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논란] 노동계 추진 '전태일 3법'은 왜 필요한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11.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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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정부의 노동법 개정 시도를 '노동 개악'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조약을 비준하려면 꼭 필요한 절차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안 중에 ILO 기준에 부합하거나 노동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내용은 없다"며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법 개정을 '개악'이라고 칭하며 총파업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법 개정은 노동자의 삶을 바꾸고 노사관계를 변화시킨다. 2020년 진행중인 노동법 개정 무엇이 문제이고 나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뉴스톱이 5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① 노동법 왜 고치나?

② ILO 핵심협약 무슨 내용 담겼나

한국식 ILO 기준? – 어떻게 변형됐나?

노동법 개악 대신 전태일3법을!

전망 – 노조법 개정 가능할까?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에 맞서 '전태일 3법'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1970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고 사망한지 50년이 되는 해다. 민주노총은 지난 8월 노동계와 시민사회 입법청원 발의를 시작으로 전태일 3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중이다. 전태일 3법은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 근로기준법(근기법) 11조 개정 △ 노동조합법(노조법) 2조 개정이다. 

출처:민주노총
출처:민주노총

 

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죽지않고 노동할 권리를"

"모든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핵심은 노동계의 이 구호에 잘 담겨 있다.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원하청 기업과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살의 김모군의 죽음, 그리고 2018년 태안화력 하청업체 직원으로 발전소를 점검하다 석탄 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스물네살 김용균씨 사망 사건 이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4월엔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는 택배 근로자가 과로로 잇따라 사망하고 있다. 이런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2018년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판결 분석연구’에 따르면 산업안전법 위반 재범률은 약 97%다. 일반번죄 재범률 43%의 2배가 넘는다. 한마디로 노동자가 사고로 죽는 사업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사람이 죽고 있다는 의미다. 특정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발생이 반복되는 이유는 이들 사업장이 노동자 안전시설에 전혀 투자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 수백만원의 벌금이나 과태료를 내는 것이 작업장의 안전시설을 갖추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 고용 노동자가 아닌 하청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원청은 형사 민사상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용역업체는 자신들에게는 시설안전을 강화할 권한도 돈도 없다며 원청에게 떠넘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고로 죽어가고 있다.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원청 책임이 강화됐다. 하지만 현행법만으로는 실질적으로 기업의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그래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하급관리자 뿐 아니라 경영자에게까지 책임을 물어 안전시설 확보에 노력을 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 및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재계는 강하게 이 법을 반대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시 사업주를 징역 7년 이하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산안법 전면 개정안이 최근에 시행됐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시행하면 과도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의 산업안전법 위반 사건을 보면 집행유예와 벌금이 90%에 달한다. 호주는 노동자 사망시 고용주에게 최대 징역 25년형을, 법인에는 최대 6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중대재해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노동계 주장이다. 

 

출처:민주노총
출처:민주노총

 

② 근로기준법 11조 개정: "5인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11조는 '5인이상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조항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주 40시간 노동이 적용되지 않는다. 무제한 연장근로를 해도 사업주가 처벌받지 않는다. 사업주가 연차휴가 및 연장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노동자가 이유없이 해고를 당해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 직장내 괴롭힘이 있어도 법적으로 도움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

한국의 전체 사업장 중 5인 미만 사업장은 약 60% 정도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보험통계연보'애 따르면 2018년 당시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노동자는 217만2957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8.7%에 달한다. 노동자 10명 중 3명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 수까지 감안하면 근로기준법 미적용 노동자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계가 추진중인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안은 '상시 5명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조항을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로 바꾸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사실상 대기업 노동자에게만 적용됐다. 노동계가 그동안 비정규직이나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근로여건 개선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재계는 5인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경우 인건비가 크게 늘어나 대부분의 사업장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최소한의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장 규모로 나눌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출처:민주노총
출처:민주노총

 

③ 노조법 2조 개정: "모든 형태의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에서는 근로자의 정의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간접고용으로 일을 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는 원청사업자로부터 임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가 원칙적으로 없고 협상할 권리도 없다. 대법원은 2018년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노조를 결성해도 합법적 노조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대리운전기사와 방과후학교 강사 노조 등 특수고용직노조는 노조 설립 신고를 제출한지 1년이 넘어야 합법 노조로 인정받는 등 권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법 2조 개정의 다른 목적은 간접고용 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간접고용이 보편화되면서 수백만명의 노동자는 실제 사업주가 아닌 하청업체 사장과 노동조건 개선 및 임금에 대해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매번 돌아오는 하청 사장의 대답은 '권한이 없다'는 말뿐이다. 현재 기업이 제3자에게 고용된 노동자를 이용하는 간접고용노동자는 346만명으로 추산된다.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는 22만명, 그리고 프리랜서 노동자는 300만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플랫폼 노동이 갈수록 일반화되면서 이들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속칭 이들을 묶어서 부르는 일명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은 올해 8월 기준 36.3%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월급 격차는 152만원으로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임금 격차의 원인 중 하나로 '진짜 사장'과 협상할 권리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출처:민주노총
출처:민주노총

 

④왜 민주노총은 전태일 3법을 추진하나

민주노총은 자체적으로는 비정규직의 노동 여건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민주노총이 정규직 노조 위주 정책을 펴왔다고 인식하고 있다. 소위 '귀족노조' 프레임에 갇혀 투쟁을 하더라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현재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OECD 주요국의 절반 내지는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30인 미만 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0.1% 수준이다. 정규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플랫폼 노동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노동계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끌어안지 않으면 노동계의 힘은 더 약화되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노동계가 비정규직의 노조할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갈수록 쪼그라는 노동계의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11월 10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태일 3법 국회 대토론회’.
11월 10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태일 3법 국회 대토론회’.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노동법 개정안이 노동자에게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에 전태일 3법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측면도 있다.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와 대한민국 국민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는 전태일 3법에 대해 무관심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런 쟁점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민주노총의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5회에선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과 노동계가 미는 전태인 3법의 현황과 국회 통과 가능성에 대해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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