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건보 먹튀하러 외국인 몰려온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2.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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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단독] 'K건보'의 힘? 장인·장모·조부모까지 한국에 몰려온다> 기사를 보도했다. 건강보험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줄었는데 되려 피부양자 수는 증가했다는 취지다. 한국경제는 "한 외국인 가입자가 피부양자를 9명까지 등록시킨 사례가 있었다"며 "부모와 자녀에 조부모 등까지 등록 가능한 가족을 모두 한국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국인 직장가입자와 그 피부양자에 의한 건보 '먹튀' 우려도 전했다. 과연 사실일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한국경제 홈페이지
출처: 한국경제 홈페이지

 

◈9명 가족관계는? - 배우자 1명, 자녀 8명

뉴스톱이 국민건강보험에 확인한 결과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피부양자를 9명 등록시킨 사례는 2명 파악됐다. 공교롭게도 2명 모두 배우자와 자녀 8명이 있는 가정으로 확인됐다. 1명은 미국 국적, 다른 1명은 시리아 국적이었다.

이 사례를 두고 "부모와 자녀에 조부모 등까지 등록 가능한 가족을 모두 한국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한국경제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부모와 자녀에 조부모 등까지 등록 가능한 가족을 모두 한국으로 불러들인 게 아니다. 우리나라 직장에 취업한 부부 2쌍의 자녀가 이례적으로 많은 8명인 사례일 뿐이다.

 

◈추정 뿐인 원인 분석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0년 상반기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외국인 건보 직장가입자는 49만5362명이었다. 지난해말(51만3768명)보다 1만8406명(3.7%) 줄었다.  그러나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20만1094명)는 지난해 말보다 539명(0.3%) 늘었다. 이 대목에서 한국경제는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줄었는데도 피부양자가 늘어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제는 건보공단 관계자를 인용해 "직장가입자가 줄면 피부양자도 줄어야 정상인데 이상하긴 하다"면서 "국내에 남아있는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자국의 부모 등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사례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한국경제는 기사 제목에 [단독]까지 달면서 장인 장모 조부모까지 몰려온다고 보도했다. 좀 더 사실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장인 장모 조부모까지 몰려오나?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등록 기준은 내국인 직장가입자와 같다. 배우자와 부모·자녀·조부모·배우자의 부모·조부모 등 직계 존·비속이다. 한국경제도 보도에서 언급했듯이 외국인 직장가입자 1명당 피부양자 수는 지난해 0.39명에서 올해 상반기엔 0.41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외국인 직장가입자 평균 피부양자 수는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일하러 올 때 단신으로 부임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상반기 직장가입자 수가 줄었음에도 피부양자가 늘었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분석대로 이례적이기는 하다. 피부양자가 없는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많이 출국하고 피부양자 수가 많은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장인 장모 조부모까지 몰려온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다. 

 

◈외국인 직장가입자 내국인보다 진료비 덜 쓴다!

건강보험연구원 연구조정협력센터 변진옥 센터장은 2019년 12월 <외국인 국민건강보험 가입현황 및 이용특성 분석> 논문을 한국사회정책학회지에 게재했다. 

논문 내용을 발췌 소개한다.

2017년도 의료이용자에 한해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를 살펴본 결과,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직장과 지역 모두 외국인이 낮게 나타났다.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내국인이 143만원, 외국인 85만원이었으며, 이는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내국인 직장가입자에 비해 연간 진료비를 1인당 40.6% 덜 사용하는 것이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내국인이 166만원, 외국인이 141만원으로 외국인이 14.9% 덜 사용하였다.

국내외 선행연구의 주요 결과와 일관되게 우리나라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내국인 가입자에 비해 건강보험 의료서비스 이용이 적었고, 이러한 경향은 직장가입자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한 본 연구의 의료이용 양상으로는 임의가입인 지역가입자 가입에 있어 역선택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다만, 외국인 가입자에서 일관되게 60세 이상 연평균 증가율은 내국인보다 더 높기 때문에 노령층이 건강보험보험 가입에 더 적극적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추후 가입경향에 대한 더 세분화된 연구가 필요하다. 이상의 결과를 보았을 때 본 연구에서는 외국인 가입자들이 건강보험에 큰 부담이 된다는 증거는 없었다.

한국경제는 "외국인 건강보험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건보 먹튀'다. 외국인이 한국의 건보·의료체계가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점을 노려 비싼 수술·진료비 경감 혜택만 받고 귀국하는 경우를 말한다"라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피부양자는 이런 제한도 없다. 직장가입자 가족만 있으면 즉시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직장가입자 외국인이 자국에 있는 양가 부모, 조부모 등을 한국으로 데려와서 바로 피부양자 등록을 한 뒤 치료만 받고 귀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피부양자 증가로 건보 먹튀 사례가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외국인 가입자들이 건강보험에 큰 부담이 된다는 증거는 없다. 건보공단은 "2019년 7월부터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도 의무적으로 등록하는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피부양자의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도가 바뀌면서 이전까지 피부양자로 등록되지 않았던 외국인 가입자의 가족이 피부양자로 등록되면서 새로 통계에 잡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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