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를 끝낼 수 있을까?

  • 기자명 박한슬
  • 기사승인 2020.11.13 12: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화이자와 바이오앤텍이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 백신이 희망적인 결과를 내놓으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의약품이 시판되기 전 마지막 임상시험인 임상 3상 시험의 중간결과(interim analysis)입니다. 임상시험이 진행되며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죠. 그렇지만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백신 개발 레이스 주자 중에서는 최초로 3상 시험 결과를 내놓은 것이라 각국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이와 같은 RNA 백신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고, 효과는 어떨까요? 그리고 백신이 공급된다면 코로나는 완전히 사라질까요? 뉴스톱에서 항목별로 짚어봤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화이자-바이오앤텍이 만든 최초의 RNA 백신

흔히 이번에 개발된 백신을 ‘화이자 백신’이라고 칭하는 분들이 많으시지만, 이 백신은 두 회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것입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복잡한 승인과정과 유통, 그리고 임상시험 등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되 기술적으로는 독일에 본사를 둔 바이오벤처 바이오앤텍(BioNTech)이 중심이 되어 공동개발한 거죠.

자체적으로도 뛰어난 신약 개발역량을 가진 대형 제약사가 굳이 중소 바이오벤처와 손을 잡고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백신을 개발하는데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바로 RNA, 더 정확하게는 메신저 RNA(messenger RNA, mRNA)를 이용하는 기술이죠. 기존 백신과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기존에 사용되던 백신은 이런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우리 몸에 침입한 외부 물질을 면역계에서 해로운 것으로 인식하면 면역계는 항체라는 물질을 만들어 해로운 외부 물질을 격퇴합니다.(이전 뉴스톱 기사 참고. 이 과정에서 해로운 물질을 기억하는 특수한 면역세포(이를 기억세포라고 부릅니다)가 생성되는데, 면역의 핵심이 바로 기억세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적으로는 실제로 감염이 되어야지만 가능한 과정이지만, 우리는 기억세포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면역을 얻고자 하는 바이러스나 세균 일부를 외부에서 직접 몸으로 주입해주자는 거죠. 이게 바로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백신의 원리입니다.

죽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넣는 방식도 있고, 감염기능이 없도록 약화시킨 바이러스나 세균을 넣어주는 방식도 있지만, 최근에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일부를 생명공학적으로 배양해서 몸에 넣어주는 방식이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RNA 백신은 이런 기존 접근법을 뛰어넘었습니다.

DNA-RNA (이미치 출처: 박한슬 제공,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DNA-RNA (이미치 출처: 박한슬 제공,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NA 백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잠시 생물학 얘기로 넘어 가보겠습니다. 우리 몸은 유전자라는 설계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세포들로 구성된다는 것, 한 번 정도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유전자를 바탕으로 다양한 물질들이 생성되어 우리 몸을 구성한다는 건데요, 이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우리 몸의 유전자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하나는 안정성이 매우 높은 DNA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안정성이 낮은 대신 사용성이 높은 RNA 형태입니다.

굳이 이런 구분을 두는 이유는 두 유전자 저장형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DNA는 유전정보가 손상되지 않고 잘 보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며, RNA는 유전정보를 활용해서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생물은 안정적인 DNA를 사용이 편리한 RNA로 바꾼 후, RNA를 이용해서 단백질을 만듭니다. 이 RNA를 이용해서 백신을 개발한 것이 이번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체 RNA를 어떻게 사용한 걸까요?

mRNA 항체 작용원리(이미치 출처: 박한슬 제공,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RNA 항체 작용원리(이미치 출처: 박한슬 제공,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어떤 경로로든 외부 물질을 접하면 이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듭니다. 그런데 우리 몸의 세포에서 외부 물질을 직접 만들어낸다면 어떨까요? 외부에서 바이러스나 세균 조직 일부를 배양해서 넣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몸의 세포에서 바이러스나 세균 조직 일부를 직접 생산하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즉 바이러스가 가진 단백질을 인체 내에서 그대로 합성한다면, 면역세포는 이들을 인식해 항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이를 매개하는 것이 바로 RNA입니다.

인간이 RNA를 이용해서 단백질을 만들 듯, 바이러스나 세균도 RNA를 이용해서 단백질을 만듭니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RNA를 인간 세포 내로 넣어주면, 바이러스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m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 RNA를 인체 내로 투여하고, 이를 사람 세포에 발현시킵니다. 그러면 면역세포가 사람 세포 표면에 생성된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드는 식이죠.

이런 방식은 특별한 장점도 있습니다. 우리 면역세포는 인간 세포에서 외부 물질이 발견될 때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거든요.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은 세포가 통째로 무언가에 감염되었을 때 관찰되기에, 면역세포는 이런 상황을 우연히 마주친 외부 물질보다 더 위중하게 받아들입니다. 이를 최초로 구현시킨 것이 화이자-바이오엔텍이 개발한 RNA 백신이라는 것이죠. 개념상으로 존재하던 것을 실현한 최초 사례인 겁니다. (소량의 RNA가 투입되는 것이라 안전성 우려는 낮습니다)

 

불안정한 RNA를 장기간 유지하는 방법

여기까진 좋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RNA의 안정성(Stability)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RNA를 이용해서 백신을 만들어도 이를 보관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RNA는 아무것도 없는 순수한 물에 넣었을 때도 자체적으로 분해가 진행될 정도로 화학적으로 무척 민감한 물질입니다. 특히나 산소 등의 반응성이 강한 물질과 만나면 더 빠르게 분해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화학반응의 반응성을 극도로 낮추는 과정이 필요하죠.

일반적으로 화학반응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반응이 빨라져서, RNA와 같이 반응성이 큰 물질은 온도를 극도로 낮추는 방식으로 반응성을 억제하여야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 가능합니다. 이때 필요한 온도가 최소 –20℃, 확실히 안전하기 위해서는 –70℃라는 상상하기 힘든 극저온입니다.

일반적인 냉동고로는 이런 온도를 맞출 수가 없어서 유전자를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실에서는 극저온냉동고(deep freezer)라는 특수장비를 갖추고 있는데, 이런 고가 장비를 대량 유통 상황에 사용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화이자에서는 코로나 백신을 수송하기 위한 특수한 배송 용기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습니다.

화이자 배송용기 (이미치 출처: 박한슬 제공,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이자 배송용기 (Source: Wall Street Journal, Pfizer)

화이자에서 개발한 용기(temperature-controlled shippers)는 크게 두 개의 용기로 구성됩니다. 각각의 용기는 온도 변화를 차단할 수 있는 단열재로 구성되는데, 바깥 용기와 내부 용기 사이에는 드라이아이스를 가득 채워 –70±10℃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때 바깥 용기를 개봉하지 않는다면 그 용기 그 상태로 약 10일간 보관 가능하다는 게 화이자 측의 설명입니다. 만약 바깥 용기를 개봉하더라도, 드라이아이스를 다시 리필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런 특수 용기에는 모두 GPS 추적장치가 달려있으며, 화이자의 백신 공장에서 즉시 항공기로 수송되어 전 세계에 2-3일 내로 배송되도록 물류망을 구축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백신을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특수한 냉동설비를 갖춘 곳이 아니라면 어려운 일이라,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화이자-바이오앤텍 백신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우려를 표명했죠. 그렇지만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닙니다.

RNA 백신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70℃의 극저온이 요구되는 것은 맞지만 백신은 결국 사람 몸에 접종해야지 의미가 있습니다. –70℃ 상태로 꽁꽁 언 백신을 사람 몸에 주입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배송 중에는 최대한 저온 상태를 유지해서 안정성을 담보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접종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백신 냉장고(약 2-8℃)에서 해동하여서 보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 상태에서도 약 5일까지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화이자 측의 전망이니 전국에 1일 내로 물류를 이송시킬 역량이 있는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이송 과정에서 드라이아이스를 보충하는 정도로도 백신 효능에 큰 손상 없이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구체적인 접종 계획은 정부 발표를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말이죠. 초 극저온 유통의 어려움을 화이자 측에서도 알고 있기에, 최근에는 RNA의 안정성을 보존하는 또 다른 방법인 ‘탈수 분말’ 형태로 가공한 백신을 개발 중이라는 계획도 발표되었습니다. 실현된다면 극저온 유통이라는 큰 장벽도 한 가지 사라지는 것이죠.

 

백신이 나와도 코로나는 더디게 떠난다

한 가지 유념할 점은 백신이 나온다고 해서 코로나가 바로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전 세계 인구 집단의 다수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력을 갖춰야만 코로나가 종식되게 되는데, 북미와 유럽에서는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그런 기대를 하긴 힘들죠. 백신의 생산량도 아직 모든 사람이 맞을 수 있는 양은 아니고, 생산된 백신도 우선순위에 따라 분배되는 만큼 건강한 성인이 백신을 맞는 것은 가장 나중의 일입니다.

번거로워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상은 적어도 2021년까지는 유지되니,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며 백신을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