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코고리'에 돈받고 홍보해 준 언론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1.11 14: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주장하는 비강확장기 '코바기' 또는 '코고리'는 1996년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25년 동안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감염병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예방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판촉을 벌였다. 

이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천하종합(주)는 업체 블로그 등을 통해 "감마선을 이용한 나노파 바이러스 퇴치기로써 비강내 항균작용 99.8%하여 먹고 마실 때 쓰는 마스크로 애용되어 왔으며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를 물리치고 다스리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라고 선전한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코로나19 예방과는 관련이 없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업체가 20여년 동안 감염병 예방 능력이 있다며 판매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업체는 각종 특허와 인증, 수상실적, 언론보도를 근거로 다각적인 판촉 활동을 벌였다. 이 가운데 특허와 인증, 수상실적에 대해 뉴스톱은  <[팩트체크] '콧구멍 확장' 코고리가 코로나 예방?>, <[팩트체크] '코로나 예방' 주장하는 코고리, FDA 승인받았다?>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예방과는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밝혔다.

이번 회에는 천하종합(주)가 비강확장기에 불과한 제품을 감염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판매할 수 있었던 동력을 제공한 언론 보도에 대해 검증해 본다. 그동안 언론이 '코고리'에 대해 보도했던 내용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확인했다. 

출처: 네이버, 다음 '천하종합 코고리' 뉴스 검색 결과
출처: 네이버, 다음 '천하종합 코고리' 뉴스 검색 결과

 

◈ '콧구멍 확장기'에 코로나19 예방 효과 있다고 기사 써 준 언론들

포털사이트 뉴스 검색으로 '천하종합 코고리'를 검색하면 다수의 기사가 검색된다. 이 가운데 앞서 언급한 뉴스톱의 비판기사 2건과 최근 경향신문의 <논란의 '신개념 마스크' 식약처·특허청 단속 나선다>를 제외한 기사는 업체의 주장을 아무런 검증없이 받아쓰거나 제품 기부를 홍보해주는 동정 기사 또는 기사의 형식을 빌린 광고인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혹은 '인포머셜'(informercial)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검색에선 30개 매체가 해당 제품의 홍보성 기사를 게재했다. 일간스포츠(5회), 데이터넷(4회), CCTV뉴스(3회), 아이티데일리(3회), 뉴스메이커(3회), 헤럴드경제(2회), 한국경제(2회), 한국미디어뉴스통신(2회) 등이 두 차례 이상 기사를 내보냈다. 모두 감염병 또는 호흡기 질환 예방 효과에 대한 업체에 주장만 실었을 뿐 별다른 검증 시도를 찾아볼 수 없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검색에선 18개 매체가 해당 제품의 홍보성 기사를 게재한 것으로 검색된다. 한국경제가 14회로 가장 많았고 헤럴드경제(4회), 데이터넷(4회), CCTV뉴스(3회), 뉴스메이커(3회), 아이티데일리(3회), 머니투데이(2회)가 두 차례 이상 해당 제품의 홍보성 기사를 게재했다.

책임있는 언론이라면 각종 질환 예방 효과를 주장하는 제품에 대해 최소한의 검증은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매체들이 검증을 소홀히 한 사이에 인포머셜을 근거로 천하종합(주)는 코로나19 예방 효과까지 주장하면서 매체들에 실린 기사를 판촉의 근거로 활용했다.

 

◈방영된 적 없는 YTN life, 머니투데이방송 홍보영상도 사용. 

출처:YTNlife, 머니투데이방송 방송화면 캡처
출처:천하종합(주)가 출연했다고 주장하는 방송들. 유튜브 캡처

천하종합(주)는 YTN의 자회사 YTN Iife에서 제작하는 '비즈코리아' 2020년 4월16일 28회 방송에 출연했다고 홍보한다. 유튜브와 천하종합(주) 홈페이지 등에서 검색되는 이 방송은 YTNlife 로고가 선명하고 유명 개그맨이 진행하는 등 어엿한 방송 포맷을 갖추고 있다.

해당 방송은 천하종합(주)를 '자사제품을 이웃에게 나눠주면서 주변 이웃을 돕기위해 나선 기업'이라고 소개한다. 비강확장기로 등록된 '코고리'를 '호흡기 질환 예방 건강보조기구 코 마스크'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라는 표현은 없지만 "현재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를 예방 차단하여 국민의 불안감을 없애고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전세계에 보급할 계획"이라는 업체 대표의 발언을 내보낸다.

뉴스톱이 YTNlife에 게시된 전화번호로 확인한 결과는 의외였다. 영상을 제작한 외주업체로 연결됐다.  이 외주업체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해당 제품이 YTN 또는 YTNlife를 통해 방영됐다고 기사를 쓰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버젓이 방송사 로고가 박힌 프로그램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말이다.

영상 업체 관계자는 "외주 제작사가 홍보영상을 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YTN 본사의 심의과정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아 방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질병 예방 주장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동영상에 대해선 "YTNlife 브랜드 사용을 금지하는 공문을 보내 조치하겠다"며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가 있는 미방영 분량의 동영상은 신속히 삭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주제작사는 천하종합(주)가 홍보영상 제작에 얼마를 지불했는지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업체가 의뢰를 해서 비용을 지불할테니 홍보영상을 찍어달라고 했냐'는 뉴스톱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천하종합(주)는 머니투데이방송 영상도 홍보한다. 이 업체는 지난해 2월28일 머니투데이방송을 통해 자사 제품이 방영됐다고 주장한다.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에선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천하종합(주) 관계자들의 발언이 아무런 여과없이 전해진다.

이에 대해 머니투데이방송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해당업체의 영상은 방송되지 않았다"며 "업체의 홍보 실태를 파악한 이후 해당 업체에 영상 사용 금지를 통보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언론들이 코고리와 같은 유사과학 제품을 검증없이 홍보해줘 피해자가 속출하게 됐다. 정확한 금액은 파악이 안되지만 언론은 보도 대가로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초적인 검색만 해봐도 해당 제품이 질병 예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음에도 다수의 언론은 아무런 검증 없이 홍보성 기사를 썼다. 기사를 쓴 기자들은 정말 코고리가 코로나19 및 호흡기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을까? 


2021.01.12 16:17 기사수정: 기사 하단에 YTNlife 관계자로 인용된 취재원은 영상 외주제작사 관계자로 확인돼 이를 바로 잡았습니다.

 


2021.01.12 22:40 YTNlife 측의 반론 추가: YTNlife는 "2020년 4월16일 28회 '비즈코리아'를 방송한 사실이 있습니다. 본 프로그램은 방송심의규정에 따라 업체명과 제품명을 직접 표현되지 않도록 하고 자체심의를 거쳐 방송했습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어 "YTNlife는 교양정보채널로 '언론'이 아니고 '보도'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그러나 생활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시청자에게 알찬 내용,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드리기 위해 심의를 강화하는 등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YTNlife는 천하종합(주)가 출연한 동영상 관련해선 "해당 방송과 관련한 인터넷 등에 게시된 동영상은 삭제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