하게 된다. 과거 보궐선거 사례에서도 정당이나 개인이 비용을 낸 경우는 없으며, 현행법 상으로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민주당이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여론이 크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당헌 개정에 대한 근거로 '책임 정치'를 내세웠다. 국민적 시각에서 진정한 '책임 정치'를 실천하기 위한 민주당의 섬세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수정(2002. 11. 19 10:51) <국민 여론, "원인 제공 정당이 비용 부담해야"> 단락에 인용됐던 여론조사 결과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이를 인용 보도할 수 없게 됐으므로 여론 조사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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