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학 기숙사가 생활치료시설로 쓰이는 건 경기대가 처음?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0.12.1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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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병상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경기도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병원 대기자가 251명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중증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치료병원 병상은 768개 중 667개 사용되고 있어 가동률이 86.8%인 상태다. 이는 전날(84.6%)보다 높아진 수치다. 49개의 중증환자 병상 중 가용 병상 역시 전날 4개에서 2개가 더 소진돼 2개만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경기대 기숙사를 코로나19 무증상·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동원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기숙사를 이용하고 있던 재학생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결국 경기대는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고려해 기숙사를 생활치료시설로 지원하는 경기도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숙사 2개 동을 생활치료시설로 운영해 총 2116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한국대학신문 기사 갈무리
한국대학신문 기사 갈무리
인천일보 기사 갈무리
인천일보 기사 갈무리

경기대 기숙사의 긴급동원 소식이 알려지자, “대학 기숙사를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생활치료시설로 쓰는 건 경기대가 처음”(중앙일보), “대학 기숙사가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제공되는 것은 대학가에서 처음 있는 일”(한국대학신문), “대학교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하는 것은 전국 최초”(인천일보)라는 내용의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대학 기숙사가 생활치료시설로 쓰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 대학 기숙사 이용은 '경북대'가 최초

대학 기숙사가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생활치료시설로 쓰인 건 경북대가 최초 사례다. 지난 3월, 신천지 신도의 첫 확진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신천지 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대구·경북 지역은 입원 병실이 턱없이 부족해 확진자 중 다수가 집에 머물며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경북대는 재학생 기숙사를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을 위해 생활치료센터로 제공(유튜브 영상 2분 58초부터)했다. 당시 경북대는 “대구시로부터 생활관의 생활치료센터 사용 요청이 있었고, 국가와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 온 거점국립대학으로 대구·경북의 어려움도 함께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경북대 기숙사는 3월 8일부터 28일까지 21일간 생활치료센터로 운영됐다.

◈ '경기대'는 첫 '긴급동원' 사례

그렇다면 경기대 기숙사가 대학 기숙사 중 최초로 생활치료센터가 됐다는 주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코로나 확산세가 전시상황에 준하는 엄정대처를 요하고 있으므로, 부득이 관련 법령에 따라 병상과 생활치료시설에 대한 긴급동원조치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감염병예방법 제49조 12.2항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 유행기간 중 의료기관 병상, 연수원·숙박시설 등 시설을 동원할 수 있다. 민간시설인 대학기숙사를 ‘긴급동원’한 건 경기대의 사례가 처음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경북대의 경우는 긴급동원에 따른 조치가 아닌 대구시와의 협의에 따른 결정이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대구시와 경북대가 당시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함께 공감했고,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쓰는 데 합의했다”며 “긴급동원에 의한 강제적 조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도 재학생들과 근처 주민들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경북대 기숙사에 입소한 373명의 확진자 중 병원 이송 10명, 다른 센터 이송 79명을 제외한 284명이 치료를 받고 퇴소할 수 있었다. 입소 환자의 76%가 완치된 것이다.

경기도 공식 블로그 캡처.
경기도 공식 블로그 캡처.

 

한편, 경기도는 경기대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긴급동원한 이유에 대해 △‘지역 내 대학 기숙사 등을 활용해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해 활용’하라는 교육부의 제안이 있었고 △인재개발원,청소년수련원 등 자체 공공시설은 규모가 작아 적합하지 않았으며 △경희대(국제캠퍼스), 한경대(본교), 한양대(에리카캠퍼스), 경인교대(인천캠퍼스), 대진대, 평택대 등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며, 경기대학교 측이 가장 먼저 기숙사를 제공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생활치료센터로 쓰이게 된 경기대 기숙사는 대학 기숙사 ‘긴급동원’의 첫 사례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미 지난 3월, 경북대 기숙사가 생활치료센터로 약 한 달간 사용된 바 있다. 따라서 “대학 기숙사를 생활치료시설로 쓰는 건 경기대가 처음”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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