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중앙일보 "한국 온실가스 감소는 원전 덕"은 사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2.2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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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이유를 원전에서 찾았다. 빌 게이츠까지 들먹였지만 결국 기승전 '원전' 보도에 사례 하나만 추가됐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원전 덕?

중앙일보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석탄·LNG(천연액화가스) 발전으로 배출한 온실가스양은 2억2010만2000CO2eq로 2019년 배출량(2억4514만5000CO2eq)과 비교해 10.2% 감소했다"며 "탄소 배출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주요 배출원인 석탄발전을 원전이 대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탄소배출이 줄어든 이유는 석탄발전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과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추진 중인 '탈석탄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정부는 탈석탄과 탈원전 두축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한다. 중앙일보는 2019년과 지난해 자료를 비교해 석탄 발전량은 줄고 원전 발전량은 늘어났으므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원전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야를 2016년부터로 넓혀보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원전의 발전량 비중은 2016년 30%였다가 지난해 29.3%로 줄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같은 기간 4.1%에서 6.9%로 늘었다. 중앙일보가 계산한 온실가스 배출량도 2016년에 비해 2020년이 더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2016년 대비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것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관점의 차이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석탄 발전이 줄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효율 낮다? 

중앙일보는 "신재생에너지도 원전처럼 탄소를 배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는 영향이 미미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 보급 수준이 떨어지는 데다, 기후 등 외부요인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전력거래소의 ‘피크 시간대 발전원별 발전량 및 비중’ 자료를 보면 폭설이 내렸던 지난달 1~14일 피크 시간 대 태양광 발전량 비중은 0.4%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뉴스톱이  <[팩트체크] '피크타임 태양광 무용지물'이라는 중앙일보 왜곡보도> 기사를 통해 팩트체크한 내용이다. 중앙일보와 윤영석 의원은 전력거래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자가소비용 태양광 발전량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켜 재생에너지 역할을 축소·왜곡했다.

중앙일보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을 인용해 “신재생에너지만는 외부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석탄 발전을 모두 대체할 수 없다”면서 “탄소 제로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배출이 적고 값싼 기저 전력인 원전도 함께 가야 한다”고 전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중앙일보 지적대로 재생에너지는 햇빛, 바람 등 자연에서 오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간헐성이라는 약점을 지닌다. 흐리거나 밤엔 태양광 발전이 어렵고, 바람이 약하거나 불지 않으면 풍력 발전이 어렵다. 때문에 이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함께 갈 수 없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체 전원은 켜고 끄는 것이 쉬워야 한다. 때문에 가장 경직성이 큰 기존 원전은 재생에너지 시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원이 아니다. 향후 60년 동안 진행될 탈원전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무한한 천연자원인 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을 높이고 간헐성을 보완할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다.

오는 3월11일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도 사고현장에서 핵연료 잔재물을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사고처리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원전산업계와 보수 진영의 주장처럼 원전은 더 이상 '값싼' 전원이 아니다. 한파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던 텍사스의 원전은 4기 중 1기가 정지됐다. 갈수록 기후 변동의 폭이 커지는 상황에 누구도 안전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뉴스톱은 중앙일보의 해당 기사를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발전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원전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다. 석탄 발전이 줄었기 때문이다. 분석기간을 늘려보면 2016년 대비 지난해 원전 비중은 줄었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커졌다.

재생에너지의 기여가 미미하다는 기존 자사 보도를 인용한 부분은 이미 뉴스톱이 팩트체크를 통해 데이터를 왜곡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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