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LG·삼성 공기청정기 '바이러스·세균 99.9% 제거'?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2.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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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관련 업계의 마케팅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생활 조건과 현격히 다른 실험 조건을 제품 성능으로 광고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뉴스톱은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공기청정기의 미생물 제거 효능 광고 실태를 점검했다. 

출처: LG전자 홈페이지
출처: LG전자 홈페이지

 

◈LG전자, "99.9% 바이러스 제거" … 필터에 바이러스 달라붙지 않는다는 뜻

LG전자는 LG퓨리케어360 공기청정기를 판매하고 있다. LG 전자는 자사홈페이지를 통해 이 제품에 대해 "트루 토탈케어 필터 시스템을 사용", "항바이러스/항균 기능으로 더 안전하게", "바이러스 99.9% 제거", "유해균 99.9% 제거"라는 문구를 사용해 홍보한다.

하단에 첨부된 실험 조건을 설명하는 제한사항(disclosure)까지 주의 깊게 읽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이 홍보 문구만 보고 '이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면 실내 바이러스가 99.9% 제거된다'는 뜻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제시된 실험 조건은 실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항바이러스 99.9 % 제거 시험 조건'은 항균필터와 PET부직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항균필터와 PET부직포에 쥐 코로나바이러스(mouse hepatitis virus)를 놓고 18시간이 지난 뒤 바이러스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파악하는 실험이다.

즉, 이 실험은 항균 필터에 바이러스가 달라붙은 뒤 18시간이 지났을 때 바이러스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일 뿐이다. 실생활 조건에서 공기청정기를 가동시켰을 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제거되는지를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홍보문구는 "바이러스 99.9% 제거"라고 표시했다.

실생활 조건에 적용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필터를 통과하기 전 후의 공기에 바이러스가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파악하는 실험을 해야한다. 100㎡에서 사용하도록 권장되는 제품이라면 100㎡ 규모의 실험시설 안에서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고 가동 전후의 미생물 수치의 변화를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전기살균시스템으로 세균 99% 살균" … 필터 속에 남아있는 세균 없다는 뜻

출처: 삼성전자 홈페이지
출처: 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전자는 비스포크큐브에어라는 공기청정기를 판매한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에 대해 전기살균시스템을 사용해 세균 99%를 살균한다고 광고한다. 살균 플러스 집진필터는 산화아연항균 섬유로 바이러스 및 세균 증식을 방지한다고도 설명한다. 

산화아연항균 섬유는 LG전자와 마찬가지로 필터의 항균·항바이러스 성능을 설명한 것이다. 실험 역시 필터에 바이러스와 세균이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전기살균시스템은 "정전커버가 세균에 전기 극성을 부여하고, 살균커버가 필터에 전기장을 발생시켜 집진필터에 포집된 세균 99 % 살균"한다고 설명한다. 실험 방법은 "집진필터에 균을 주입한 후 강풍으로 3시간 동안 작동한 후 작동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살균율을 계산함"이라고 서술한다. 실험 대상은 집진 필터 집어넣은 균이 남아있는 정도이다. 실생활 조건과는 다르다. 

"바이러스·세균 걱정 줄여주는 UV 플러스 안심 살균" 기능에 대한 설명도 있다. 그렇지만 자외선(UV-C) 램프를 제품 가장자리에 설치했을 뿐이다. 이 램프로 인해 살균효과가 발휘되는 부분은 팬 가장자리로 제한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바람이 일어나는 부분은 세균이 달라붙지 않고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세균이 달라붙을 수 있는 가장자리 부분에 UV램프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UV램프는 실내 공기 중에 떠도는 미생물을 살균하는 용도가 아닌 셈이다. 

종합해보면 삼성전자 공기청정기 제품의 실험 방법도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실생활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제품 가동 전후 생활공간의 공기 중에 함유된 미생물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실험하는 방식이 아니다.

공기 중 미생물을 제거하는 성능을 실험하려면 미세먼지 제거 효능에 대한 실험처럼 챔버 시험(일정 부피의 실험 공간에 부유 미생물을 넣고 제거 효능을 측정)이 필요하다. 가급적 실생활 조건과 유사하도록 실험 부피도 공기청정기 권장 면적과 유사해야 한다. 

 

◈공정위 2018년 이후 매년 공기청정기 부당광고 단속

공기청정기 업계의 부당광고는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이후 매년 공기청정기 업체의 부당 표시·광고 행위를 단속했다. 2018년엔 삼성전자, LG전자 등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7곳이 부당 표시·광고 행위로 적발됐다. 

당시 공정위는 "7개 사업자는 공기청정 제품의 바이러스, 세균 등 유해 물질 제거 성능에 대해 극히 제한적인 조건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를 근거로 광고하면서, 실험 결과라는 점 자체를 은폐하거나 극히 제한적인 실험 조건을 은폐하고, 실험 결과인 “99.9%” 등의 수치만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99.9% 등의 실험 결과는 사실이지만, 어떠한 조건에서 도출된 실험결과인지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로서는 제품 성능에 대해 오인할 우려가 있으므로, 소비자 오인을 제거하기 위한 제한사항이 상세히 표기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가 제품 성능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실험 조건이나 실험 결과의 제한적인 의미 등 명확한 내용의 제한사항이 상세히 기재되지 않은 이상 광고의 기만성이 인정된다"고 위법성 판단 기준을 밝혔다.

2018년 단속 이후 공기청정기 업계의 광고 관행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제조 업체들은 홈페이지에 성능 실험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99.9%라는 효능을 강조하는 글자는 크고 눈에 잘 띄게 꾸며놨고 실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글자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삼성전자는 관련 실험 정보를 <BESPOKE 큐브™ Air 특장점 자세히 보기>라는 토글 스위치를 클릭해야 표출되도록 설정해놨다. 눈에 불을 켜고 찾지 않으면 실험 조건이 어땠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뉴스톱은 "바이러스 제거 99.9%" 등을 내세운 공기청정기 제조업체들의 광고실태를 점검했다. 효능을 광고하는 문구는 대부분 제한된 조건의 실험을 바탕으로 도출한 결과였다. 실생활 조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험실에서 소규모로 시행된 실험 결과로는 실생활 조건에서 바이러스를 얼마나 제거할지 유추할 근거로 삼기에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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