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원전문서 제목 v가 대통령을 뜻한다는 오세훈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2.0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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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오세훈 전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추진 문건'에 대해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산자부가 공개한 문건이 검찰의 공소장에 기재된 문건과 다르고 파일명에 포함된 'v'라는 이니셜이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오세훈 전 의원 페이스북
출처: 오세훈 전 의원 페이스북

◈공소장에 적힌 파일명 확인은 했나?

오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KBS 9시 뉴스를 통해 보도된 문건의 제목은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hwp'입니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에 기록된 문건의 제목은 ‘180616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_v1.2.hwp'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난 문제의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 파일은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_v1.1.hwp>과 <180515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_v1.2.hwp>두 개이다. 오 전 의원이 적시한 '180616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_v1.1.hwp'은 검찰 공소장 범죄일람표에서 찾아볼 수 없다. v1.1 파일은 2018년 5월14일에, v1.2 파일은 다음날인 2018년 5월15일에 작성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오 전 의원이 적시한 '180616'으로 시작하는 파일은 범죄 일람표에 없다. 오 전 의원 측에서 자료를 작성하던 중 오타를 냈거나 전혀 엉뚱한 내용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파일명에 포함된 V는 대통령 지시?

출처: 파일삭제 혐의 산자부 공무원 공소장(SBS 홈페이지)
출처: 파일삭제 혐의 산자부 공무원 공소장(SBS 홈페이지)

오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는 문건 제목의 ‘v' 라는 이니셜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v' 가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대통령을 vip라고도 칭해 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v' 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정부 내에서 어떠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당사자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불철주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에 몰두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검토했다? 과연 상식에 맞는 해명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첨언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검토였다는 주장이다.

 

◈V는 버젼으로 보는 게 타당

뉴스톱은 SBS가 공개한 산업부 공무원들의 공소장을 검토했다. 그 결과 파일명의 V는 대통령을 지칭하는 vip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적시한 삭제 파일은 모두 530개에 이른다. 파일명에 V가 포함된 파일은 89개에 이른다. 파일명에 쓰인 v는 v1.0 등 숫자가 포함돼 작성된 파일이 대부분이다. 검토됐다는 의미로 쓰인 REV, 프랑스원전 기업인 AREVA에 포함된 v도 눈에 띄었다.

숫자와 함께 쓰인 v1.0 등의 파일명은 대부분 수정본을 일컫는 'version'으로 판단된다. 공소장 원문을 검토해보면 'V'는 version을 뜻한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2019년 12월 2일 0시6분19초부터 삭제한 것으로 파악되는 '180610 대통령 에너지전환(원전) 보고_원전 국_v(BH 수정요청 반영 재제출).BAK' 파일을 보면 명확하다. 이 파일은 모두 4차례 수정됐는데 파일명이 각각 v(BH 수정요청 반영 재제출), v(BH 수정요청), v(제출), v(지역 보완대책 중심)으로 수정사항을 반영한 명칭으로 작성돼 있음을 볼 수 있다.

출처: 산업자원부 자료 삭제 공무원 공소장(SBS 홈페이지)
출처: 산업자원부 자료 삭제 공무원 공소장(SBS 홈페이지)

◈V=vip(대통령)?

오 전 의원은 파일명의 v가 대통령을 가리키는 vip를 줄인 말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공소장 범죄일람표에서도 볼 수 있듯 파일명에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별다른 은어를 사용하지 않고 적혀있다. 오 전 의원 주장대로 'v'가 대통령을 가리키는 은어라면 '180610 대통령 에너지전환(원전) 보고_원전국_' 등의 파일명에서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v'로 대체돼야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산업무 공무원은 BH란 단어를 문건 제목에 사용하고 있다. BH는 블루하우스(Blue House)의 줄임말로 정치권과 관가에서 청와대를 지칭할 때 사용한다. 'BH 수정요청'이란 제목의 의미는 청와대에서 이 문건을 검토한 뒤 수정을 요청해 다시 작성했다는 의미다. 굳이 v를 VIP를 뜻하는 의미로 사용할 이유가 없다. 예를 들면 위 256번 문건 제목은 <180610_대통령 에너지전환(원전) 보고_원전국 v(BH 수정요청)>이다.  제목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이 문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원전국에서 2018년 6월 10일에 작성 했으며 내용은 에너지전환과 관련해 원전(처리방안)을 다룬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사전 혹은 사후에 청와대에서 수정요청이 와서 다시 작성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극비리에 북한지역에 원전 건설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제기의 표적이 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파일은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_v1.1.hwp>과 <180515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_v1.2.hwp> 두 개이다. 파일명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 산자부 내에서 검토됐다는 것과, 2018년 5월14일에 버전1.1 파일이 작성됐고 2018년 5월15일에 이를 수정한 버전 1.2 파일이 작성됐다는 것이다.

범죄일람표에 포함된 'v'자가 포함된 많은 다른 파일들이 'v'가 수정본을 나타내는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톱은 파일 삭제 산업부 공무원의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 및 일람표에 표기된 파일을 모두 검토했다. 그 결과 파일명의 'v'는 대통령을 지칭하는 vip의 축약어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수정됐음을 알리는 version의 줄임말임이 명확해 보인다.

오 전 의원은 "흔히 대통령을 vip라고도 칭해 왔음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것 외에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범죄일람표에서 제시된 파일명을 모두 살펴본다면 'v'가 vip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스톱은 산자부 공무원이 삭제한 파일의 'v'가 'vip', 즉 대통령을 지칭한다는 오 전 의원의 주장을 '전혀 근거 없음'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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