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국회의원은 왜 12월에 몰아서 법안을 발의하나?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18.12.24 04: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기국회가 끝났다. 해마다 9월 1일부터 100일간, 국회의 성과는 대부분 정기국회 기간 중 맺는다. 국회법에 따라 2월, 4월, 6월, 8월에 임시국회가 열리고, 나머지 기간 중에도 수시로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국회의 집중도나 효율성을 보면 정기국회와 비할 수 없다. 교섭단체대표연설, 대정부질문, 정부의 예산안 시정연설, 국정감사, 예산안과 법률안 심의로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본회의장이 있는 국회본청 뿐 아니라 의원회관,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심지어 국회도서관까지 이 기간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12월 8일 새벽, 비록 법정처리시한을 넘겼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2018년 정기국회는 예산안 처리를 마지막으로 정기국회를 마무리했다. 이제 국회는 휴회기에 들어갔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경쟁이 있다. 법안실적을 올리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원들의 마무리 스퍼트. 

① 정부는 법안을 12월에 얼마나 몰아내나

정부는 매년 1월 국회에 '법률안 제출계획'을 제출하고, 통상 가을에 수정이나 변경계획을 다시 보낸다. 2018년의 경우 연초에 347건을 제출하겠다고 통보하고, 9월에 53건은 철회하고 54건을 새로 추가하여 348개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변경계획을 보냈다.

실제 계획을 다 지키지는 않는다. 올해의 경우 오늘(12. 21.)까지 252건의 법안을 제출하여 계획대비 72%에 불과한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338건을 제출한 2016년의 경우에도 90%를 넘기지 못했다.

정부의 법률안제출계획 통지의무는 정부의 법률안 분산제출유도와 국회의 법안심의 강화를 위해 도입되었다. 계획에 따라 법안이 제출되어야 국회는 필요한 의사일정을 마련하고, 관련 법률에 대한 연구, 여론수렴 등 입법과정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계획을 크게 변경하거나 계획에 미달한 정부의 법안제출은 국회의 입법권을 약화시킨다.

더 중요한 문제는 12월에 법안을 몰아서 제출한다는 점이다. 해마다 그 정도는 다르지만 정기국회 법안심의가 다 끝난 이후에 법안을 제출하면 당연히 모든 심의절차는 다음 해로 넘어간다. 극히 일부는 살아서 다행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지만 대부분 내년도 정기국회가 열려야 심의가 가능하다.

2016년 정부가 제출한 법안 중 27%가, 2017년은 19%가 12월에 제출했다. 정부 법안이 국정운영의 방향을 보여주고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면 12월에 법안을 몰아서 제출하는 정부는 양적 목표달성이라는 점 외에 좋은 점수를 줄래야 줄 수 없다. 정부점수: C-

 

② 국회의원도 애용하는 '12월 법안 발의'

국회의원들이 12월에 법안을 발의하는 비중은 정부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하지만 국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임을 고려하면 국회의원들의 ‘12월 법안’ 사랑도 그 열기는 뜨겁다.

국회의원들의 12월 법안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국회의원들에게 법안발의 건수는 국회 외부의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평가를 의식한다. 즉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나 입법활동 평가가 법안발의점수나 본회의를 통과한 가결점수같은 양적인 지표에 기반을 두고 있는 탓이다. 정량평가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었지만 법안의 내용을 가지고 평가하거나 법안의 준비과정에 들어간 시간과 전문성 등을 고려하기 어려운 까닭에 쉽사리 바뀌기는 어렵다. 국회의원 점수: B-

 

③ 12월의 ‘밀어내기’ ‘무더기’ 입법은 왜 문제인가

정부의 12월 입법은 앞서 살펴본 대로 국회의 입법권을 약화시킨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법안의 본회의 통과율을 보면 정부제출법안의 중요성은 더욱 확실해진다.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과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의 본회의 통과율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정부법안은 대통령의 공약과 정부의 국정과제 방향을 보여주는 법률적 장치다.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은 여야를 넘어 국회가 우선적으로 심의하고 필요하면 대안을 찾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따라서 정부법안이 부실하거나 늦어지는 경우 국회의 입장은 차치하고라도 대통령 정책이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통령 정책의 지체는 그 정책의 찬반여부를 떠나 결국 변화의 기회를 놓치고 잘못을 바로잡는 시간을 잃는 것이다. 12월, 늦어도 너무 늦었다. (모든 자료 출처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조현욱 팩트체커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과 법학,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잡다한 관심과 호기심을 국회와 입법정책 연구로 해소하고 있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