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유기농이 아니어도 좋은 과일·채소는 사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3.03 12: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학·건강 매체 '코메디닷컴'은 <유기농이 아니어도 좋은 과일, 채소 5>라는 기사를 최근 내보냈다. 해당 기사는 양파, 버섯, 가지, 배추, 수박을 사례로 꼽았다. 이 다섯가지 과일과 채소는 재배과정에서 농약을 거의 쓰지 않기때문에 유기농 여부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기사의 취지다. 

출처: 코메디닷컴 홈페이지
출처: 코메디닷컴 홈페이지

코메디닷컴의 이 기사는 <리브스트롱닷컴>이라는 미국의 건강정보사이트의 2020년 3월 <15 Foods You Don't Always Need to Buy Organic>이라는 글을 번역한 것이다. 이 글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환경워킹그룹(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이 발표한 '2020 Clean Fifteen list'를 소개한다. 잔류농약이 가장 적은 과일·채소 15종을 선정한 목록이다. 잔류농약이 적기 때문에 굳이 유기농을 사먹지 않아도 농약 걱정을 덜해도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리브스트롱닷컴이 기사에 언급한 과일·채소 15종은 아보카도, 스위트콘, 파인애플, 양파, 파파야, 스위트피(꼬투리 완두콩), 가지, 아스파라거스, 컬리플라워, 캔털로프(멜론), 브로콜리, 버섯, (양)배추, 허니듀(멜론), 키위이다. 그런데 이를 번역 소개한 코메디닷컴 기사는 원문과 동떨어져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①버섯, 농약 필요 없음? - 느타리, 양송이 등엔 사용

 

출처: 한국작물보호협회 홈페이지
출처: 한국작물보호협회 홈페이지

 

코메디닷컴은 "버섯은 균류로서 재배 시 비료나 농약이 필요 없기 때문에 유기농 버섯을 따져 사지 않아도 된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는 미국 EWG와 리브스트롱닷컴의 설명에는 들어있지 않은 문구이다. 게다가 국내 상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작물보호협회에 따르면 버섯에 사용되는 농약은 살충제와 살균제 67종이 허가돼 있다. 농약을 사용하는 대상 작물도 느타리버섯, 양송이버섯, 표고버섯 등 다양하다.

뉴스톱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이찬중 박사에게 직접 확인했다. 이 박사는 "재배 형태에 따라 일부 느타리, 양송이, 표고버섯엔 등록된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버섯이 나올 때는 절대로 농약을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고 준비 단계에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등 병 재배 또는 봉지 재배 형태의 버섯에는 농약을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농가에서 사용 규정을 준수할 경우 절대로 잔류 농약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버섯을 조리하기 전에는 흐르는 물에 먼지를 털어내는 정도로만 씻어도 된다는 게 이 박사의 조언이다.

왼쪽부터 허니듀 멜론, 캔털루프 멜론, 수박. 완전히 다른 종이다.
왼쪽부터 허니듀 멜론, 캔털루프 멜론, 수박. 완전히 다른 종이다.

 

②수박? - 리스트에 없는 항목

코메디닷컴은 "수박은 흙에 비료를 뿌렸다 하더라도 두꺼운 껍질이 그 성분이 내용물까지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다만 수박 껍질을 요리할 때 충분히 씻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수박은 리브스트롱닷컴 글에도, EWG의 'Clean 15 2020'에도 들어있지 않다. 코메디닷컴이 자의적으로 끼워넣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캔털루프 멜론과 허니듀 멜론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한국에서는 멜론보다는 수박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수박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 사진에서 보듯이 수박과 캔털루프 멜론, 허니듀 멜론은 완전히 다른 종이다. 

코메디닷컴은 이어 "아보카도, 아스파라거스, 자몽, 키위, 콜리플라워 등의 식품들도 굳이 유기농으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적었다. 그러나 '자몽' 역시 아무데도 들어있지 않다. 자몽에 잔류농약이 적을 수도 있지만 원문에 없은 것이라면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국내 농업 전문가들은 이 기사에 의문을 나타낸다. 농약을 규정된 사용법(목적, 용량, 시기 등)에 맞춰 사용하면 잔류농약은 기준치 미만으로 검출돼 위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일치된 목소리다. 

해외사이트에 소개된 건강 정보를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번역 소개할 때 원문에 충실했는지, 원문이 국내 실정과는 들어 맞는지를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코메디닷컴의 해당 기사는 원문에 없는 내용을 자의적으로 삽입했을 뿐더러 국내 상황과는 맞지도 않는다. 오히려 건강 정보에 목마른 선량한 미디어 이용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