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미 텍사스 정전 풍력발전이 얼었기 때문?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2.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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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의 기승전 원전이 텍사스 정전 사태에서도 되풀이됐다. 기록적인 한파로 모든 발전 시설에서 출력 저하 및 발전 정지가 보고됐는데도 정전의 원인은 유독 풍력에서 찾는다. 과연 타당한 지적일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한국경제 홈페이지
출처: 한국경제 홈페이지

◈텍사스 정전 사고의 원인 - IEA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월15일부터 시작된 미국 텍사스의 순환정전 사태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한파로 인해 예측보다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천연가스 생산량이 감소했으며, 발전 장비들이 한파로 인해 중단됐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홈페이지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홈페이지

텍사스 지역의 순환정전 사태 이후 미국 내 보수 진영은 재생에너지, 특히 얼어붙은 풍력발전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풍력 발전이 이번 사태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IEA는 "텍사스 전력 수요의 대부분은 천연가스로 충족된다"며 "(평상시보다) 수요가 늘어난 분량은 거의 전부를 가스 발전으로 충당하는데 추운 날씨가 가스 생산을 저해했고, 가스정이 얼어붙어 중남부(편집자주-텍사스, 아칸소,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가스 생산량이 20% 감소했다. 그 결과 발전소에 공급분의 부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ERCOT(텍사스 전기신뢰성위원회) 댄 우드핀 선임국장에 따르면 가동 중지된 풍력 발전 용량은 3.6~4.5GW이다. 이는 전체 부족분 전력(30~35GW)의 13% 미만이다. 

한국경제가 주장하는 "끊긴 전력 중 33%"는 사실과 다르다.

 

◈그나마 이 정도는 원전 덕분?

 

출처: 미국 에너지국(DOE)
출처: 미국 에너지국(DOE)

 

IEA는 한파로 인해 텍사스 주의 모든 발전 장비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가스 발전은 31GW 풍력은 2월 15~16 일 평균 2.5G~3GW) 감소했고, 석탄 발전소는 정격 용량보다 40 % 아래로 운영되고 있으며, 원전은 4개 가운데 1개가 급수 펌프의 손상으로 정지됐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국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발전량에서 원전의 비중은 10%에 그친다. 천연가스(45%), 재생에너지(26%), 석탄(19%)보다 적고 수력(2%) 보다 많다. 텍사스주에는 모두 4기의 원전이 설치돼 있는데 이번에 정지된 것은 사우스 텍사스 1호기이다. 한파로 인해 급수펌프가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정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연중 따뜻한 텍사스의 기후 조건 때문에 한파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전도 다른 발전시설과 마찬가지로 기록적인 한파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 정지됐다. 게다가 원전은 10% 안팎의 전력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쳤고, 그마저 1기가 정지되면서 텍사스의 전력부족을 부추겼다. 모든 조건에서 변동없이 전력을 공급해 기저 전력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원전의 자부심에 금이 간 셈이다.

 

◈풍력발전기에 해빙제 뿌려야?

출처: BBC 홈페이지
출처: BBC 홈페이지

텍사스 순환 정전 사태와 맞물려 한장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거대한 풍력발전 터빈 날개가 얼음에 덮여있고 헬리콥터가 날개에 액체를 분사해 얼음을 제거하는 사진이다. 하지만 이는 텍사스와는 관련이 없다. BBC는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사진은 실제로 스웨덴의 풍력 터빈에서 뜨거운 물을 사용하여 얼음을 제거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BBC는 이 사진을  스웨덴 기업인 Alpine Helicopter가 발표한 2016년 보고서에 포함된 풍력 터빈을 위한 "공중 제빙 솔루션" 시연 장면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주간동아는 "미국 텍사스주 풍력발전기가 한파에 얼어버린 적이 있다. 한겨울 신안풍력도 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비유컨대 헬기 2000여 대가 ‘남산타워(풍력발전기)’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해빙액을 뿌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겨울 망망대해에서 사람이 200m 높이 타워에 올라가 얼음을 녹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뿌려댄 해빙액은 양식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혹한기 터빈의 정상운영을 위해 날개 부분(블레이드)에는 제빙장치 장치가 돼 있고, 풍력 발전 타워 안의 시스템보호를 위해 자동 난방 장치가 장작돼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북유럽 일부 국가들에 설치되는 터빈에 적용됐지만 최근에는 이상기후로 인해 한파 피해 방지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는 게 풍력 산업계의 설명이다.


정리해보면 텍사스 정전의 원인을 얼어버린 풍력 발전 탓이라고 주장하는 보수·경제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텍사스 정전은 인류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기록적인 한파 때문에 발전 시스템이 동시 다발적으로 멈춰서면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텍사스 전력 당국에 의해 이미 규명됐다. 굳이 최대 원인 제공자를 따지자면 전력 공급 비중이 가장 큰 천연가스이다.

원전 때문에 그나마 피해를 줄였다는 논리도 사실과는 맞지 않는다. 365일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는 원전은 4기 중 1기가 한파의 영향으로 정지됐다. 

얼어붙은 풍력 발전기 날개를 녹이기 위해 헬기를 동원해 해빙액을 뿌려야 하고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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