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비는 누가 낸 걸까? 검찰의 신묘한 계산법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12.10 17: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술 접대를 받은 현직 검사 3명에 대해 ‘술자리 체류 시간’까지 계산해 2명을 불기소한 것을 두고 논란과 조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서울남부지검은 김봉현 전 회장의 술 접대 대상으로 지목된 검사 3명 가운데 1명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들은 김 전 회장에게 룸살롱에서 5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았는데, 검사 2명은 개별 접대비용이 약 4만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불기소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신박한 잔머리 계산법’, ‘제 식구 감싸기로 공수처 출범 필요성 역설’, ‘공짜 술은 마셨지만 접대는 아니다’ 등의 조롱조소가 이어졌습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들을 짚어봤습니다.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 갈무리

지나치게 꼼꼼한 검찰의 계산법

첫 번째 논란은 ‘검찰의 계산법’입니다. 해당 검사들은 지난해 7월 18일 저녁 9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536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검사 2명은 밤 11시 이전에 귀가했다는 이유로, 당일 영수증에 적힌 총 술값 536만원 중 11시 이후 추가됐다는 밴드와 접객원 팁 비용 55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481만원을 참가자(회장, 전관 출신 변호사, 검사 3명)수대로 나눠 1인당 접대비를 96만여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접객원과 밴드 비용이 제외되면서 두 검사는 아슬아슬하게 기소를 피했습니다. 김영란법은 1인당 수수한 금액이 1회 1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동석한 김 전 회장과 변호사, 끝까지 자리를 함께한 1명의 검사는 1인당 수수 금액을 114만여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청탁금지법 제8조(금품 등의 수수금지)는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간대 별로 다르게 적용한 ‘깔끔한’ 계산도 논란이지만, 접대자리를 마련한 변호사는 물론 접대를 한 김 전 회장까지 계산에 넣었습니다. 검찰도 김 전 회장과 이 변호사가 공모해 검사A에게 100만 원 이상의 술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봤습니다.

기업 등에서 해외 바이어들을 접대할 때 비용 처리하는 접대비가 참석자별이 아닌 해당 건별 접대총액을 기준으로 처리하는 것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접대받은 총비용에 김 회장 몫도 포함시킨다면 접대는 누가 한 것일까요?

해운기업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던 김 모씨(52)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기업의 경우, 영업비 처리 시 단 건 총액으로 처리한다. 접대 받은 사람들이 쓴 비용만 별도로 계산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직무관련성 없어서 뇌물죄 아닌 김영란법”?

이번 사건은 라임사태라는 대형 금융사기사건의 피의자가 검사를 접대하고 정보를 공유한 내용이 핵심입니다. 검찰은 술접대의 성격에 대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해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청탁금지법을 적용했습니다. 남부지검에 라임 사건 수사팀이 구성된 시점이 지난 2월 초이므로 지난해 7월 있었던 술자리와의 직무 관련성·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직무관련성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는 이견이 제기됐습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향후 받을 수 있는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자리를 만든 것임은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수사팀이 올해 2월 구성돼 지난해 7월 술자리를 통해서는 직무 관련성이 인정 안 된다는 해석은 검찰이 ‘직무관련성’을 너무 좁게 본 것”, 또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검찰 설명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검사들에게 한 명 월급보다 비싼 술자리를 제공했다는 것인데,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시각”이라는 지적입니다.

대법원은 2000년 1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수수·뇌물공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판결한 바 있습니다.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의 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쌍방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의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판단 기준이 된다.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그 사람이 종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또는 수수받은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검사님들을 위한 99만원짜리 불기소 세트’라는 이름의 이미지공유되고 있습니다. 2015년 2월 대학병원이 소방관 응급대원에게 무료 커피를 대접하면 안 된다는 서울시 소방본부 감사 관련 기사가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사 술접대 의혹에 대해 “저도 이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국민께 사과드릴 일이 있으면 사과와 함께 근본적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