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산재 사망, 건설업·추락 절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1.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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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톱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사고 조사보고서를 전수분석했다. 출근길에 나섰다 집으로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의 사망 실태는 충격적이다. 떨어짐, 끼임 등 어이없는 원인으로 목숨을 잃은 경우가 태반이었다. 사망자의 절반 이상은 제조업, 건설업에서 쏟아져나왔다.

뉴스톱은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안전보건공단의 2020년 중대재해 조사 의견서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뉴스톱이 확보한 자료엔 사망자가 762명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 수를 882명으로 집계했다. 2019년(855명)보다 27명 늘어난 것이다.  뉴스톱 입수 자료와 사망자 수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수사중인 사건과 치료 중 사망한 경우 등이 미집계 됐기 때문이다.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후진국형 재해 추락·끼임이 절반

안전보건공단 보고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추락(떨어짐)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327명(42.9%)이다. 끼임(협착)사고가 그 다음으로 많았고 75건(9.8%)을 기록했다.

추락사고는 안전 장구와 시설을 갖추면 대부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후진적 재해다. 재해예방 당국은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 폭 30cm 이상의 작업발판을 설치하거나 지붕 구조물의 파손에 대비해 추락방호망을 치는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추락 사망사고 현장에선 대부분 이런 사고 방지 장치를 찾아보기 어렵다.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산재사고 사망 건설업·제조업이 78%

건설업이 405건(53.1%)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사망자 수는 438명이 보고됐다. 이 가운데 원청 노동자는 198명이었다. 하청 노동자인 사망자는 240명으로 원청보다 많았다.

제조업에선 190명(24.9%)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원청 노동자가 138명, 하청 소속은 52명이었다.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사고로 인한 산재사망의 78%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사망사고, 지붕-고소작업대-개구부-사다리-비계·지게차 순으로 발생

산재 사고 사망의 원인물을 분석해봤다. 사고 원인이 '지붕'으로 지목된 사례가 48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부분은 건물 지붕에서 작업을 하던 중 떨어져 숨진 사례이다. 이어 고소작업대(30건), 개구부(29건), 사다리(27건), 비계·지게차가 각각 22건을 기록했다.

안전 당국은 지붕 작업을 할 경우 안전모, 안전대 등 적절한 보호 장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한다.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소규모 사업장 사고가 압도적

대부분의 산재 사망 사고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건설업 사망사고(405건) 중 도급순위 100위 이상 기업이 원청 사업자인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42건에 불과했다. 즉 건설업에서 도급순위 100위권 밖의 사업장에서의 산재 사망이 405건 중 363건으로 89.6%를 차지한 것이다.  공단 자료에는 사업장 규모에 따른 분류는 나와있지 않지만 사망 사고 다수가 50인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를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법)은 공포일 이후 1년이 지난 뒤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포일로부터 3년이 지난 뒤 시행된다. 소규모 사업장이 재해 예방 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지원과 계도를 통해 사업 현장의 예방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5인미만 사업장의 산재사고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실제 산재 사망자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한 <2019년 산업재해발생현황 평가>에 따르면 2019년 사고 사망자중 5인미만 사업장 비율이 35.2%, 5인이상 50인미만 사업장이 42%로 전체 77%를 차지했다. 작은 사업장에 대해서 엄격하게 관리를 하지 않으면 산재 사망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 힘들다는 의미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9년 산업재해발생현황 평가' 자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9년 산업재해발생현황 평가' 자료.

 

◈산재 사고, 왜 줄이지 못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월10일 신년사에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하여 2022년까지 산업안전을 포함한 3대 분야의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건설·조선 등 사고 다발 고위험 분야 집중 관리, 현장관리 시스템 체계화, 안전우선 문화 확산 등 내용을 포함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의결했다. 이때 정부는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수) 절반 감축’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전년(855명)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정부의 계획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생명과 안전보다 속도와 효율, 경제성을 우선하는 산업현장의 해묵은 관행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추락, 끼임 등 중대재해 위험요인의 근절을 위해 추락위험 방지조치, 끼임위험 방지조치, 필수 안전보호구 착용 등의 3대 안전조치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 위험요인 근절 3대 안전조치>

① 추락위험 방지조치: 안전난간, 개구부 덮개, 추락방지망 설치 등

② 끼임위험 방지조치: 컨베이어, 파쇄기 등의 안전장치 설치, 수리‧점검시 운전정지 등

③ 필수 안전보호구 착용: 안전모, 안전대, 안전화 지급 및 착용, 상시점검 등

◈고용노동부의 당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브리핑을 마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대재해의 획기적 감축은 어려운 목표입니다.

○ 하지만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습니다.

○ 아침에, 저녁에 일터로 나간 발길이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 그러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사회 전체가 안전을 중시하고 재해를 예방하는 기본 인프라를 갖추고, 사람 중심 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 따라서 기업은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정립하고, 노동자는 안전이 곧 일상이라는 안전문화 정착이 이루어지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부탁드립니다.

중대재해법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줄어들지 않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사업주가 원·하청 노동자에 대한 책임있는 안전 조치를 강구하라는 취지이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그저 비용으로만 취급하지 말고 그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라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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