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중국 김치가 국제표준 됐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11.2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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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인사들이 요구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자진사퇴는 법률상 가능할까요? 중국이 김치에 대한 국제표준을 취득했다는 중앙일보 보도는 사실일까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방류 한 달 뒤면 한국에 닿을까요? 지난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크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연합뉴스TV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TV 영상 갈무리

1. 윤석열 자진사퇴, 법률상 가능할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배제를 결정하고 징계를 청구하자 여권에서는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윤 총장이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 자체가 법률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검사징계법 제7조의4는 검사가 퇴직을 희망할 경우 대검찰청에 징계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고, 해임, 면직 또는 정직과 같은 중징계 사유가 있으면 검찰총장이 바로 징계를 청구하도록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번처럼 징계사유가 있는 검사가 검찰총장이면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청구하며, 징계위원회는 이 사건을 다른 징계사건보다 우선 의결해야 합니다. 실제로 추미애 법무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했고, 오는 2일 징계심의위원회 회의가 열립니다.

검사징계법 7조의4는 원래 비위 검사의 ‘편법 사표’를 막기 위해 2017년 신설된 조항입니다. 비위로 감찰 대상이 된 검사가 징계에 따른 변호사 개업 제한, 퇴직수당 삭감, 징계금 부과 등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징계 청구 전 스스로 퇴직을 신청해 의원면직 처리되는 사례가 늘자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만, 중징계 대상 공무원의 퇴직을 제한하는 내용은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4 제2항을 보면 공무원이 파면, 해임, 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사유가 있으면 소속 장관 등은 지체 없이 징계 의결 등을 요구하고,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해당 공무원이 ▲비위와 관련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 ▲징계위원회에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때 ▲조사 및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 ▲각급 행정기관의 감사부서 등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내부 감사 또는 조사 중인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네 가지 경우 중 징계 수위가 명시된 ‘징계의결 요구’ 상황을 제외한 나머지 경우에도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의 징계에 해당하는 경우에 퇴직을 불허하는 것으로 돼 있어 퇴직 제한 규정은 중징계가 예상될 때만 적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 총장에 대해서는 현재 징계 절차와 추가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 추 장관이 “비위 혐의가 매우 심각하고 중대하다”고 한 만큼 징계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 퇴직할 수 없는 사안으로 분류할 수 있어 보입니다.

‘윤 총장이 낸 직무정지 취소 소송 자체가 행정소송법과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소송요건을 어겼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윤 총장은 법원에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낸 데 이어 본안소송인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공무원이 자신에 대한 불이익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선 소청심사위원회 심사를 먼저 거쳐야 해서 윤 총장이 소송을 내봤자 패소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공무원인 윤 총장이 자신에 대한 불이익 처분인 ‘직무정지’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기 앞서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공무원법 16조는 ‘징계처분 및 본인의 의사에 반한 불리한 처분 등에 관한 행정소송은 소청심사위원회의 심사·결정을 거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행정소송법 18조 1항도 ‘다른 법률에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 때’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두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은 행정소송법에 규정된 ‘행정심판 재결’, 즉 국가공무원법상 ‘소청심사위원회 심사 및 결정’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는 소청심사위원회의 심사대상이 아니다’라고 해석될 수 있는 국가공무원법 조항도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9조 4항은 ‘소청심사위원회는 다른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정직공무원의 소청을 심사·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특정직공무원인 검사는 관련 법률 조항이 있어야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심사가 가능한데, 검찰청법 등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는 상태입니다. 같은 특정직공무원인 판사의 경우엔 국가공무원법이 법원 내에 별도의 소청심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지만, 검사는 그와 같은 규정도 없습니다. 결국 검사에 대한 심사·결정을 할 소청심사위원회가 법률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곧바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긴급한 경우 소청심사위원회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행정소송법 규정이 이번 사안에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도 존재합니다. 행정소송법 18조 2항은 ‘처분의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생길 중대한 손해를 예방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때’에는 18조 1항에도 불구하고 행정심판 재결을 거치지 않고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윤 총장의 소송 제기가 국가공무원법과 행정소송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한 것인지 여부는 법원이 최종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2. ‘김치’ 국제표준이 중국산?

중국의 김치가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표준을 취득했으며 이를 두고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가 ‘김치 종주국 한국의 굴욕’이라고 표현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한국경제 등에서 확인했습니다.

먼저 이번에 ISO에 등록된 건 ‘파오차이’로 한국의 김치와 다릅니다. 파오차이는 쏸차이의 일종으로 소금, 산초잎, 고추, 물 등을 넣고 끓여서 식힌 후에 바이간얼주를 넣어 즙을 만듭니다. 여기에 각종 채소를 넣고 밀봉하여 외부 공기와 차단시킨 후에 발효시키면 특유의 맛을 가진 파오차이가 생겨납니다. 파오차이는 절임채소를 의미합니다. 한국의 김치를 중국어로 번역하면 ‘파오차이’가 되지만 이것이 우리 전통의 김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김치는 이미 2001년 국제연합(UN)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표준으로 정해졌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ISO에 등록된 문서를 살펴보면 파오 차이(Pao cai)로 명시하면서 해당 식품규격이 김치(Kimchi)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전혀 다른 음식이지만 번역에서 생긴 오해란 의미입니다.

게다가 앞서 이를 보도한 매체는 환구시보가 아닙니다. 환구시보는 중국 매체 관찰자망이 운영하는 플랫폼인 풍문커뮤니티라는 곳에 올라온 글을 가져와 바이두 계정에 올렸습니다. 이를 일부 한국 매체가 환구시보의 보도로 오해했습니다.

논란이 된 글은 지난 26일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산하 매체 중국시장감관보가 보도한 기사를 해석한 것입니다. 중국시장감관보의 기사를 보면 한국의 김치와는 전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김치 종주국의 굴욕’이라는 표현도 이 글을 쓴 필자가 적은 게 아닙니다. 글을 보면 지난 2017년 한국의 김치무역에서 수입이 수출의 10배나 되는 등 ‘한국은 김치 적자국’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당시 국내 매체인 연합뉴스가 이를 두고 “김치 종주국의 굴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김치 종주국의 굴욕’이라는 표현은 한국 매체가 2018년 1월에 쓴 글을 마치 지금 보도된 글인 것처럼 인용한 ‘낚시성’ 제목입니다.

 

3.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한 달 후면 한국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이달 중 확정할 것으로 예고하면서 한반도 해역에 미칠 영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태평양으로 방류된 오염수는 빠르면 한 달부터 220일 안에 제주도, 270일 뒤면 동해에 도달한다는 분석까지 나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에서 확인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된 연구는 독일 헬름홀츠해양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입니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1년 뒤인 2012년 영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레터스’에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태평양으로 방류된 세슘137의 장기 확산 모델 시뮬레이션’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핵실험이나 원자력시설 사고 때 탐지되는 세슘137은 금방 붕괴해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어서 오염 지표 물질로 쓰입니다. 연구진은 사고 직후 후쿠시마 앞바다의 세슘137 농도가 일주일간 10페타베크렐(PBq·1PBq은 1000조Bq)을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10년간 농도 변화를 컴퓨터로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2년 뒤에는 1세제곱미터(㎥)에 10Bq로 떨어졌다가 4~7년 뒤에는 1~2Bq 수준으로 서서히 줄어들었습니다. 5~6년 뒤에는 세슘137이 해류를 따라 북미 연안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논문에 나오는 세슘137의 농도는 실제 농도가 아니라 10PBq과 비교한 상대적인 농도로, 실제 농도로 바꾸면 부피당 1000만 분의 1~1억 분의 1Bq 수준인데, 이는 바닷물을 떠서 분석하면 측정이 안 될 만큼 극미량이라는 설명입니다.

학계에서는 바닷물에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1㎥에 0.01Bq 수준이어야 검출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값으로 바꿔 독일 연구진의 모델에 대입하면 세슘137의 동해 진입 시점은 2016년이며 동해에서 세슘137의 농도가 최대치가 되는 시점은 2018~2019년으로 부피당 0.5Bq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013년 9월부터 제주 남방해역 4곳에서 월 2회, 울릉도 주변 해역 2곳에서 월 1회 해수 중 방사능 농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KINS가 지난해 말 발간한 ‘해양환경방사능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세슘137은 부피당 0.901∼2.03Bq로 최소검출가능농도인 부피당 13Bq에 못 미쳤습니다.

일본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한 ‘제주 220일 도달설’은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후쿠시마대, 가나자와대 등 일본 연구진은 2017년과 2018년 국제학술지 ‘응용 방사능 및 동위원소’와 ‘해양 과학’에 각각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해양에 방출된 세슘137을 추적한 결과를 실었는데, 논문에는 220일 만에 제주에 도달한다는 언급은 없었습니다.

정경태 해양환경연구소장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류해도 당장 한반도 해역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KIOST가 2012년부터 대기 중으로 방출된 세슘137이 바다에 떨어져 섞이는 경우와 바다로 직접 방출되는 경우에 대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토대로 한 분석입니다.

정 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서 쟁점인 삼중수소(트리튬)의 확산도 컴퓨터로 예측했습니다. 세슘137의 10분의 1인 1PBq의 삼중수소가 방출된다고 할 때 5년 뒤 동해에서 삼중수소의 농도는 부피당 10만분의 1Bq이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정 소장은 “이 정도면 검출이 어려운 수준의 약한 농도”라면서도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일 뿐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원소의 농도, 1회 방류량 등 방류 계획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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