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이인영-박근혜의 "우주의 기운" 같은가 다른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01.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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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장관의 신년사가 화제가 됐습니다. 신년사 가운데 ‘우주의 기운’이라는 표현을 두고 “(같은 표현을 쓰고 비난받은)박근혜가 불쌍하다”는 의견과 “(그런 의도가 아닌데) 언론사가 제목을 악질적으로 뽑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습니다.

페이스북 이미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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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은 지난 4일 영상시무식을 통해 “북한이 우리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대화와 협력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상반기에 남북협력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만 있다면 하반기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제 궤도에 본격 진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등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논란이 된 것은 연설문 중에 나온 ‘우주의 기운’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문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특한 화법 혹은 눌변을 비판할 때 종종 예로 드는 표현입니다.

우선 이 장관의 신년사의 ‘우주의 기운’이라는 표현은 영화 <토르>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이 장관은 “‘토르’라는 영화를 보면 9개의 세계가 일렬로 정렬할 때 우주의 기운이 강력하게, 또 강대하게 집중되는데, 이것을 컨버전스(Convergence)라고 합니다. 비유하자면, 이와 같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집중된 ‘대전환의 시간’이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했습니다(원문 전문). 통일부에 문의한 결과, 해당 원고는 이인영 장관이 최종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읽는 이에 따라 해석은 달라지겠지만, 다음 문장과의 맥락상 ‘우주의 기운’보다는 ‘컨버전스(convergence: 집중, 수렴)’라는 표현에 비중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여러 언론에서 기사의 제목에 ‘우주의 기운’을 언급했습니다. ‘악질적’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특정 단어를 고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 검색결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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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원문은 어떨까요? 박 전 대통령의 ‘우주의 기운’ 발언은 2015년 5월 5일 열린 ‘어린이날 꿈 나들이’ 행사에서 한 말입니다.

“이런 얘기가 있어요.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그래서 꿈이 이루어진다. 그런 아름다운 꿈이 꼭 이루어 질 거라고 생각을 하고…”

YTN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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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발언은 ‘혼이 비정상’ 등의 발언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비과학적인 인식을 비판하는데 많이 인용됐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도 어린이날 해당 발언이 있기 10일 전인 2015년 4월 25일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에서 “브라질의 문호, 파블로 코엘료는 연금술사라는 소설에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미래를 함께할 진실된 아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용한 것임을 밝혔습니다.

YTN 방송화면 갈무리
YTN 방송화면 갈무리

실제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는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결국 이인영 장관은 비유를 위해 토르라는 영화의 내용을 언급했고, 박 전 대통령은 책의 문구를 인용했습니다. 비유와 인용의 목적은 이 장관은 ‘집중’, 박 전 대통령은 ‘간절함’으로 보이지만, 해석은 각자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사의 제목만 보거나, 공유한 이의 의견만 보면 오해할 여지가 높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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