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13평 4인 가구’ 논란에서 언론이 놓친 것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0.12.21 03: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방역의 실체는 검사 수를 줄이고 확진자를 조작한 것”, “임대료 멈춤법은 공산주의 발상”,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우려로 생필품 사재기 조짐” 지난 주 온라인을 달군 주장입니다. 사실일까요? 지난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크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1. “코로나19 하루 1000명 확진…각자도생 대책”문자 확인해보니

모바일 메신저와 SNS 등에서 ‘코로나 1일 확진자 1,000명 시기에 각자도생 대책’이라는 제목의 글이 꾸준히 확산하고 있습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해당 글은 감염 3일째부터 “안구 통증이나 구토, 설사, 발열, 배뇨 시 화상(작열감), 목 긁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증상 일수를 잘 세어봐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증상 4~8일째는 ‘염증성’ 단계이며 9일째부터 치유 단계에 접어들어 14일이면 회복기에 이른다고 주장합니다.

질병관리청은 “발열, 권태감, 기침, 호흡곤란 및 폐렴 등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한 호흡기감염증, 그리고 가래, 인후통, 두통, 객혈과 오심(메스꺼움), 설사 등”이 증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계에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발열이나 오한, 기침, 호흡 곤란, 피로, 근육통, 두통, 미각이나 후각 상실, 인후통, 콧물, 메스꺼움, 설사” 등으로 증상을 설명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보건당국 모두 안구 통증과 배뇨 관련 증상은 코로나19의 증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내용은 의학적으로도 사실과 다르고, 해당 글을 근거로 증상을 자가 진단한다면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pH 범위는 5.5~8.5이고, 알칼리성 식품을 섭취해 바이러스를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수소 이온 농도지수’인 pH는 수용성 물질이나 용액의 산성도나 염기도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바이러스에는 pH 자체가 없습니다. 게다가 해당 글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바나나와 레몬 등 새콤한 과일들을 추천하고 있는데, 해당 과일들은 산도가 높습니다.

해당 글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 당시 SNS를 통해 외국에서도 퍼졌던 내용을 번역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사실과 다른 원문 내용을 일부 번역해 재가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문은 1991년에 발표된 논문을 잘못 인용한 것입니다. 쥐가 MHV4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쥐 세포의 pH 변화를 다룬 것인데, 해당 논문에서 언급된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와는 다릅니다. 이 같은 내용은 AP통신이 지난 4월 검증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계속되자, 해외에서 한 차례 퍼졌던 잘못된 내용까지도 국내에서 다시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사실과 다른 SNS상의 ‘각자도생 대책’이 오히려 자신은 물론 주변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 “K방역의 실체는 검사 수를 줄이고 확진자를 조작한 것”? 진실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K방역의 실체는 검사 수를 줄이고 확진자를 조작한 것”이라며 “무증상 감염이 많은 만큼 다른 나라처럼 검사를 확대하면 확진자가 폭발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에서 확인했습니다.

미국의 민간 통계 사이트 ‘Worldometer’에 따르면 한국의 100만명당 진단검사 수는 6만6233건으로 220개국 중 130위입니다. 미국(67만1703)·영국(70만8453)·프랑스(44만6687)·독일(36만3430) 등에 비하면 적지만 일본(3만2057)보다는 2배 가량 많습니다. 그러나 검사 수가 적다고 정부가 의도적으로 확진자를 조절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검사 수가 적은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환자 자체가 많지 않아 검사를 적게 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나라는 환자가 너무 많으니까 그렇게 된 면이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검사 수와 확진자 수는 비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만약 검사를 일부러 적게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확산 속도가 가파르고 확진자 수도 훨씬 급격히 늘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3차 유행이 벌어진 가장 큰 원인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개인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정부의 느슨한 대처와 혼란스런 메시지로 경계심이 풀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실제 감염 규모는 다를 것”이라며 호주 국립대(ANU)가 지난달 내놓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주요 국가들의 실제 코로나19 감염률은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보다 평균 6.2배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의 경우는 실제 감염 건 수가 보고된 수치보다 최소 2.6배는 더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3. “‘임대료 멈춤법’은 공산주의 발상”?

여당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을 두고 “남의 재산을 왜 법으로 제한하려 하냐, 공산주의적 발상이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JTBC에서 확인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9월 국회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이 임대료를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법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깎아달라는 요구를 건물주가 거부 못 하게 하는 이른바 ‘착한 임대 촉진법’은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과 함께 빠졌습니다.

이번에 추진하는 ‘임대료 멈춤법’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합금지 조치를 받으면 아예 임대료 면제, 집합 제한을 받으면 ‘임대료 반값’을 법으로 정하겠다는 겁니다.

캐나다 정부는 ‘긴급 임대 지원 정책’이란 걸 실시 중입니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75% 수준으로 깎으면 50%는 정부가 내줬습니다. 임차인은 25%만 부담하면 됩니다. 일부 주정부는 법으로 강제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임대료를 깎지 않고 정부 지원을 최대 90%까지 늘렸습니다.

이처럼 나라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법으로든, 국가재정으로든 임대료를 깎아주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임대인, 임차인뿐 아니라 정부도 짐을 나눠지는 방식으로 해결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4. ‘13평 4인 가구?’ 공공임대 면적 논란에서 언론들이 놓친 것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를 방문한 현장에서 비롯된 ‘공공임대 면적’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13평에서 4인 가구가 살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한겨레신문에서 확인했습니다.

뉴스톱 자료사진

당일 현장 방문에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44㎡를 13평이라고 문 대통령에게 소개했고, 이 발언이 대중에게 “13평에 4인 가구가 살라고 한다”는 식으로 퍼졌습니다.

변 사장이 언급한 13평은 ‘전용면적’(주거전용면적) 기준으로, 국민들이 인식하는 ‘공급면적’(주거전용면적+공용면적) 기준의 13평과는 오차가 큽니다. 현재 민간분양 아파트의 전용면적을 3.3㎡(1평)로 나눠 평형으로 계산하면 59㎡는 17.8평, 84㎡는 25.5평이 나옵니다. 평균적으로 공용면적이 8평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용면적에 8평을 더해야 흔히 인식하는 아파트 평형과 일치합니다다. 44㎡는 13평형이 아니라 21평형 수준인 셈입니다.

현재 최저주거기준 상 1인 가구 주거면적은 공급면적 기준 12평입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44㎡ 주택은 법적으로는 ‘4인 가구’ 최저주거기준 면적(43㎡)을 충족하지만, 실제로는 3인 가구용으로 건설됐습니다.

당일 현장에서도 “신혼부부에 아이 한명이 표준”이라며 3인 가구용으로 언급됐고, 4인 가구의 경우 “어린애는 두 명도 가능하다”며 영유아를 기준으로 안내됐습니다. 영국의 최저주거기준은 1~10살의 경우 0.5명으로 간주합니다.

4인 가구 면적에 대한 언급은 따로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44㎡ 주택을 둘러본 직후 “가족이 많아지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보다 높은 수준의 주거를 할 수 있으니 그에 맞는 임대주택을 만들라”고 말했고, 김현미 장관은 “이번에 60㎡에서 85㎡까지 임대주택이 들어가게 되면 아이가 둘인 (4인) 가구도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번 공공임대 면적 논란은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면적 기준을 시험대에 올린 측면이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건설 기준이 되는 최저주거기준은 10년 전인 2011년 개정 이래 10년째 변함이 없습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4인 가구가 43㎡(공급면적 기준 21평), 노부모를 모시는 6인 가구가 55㎡(공급면적 기준 25평)에 살아야 합니다. 주택법에 최저주거기준이 생긴 시기가 2000년이었고, 이 기준은 2011년 단 한 차례 상향됐습니다.

2012년 서울연구원과 서울시는 공공임대와 같은 공공주택에 적용할 적정주거기준으로 4인 가구 기준 54㎡를 제안했습니다. 이는 현재 민간분양 아파트 최소 면적인 59㎡에 가깝습니다. 이번 공공임대 면적 논란은 지난 10년 동안 국민 소득 수준이나 주거 상황이 대폭 개선됐다는 점에서 최저주거기준 상향이 또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2008년 10.5%였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수는 2019년 5.3%로 절반가량 줄었고 1인당 국민소득은 2011년 2만5255달러에서 2017년 3만1734달러로 늘었습니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최저주거기준을 상향하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2015년 5월 ‘주거권’을 국민의 기본적 인권으로 인정한 ‘주거기본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고, 이때 최저주거기준과 별도로 주거 수준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유도주거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제19조)가 마련됐습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유도주거기준 설정 예시로 4인 가구의 경우 66㎡를 제시했습니다. ‘평형’ 기준으로 28평에 해당하는 면적입니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에 고시될 예정이었던 ‘유도주거기준’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의 1인당 주거면적은 2018년 기준 31.2㎡로 일본 40.2㎡, 영국 40.5㎡에 못 미칩니다.

 

5.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전에 미리 사재기 조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언론이 생필품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마트 관계자는 “지금 점포에 가보면 상품이 꽉꽉 차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재기라면 제조사나 유통업체에서 소비자들의 구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으로, 예컨대 라면 코너가 텅텅 비어있는 정도를 그렇게 부를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이 시간 현재까지 사재기 현상은 없다”면서 “우리나라 유통 채널이 워낙 발달해 있고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하다 보니, 최근 20년 사이에는 사실상 사재기가 나타난 적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중소형 마트를 대변하는 한국마트협회 김성민 회장도 “대형마트에서든 중소형 마트에서는 사재기 현상은 전혀 없다”며 “소위 ‘사재기 상품’이라 할 수 있는 라면, 생수, 통조림 등의 매출이 평상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온라인 물류 시스템도 잘 돼 있고 집 근처 중소마트나 편의점들이 사실상 식품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어 국민들이 사재기할 이유를 전혀 못 느낀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재기 조짐’을 보도한 매체가 창고형 매장의 가공식품 코너가 텅 비었다며 촬영한 사진 속 제품도 현재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대형마트의 주요 식료품 매출이 예년보다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품목의 매출 상승세도 ‘사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집밥’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6. ‘팩트체크’ 신간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진실이 신발을 신을 때, 거짓말은 이미 지구 반 바퀴를 돌았다(A lie can travel halfway around the world while the truth is putting on its shoes).

제임스 볼(james ball)은 ‘에드워드 스노든 폭로 사건’, ‘위키리크스 관타나모 파일’, ‘조세 피난처’ 사건 등을 심층 취재했고, 해당 보도로 퓰리처상과 국제앰네스티 저널리즘상 등 주요 언론상을 석권한 영국의 대표적인 저널리스트이자 가장 주목 받는 젊은 기자입니다.

다산초당의 신간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는 제임스 볼이 거짓말보다 강력한 ‘개소리(bullshit)’에 대해 심층 분석하고 정리한 『post-truth: how bullshit conquered the world』을 번역한 책입니다.

필자에 따르면, 거짓말이 진실과 권위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행하는 것이라면, ‘개소리’는 진실도 거짓도 신경 쓰지 않고 마구 내뱉는 허구의 담론입니다. 문제는 ‘개소리’가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주요 국가 정책, 국가 지도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중요한 영역을 파고든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순응하고, 그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신호를 보내며, 집단을 통해 성향이 양극화됩니다. 소속 집단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 정보보다, 정체성을 한층 더 견고하게 하는 ‘개소리’ 정보를 더 반기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개소리’는 우리의 가장 취약한 부분, 즉 사람들이 ‘믿고 싶은 사실’을 정확히 건드려 판단력을 흐려 놓습니다.

저자는 대중이 믿는 사실 중 상당수가 ‘개소리’임을, 그래서 얼마나 많은 잘못된 판단을 하는지 폭로합니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는 미디어와 언론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도우며, 세상을 조종하는 각종 이념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당신이 오늘 보고 들은 것은 진실입니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