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정부가 정은경에게 백신구매 책임을 떠넘겼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2.2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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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조속한 백신 도입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 몸 같이 일했던 한 식구를 어떻게 한순간에 매도하게 비참하게 만들 수 있나"라고 평했다.

정부가 백신 도입과 관련된 책임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취지이다. 배 대변인은 "정부가 K-방역의 영웅으로 떠받들었던 정은경 청장이 대통령의 지시를 반도 아니고 모조리 잘라 먹었다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정부가 정 청장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의 근거는 방역당국의 브리핑에서 나온 언급이다. 배 대변인은 "어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백신의 구매 결정과 그 계약 절차에 대한 조치는 질병관리청장(청장 정은경)이 한다'며, '질병관리청에서 백신 구매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질병청에 책임을 전가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는 질병청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 청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질병청을 압박한 것은 국민의힘이다.

배 대변인의 근거였던 23일 중대본 브리핑을 살펴보자.

질문>백신 구매와 도입의 최종결정권자는 누구인가?

답변>(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 현행 감염병예방법상 백신의 구매결정과 그 계약절차에 대한 조치를 질병관리청장입니다. 따라서 질병관리청장, 질병관리청에서 이 백신 구매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다만 코로나19의 경우에는 아직은 개발기간이 매우 단축돼 있는 백신을 조기에 도입을 해야 되고 전국적으로 대규모 인원에 대한 광범위한 접종이 개시돼야 된다는 점 등 여러 사안들이 있기 때문에 범정부적으로 사무국을 수립하여 백신의 구매·확보·개발 등에 대해서 범부처적인 지원체계를 함께 꾸려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2020.12.23.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 e-브리핑에서 발췌) 

기자는 "백신 구매와 도입의 최종결정권자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감염병예방법상 질병관리청에서 백신 구매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질병관리청장, 질병관리청에서 백신 구매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법률적으로 누구의 권한인지를 답변한 것 뿐이다. 이어 "범정부적으로 사무국을 수립해 백신의 구매·확보·개발 등에 대해서 범부처적인 지원체계를 꾸려나가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보건복지부)가 질병청에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 24일 손 반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어제 (백신 구매·확보) 책임을 질병청에 떠넘긴다는 해석 곁들인 기사가 일부 나왔다"며 "이 같은 해석은 사실관계가 다르고 현재 혼연일체로 지원하는 범정부 지원 노력과 국민들의 신뢰를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보도에 신중 기해달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대응 정부 조직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정부의 조직구조를 알아보자.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사회재난으로 분류되는 감염병확산 사태이다. 정부는 지난 2월23일 재난안전법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다. 중대본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이다. 중대본 본부장은 정세균 국무총리이다. 

본부장인 정세균 총리 아래에는 2명의 차장이 방역과 범정부대책지원을 담당한다. 1차장 겸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아 방역업무를 총괄한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감염병 대응의 특성을 고려해 방역대책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질병관리청장이 이끄는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된다.

2차장 겸 범정부대책지원 본부장은 행안부 장관이 맡는다. 행안부는 실무반을 구성해 중수본·방대본과 지방자치단체, 부처 간 역할과 협조 사항을 조정·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백신을 도입 과정을 주도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실무는 질병청이 담당하게 된다. 질병청은 보건복지부 소속 질병관리본부에서 지난 9월12일부로 청으로 승격됐다. 보건복지부가 질병청에게 책임을 전가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 배 대변인 언급대로 "피붙이 같이, 한 몸 같이 일했던 한 식구"인 것이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정은경 해임하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비참하게 만든 건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이다. 이 당 소속 강기윤 의원은 22일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정 청장 해임을 주장했다. 강 의원은 "새로 출범 합시다. 질본 청장! 해임건의 안 제출하세요. 장관 되거들랑. 새롭게 출발해야한다. 새로운 사고 가지고 새롭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KBS에는 "백신 구매가 늦은 것에는 근본적으로 질병청 책임이 크다", "청장이 덜 정치적이었으면 좋겠다", "자질이 안 된다", 심지어 "질병집계청"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지난 8월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들은 정부가 교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방역 실패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보건당국 관계자들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김순례 전 의원은 2018년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서 '바텀 알바'를 알고 있냐며 고압적으로 질의하던 도중 ''사퇴하라"고 거세게 요구한 적이 있다.


24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는 화이자, 얀센과 백신 도입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에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 요청에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백신도입을 자신들의 공으로 돌렸다.

정부의 실정을 공략해야 하는 야당의 처지는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유례없는 재난 상황에서 정략적으로 방역 당국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방역당국을 신뢰하고 힘을 모아야 감염병 재난 상황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정은경청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공격하며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국민의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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