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검찰의 산업부 수사, '탈원전 백지화'를 노린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2.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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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자료를 삭제한 공무원 2명을 구속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좌초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왜 공무원들은 감사 자료를 삭제한 것일까? 과연 검찰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노리고 있는 것인가? 월성원전 1호기는 무엇이기에 이토록 논란이 되고 있나? 뉴스톱이 분석해봤다.

출처: 월성원자력본부. 공공누리
 월성원전1호기 [출처: 월성원자력본부. 공공누리]

 

◈문재인 탈원전 정책은 뭔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9대 대선공약으로 '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를 내세웠다. 2012년 대선 때 이미 채택했던 내용을 확장·발전시킨 내용이다. 주요 내용은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 단계적으로 원전을 감축해 원전 제로 시대로 이행,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발전소 인근 주민 전기료 차등 요금제 시행 등이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핵심은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즉각 폐쇄로 요약된다. 이에 대한 각론으로 제시된 것이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및 월성 1호기 폐쇄이다.

신고리 5, 6호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이미 공사 중이었고, 월성1호기는 설계수명을 넘겨 연장가동 중이었다. 새로 짓는 원전을 중단하고 낡은 원전을 폐쇄하는 방식으로 원전 비중을 줄이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방식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48일만인 2017년 6월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일시 공사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건설이 재개됐다. 

 

◈월성원전 폐쇄까지

월성원전 1호기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했으며 1983년부터 상업운전을 가동한 우리나라 최초의 가압중수로형 원전이다. 당초 설계수명은 30년이다. 2012년 설계수명이 종료됐고 시설 개·보수 후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연장 운영 승인(2022년까지)을 받았다.

월성 1호기는 30년 동안 39회 고장으로 발전이 정지됐고 2012년에만 세 번 고장이 발생했다.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수명 연장에 반대해왔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15년 예방정비를 마치고 6월23일 발전을 재개했다. 2016년 한차례 더 예방정비를 진행한 뒤 2016년 4월14일 재차 발전을 재개했다.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이 시민단체와 월성원전 인근 지역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수명연장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한수원은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월성 1호기를 계속 운영했다.

이후 2017년 5월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월성1호기는 5월 28일 계획예방정비를 위해 출력을 줄이던 과정에서 가동을 중단했다. 6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 방침을 언급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현재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습니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1년 뒤인 2018년 한수원은 이사회를 열고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2019년 12월24일 원안위는 월성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안)을 승인하면서 공식 폐쇄 절차에 돌입했다. 

2020년 5월29일 서울고등법원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월성1호기 영구정지로 원고들의 소송 목적이 달성되어 더 이상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각하 처분했다. 이후 원·피고 모두 상고하지 않아 6월13일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월성원전 감사자료 삭제 수사

2019년 9월30일 자유한국당 주도로 국회는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한 한수원 이사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 이례적으로 감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 감사는 여러 잡음을 노출한다. 여권은 '친원전파'인 최재형 감사원장이 '타당성 없다'로 몰고 가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최 감사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곡절 끝에 감사원은 1년이 지난 2020년 10월20일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한수원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근거로 삼은 경제성 평가 과정의 적정성이다. 감사원은 "즉시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비용의 과다하게 추정돼 경제성 평가 용역 최종 보고서에서 월성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감사원은 감사 과정에서 산업부 공무원들의 '감사 저항'이 거셌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최 원장은 10월15일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감사원장이 되고서 이렇게 (피감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면서 “자료 삭제는 물론이고, 사실대로 말도 안 했다. 사실 감추고 허위 자료를 냈다”고 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함으로써 감사를 방해한 공무원 2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은 "문책 대상자들의 자료삭제 및 업무관련 비위행위 등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에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하겠다"고 덧붙였다. 

11월5일 대전지검은 한수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방아쇠는 누가 당겼나?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 공개문을 살펴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2018년 4월 2일 청와대 보좌관이 월성1호기를 방문하고 돌아와서 외벽 철근 노출 사실을 보고망에 띄우자 문 대통령이 해당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담당 과장의 관련 보고를 받고 “한수원 이사회가 경제성, 지역수용성 등을 고려하여 폐쇄를 결정한다고 하면 다시 가동하는 것이 이상 하지 않느냐”라고 질책하면서,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감사원은 결론지었다.

이전까지 월성1호기에 대한 한수원의 입장은 "계속가동을 원하지만 부득이 조기폐쇄를 하더라도 운영변경허가 시까지 운영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수명이 연장된 2022년까지 운영하는 것이 당초 목표였고 조기폐쇄를 하더라도 원안위의 운영변경허가 기간(2년)까지 운영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백 장관의 지시 이후 산업부는 한수원에게 조기폐쇄 결정 즉시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으로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한수원은 2018년 4월10일 삼덕회계법인과 “월성1호기 운영정책 검토를 위한 경제성 평가”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초 용역설계서에서 제시되었던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시까지 가동하는 시나리오를 제외하도록 하고는 즉시 가동중단 방안과 설계수명시까지 계속가동하는 방안만 비교하여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산업부가 한수원을 압박해 회계법인이 제대로 된 경제성 평가를 할 수 없도록 강제했다는 내용이다.

 

◈구속된 산자부 공무원들은 뭘 잘못했나

오세용 대전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5일 대전지검이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과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청구한 국장과 서기관 등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업무 담당 공무원 2명의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과장 1명은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국장과 서기관은 범행을 부인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 과장은 범죄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미 확보된 증거로 미뤄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형법 141조 ①항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감사원법 51조는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거나, 감사를 방해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표면적으로 구속된 공무원들은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했기 때문에 감사원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산자부 컴퓨터에서 관련 기록을 삭제했기 때문에 형법 141조 위반에도 해당된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이 더 윗선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표면적으로 추가 수사의 목표는 자료 삭제를 지시한 윗선을 밝혀내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에선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과정의 타당성, 더 나아가선 탈원전 정책 전체를 수사대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탈원전 정책 철회를 노리나?

감사원은 감사결과 발표시 "정부의 정책 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타당성) 등은 감사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언급했다. 감사원 직무감찰규칙 4조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이나 그 일환으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추진하기로 한 정책결정의 당부는 이번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감사원 직무감찰규칙 4조 후단은 "다만, 정책결정의 기초가 된 사실판단, 자료·정보 등의 오류,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정 여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적법성·절차준수 여부 등은 감찰대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과 동시에 감사원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관해 정책 감사를 요청했다. 당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전 정부의 색깔 지우기라든가, 그런 생각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라며 정치적 감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명백한 위법 또는 불법 행위가 발견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는 불가피하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해 사법조치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나 2018년 7월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재부, 국토부, 환경부 등 주무부처에 대한 주의요구 등에 그치고 수사의뢰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이 4대강 사업의 정책결정 과정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서지도 않았다.

현재로선 윤석열 검찰이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으로 수사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주장의 뚜렷한 근거는 없다. 여권과 그 지지자들은 대전지검 이두봉 검사장이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는 점과 직무배제에서 풀려난 윤 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을 바탕으로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엎으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전지검은 지난달 16일 “월성 원전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옳고 그름)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적절한가?

자료 삭제 지시의 ‘윗선’을 밝히려는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곧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대전지검의 수사를 사실상 직접 관할하고 있는 윤 총장은 지난 1일 직무에 복귀한 뒤 이 사건부터 챙겨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갈등을 빚고 있는 터라 윤 총장의 이런 행보는 청와대를 겨냥한 반격 카드로 원전 수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낳는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우원식 의원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뒤 페이스북에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감사원과 검찰 행태에 법원까지 힘을 실어줘 참으로 유감”이라며 “대통령의 공약까지 사법적 대상으로 삼는 이 상황에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고 밝혔다. 여권이 이번 수사를 바라보는 심정을 대변하는 글이다.

한겨레는 "검찰의 향후 수사는 원전 가동중지 결정 과정에서 파생된 청와대와 산업부의 직권남용 혐의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산업부의 직권남용이 성립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탈원전 정책의 운명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애초 재난안전 공약에서부터 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혹시 모를 원전 사고로부터 인근 지역의 피해를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19대 대선 공약집에 탈원전 관련 내용은 '자연·사회적 재해·재난 예방' 분야에 편집돼 있다. 관련 소제목도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 '원전사고 걱정 없는 나라로 만들겠습니다'로 뽑혔다.

이후 국정과제 수립과 그린뉴딜 입안 과정에서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포섭된다.  기후변화 대응과 탈석탄 정책 등이 버무려져 오늘날에 이르렀다.

원전산업계와 보수 정치권, 보수 언론들은 이번 검찰 수사를 '탈원전 수사'로 프레이밍하고 있다. 일정 부분 그들의 기대감이 담겨있는 단어 선택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내지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원전부지내 저장 공간은 점점 포화를 향해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 관련업계가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쪽으로 재편이 시작됐기 때문에 원전 르네상스를 바라기는 어려운 일이다.

탈원전 정책 또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다가오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냐에서 첫번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탈원전, 탈석탄으로 줄어드는 전원 공급을 LNG 발전을 늘려 해결한다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격히 늘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업계의 기술개발이 본격화돼 원전 없이도 깨끗한 에너지를 마음껏 쓰게 되는 순간 이 논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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