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로나19 백신보도는 왜 엉망인가

  • 기자명 이승우 기자
  • 기사승인 2021.03.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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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오후 2시, 뉴스타파 지하 1층 '리영희홀'에서는 '자유언론실천재단'과 '새언론포럼'에서 주최한 <코로나19 백신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가 열렸다. 사회는 새언론포럼 부회장인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맡았고,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발제를 진행했다. 지정 토론자로는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조형국' 경향신문 보건복지부 출입기자가 참여했다. 해당 세미나는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되었다.

발제를 맡은 김준일 대표는 52분 정도의 긴 시간동안 코로나19 백신 보도와 관련된 양적 분석과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언론 기사의 특징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보도된 국내 75개 주요 언론사 코로나19 백신 기사를 '코로나', '백신', '문재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청)' 등 5개의 키워드로 분석한 결과 '백신'과 '문재인' 키워드가 뚜렷한 양적 선형 관계를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백신'과 '질병관리본부'는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선형 관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같은 선형 관계가 백신보도와 관련하여 방역 측면보다 정치 쪽에서 더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는 근거라고 지적했다.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에서 '코로나 백신'으로 연관어 분석한 결과. 연관어로 '문재인 대통령'이 5위에 올라있다. 한국 백신보도의 높은 정파성을 입증하는 간접 증거다.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에서 '코로나 백신'으로 연관어 분석한 결과. 연관어로 '문재인 대통령'이 5위에 올라있다. 한국 백신보도의 높은 정파성을 입증하는 간접 증거다.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김준일 대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난해 발행한 <인포데믹 탐색하기: 코로나19 관련 뉴스 및 정보 이용에 대한 6개국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에서 코로나19 관련 뉴스 정보를 얻을 때 과학자나 건강 전문가보다 언론사에 의존하는 비율이 타국보다 높으며, 이러한 노출도와 비례하여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도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관련 정보이용 및 인식현황> 보고서를 인용해 코로나19 허위정보 경로로 가장 많이 지목된 것이 '인터넷 포털의 뉴스 서비스 또는 언론사 사이트 (50.1%)'였다는 점을 근거로 사람들이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언론사를 통해 접하는 동시에, 허위정보에도 노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앞선 보고서에 따르면 6개국 사람들에게 코로나 관련 정보 5개를 질문한 결과 한국의 평균 정답개수는 2.72개로 영국 3.77개, 미국 3.08개, 독일 3.34개 못미쳐 한국이 6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김준일 대표는 언론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에 꼴찌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김준일 대표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국 언론의 코로나19 보도 특징을 '오락가락 잣대', '방역의 정치화', '사건기사 취재방식', '속보 중심', '기사 쪼개기', '(정부)발표에 의존'이라는 6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그는 지난 2020년 4월 28일, 한국 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제정한 <감염병 보도 준칙>이 "패닉, 대혼란 등 과장된 표현을 주의하자"는 점을 명시했지만, 현재에도 백신 접종과 관련해, "패닉", "불안감" 등을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백신 접종 관련 언론이 스트레이트 기사 중심으로만 보도를 내보내면서 팩트만 있고 분석이 없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일 대표는 이러한 언론보도로 인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에델만 데이터를 인용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오히려 뉴스 미디어보다 기자 개개인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낮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질병관리본부(청)나 청와대 등 기관의 신뢰도는 점점 상승하고 있지만, 언론의 신뢰도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백신보도 관련 언론의 대안 모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출처: 김준일 대표 발제문​

언론보도의 대안으로 김준일 대표는 포털과 클릭 수 위주의 언론 생태계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에서 매년 발행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인용해 한국의 온라인 뉴스 브랜드 인지도가 23%로 조사국 중 최하위인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어느 언론이 기사를 썼는지도 모른채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으며 언론도 대형할인마트에서 노브랜드 물품을 파는 것같이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기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 김준일 대표는 언론사가 기사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기사를 쪼개거나, 속보 중심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을 비판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코로나19 보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것을 전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김준일 대표의 발제에 이어, 지정 토론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는 본인도 김준일 대표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음을 인정하며, 언론보도가 방역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일찍이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논란에 대해 안전성과 효과성에 문제가 없다는 팩트가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언론이 악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도를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김준일 대표가 언급한, 뉴스 미디어보다 저널리스트에 대한 불신이 더욱더 강하다는 사실을 인용하며 코로나19와 같은 초유의 사태에서는 회사에서 악의적 보도를 강요했다 해도 기자들은 자신의 역량 내에서 좀 더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강양구 기자는 언론 내부의 자정작용에 더해 정부와 방역 당국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접종 사망 오보에 대해서는 인과관계가 없고 선후관계 뿐인 거짓 정보라는 것을 직접 알려주어야 하며, 정부가 기자들의 보도에 의해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형국 경향신문 기자는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기자 중 제목이나 거짓 정보로 이목을 집중시켜서 공익보다 사익에 집중하겠다는 기자가 많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은경 청장이 많은 업무를 담당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며, 정부의 발표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믿을 수 없는 상황도 다수 존재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문재인' '백신' 키워드와 언급된 뉴스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김준일 대표의 발언을 인용하며 백신 보도가 정치화 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재갑 교수는 재난보도와 백신 보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보도는 그 특성상 신속해야 하지만, 백신기사는 과학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한 번 더 정제되거나 신중한 형태로 보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현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문가도 초보고, 기자도 초보인 상황이기 때문에 백신 보도와 관련해서는 모두가 팩트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기획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을 단순히 자판기나 콜센터처럼 이용해서는 안 되며, 기자들 스스로 충분한 학습을 하고 난 이후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따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정 토론자들의 발언 이후, 유튜브와 객석 내 방청객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첫 번째로 "왜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에게 백신을 우선적으로 접종하여 엄청난 부작용이 있는 것처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의 제기되었다. 이 질문에 대해 이재갑 교수는 백신 접종의 최우선 목적이 "사망자를 줄이는 것"과 "확산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사망자가 많은 그룹인 기저질환자들 그룹에 우선적으로 접종하는 것이 백신 접종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최선이었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기저질환자 집단에 대해 특별히 부작용이 더 심하거나 많지 않다는 점을 덧붙였다.

두 번째로 "보통 10년 걸리는 백신 개발이 어떻게 초단기로 가능했나?"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 질문에 대해 강양구 기자는 "과학의 힘"이라고 답했다. 그는 2003년 사스 유행 때와 비교하여 바이러스가 유행하자마자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기존 독감 백신에 활용했던 "유전자 재조합 방식", 본래 메르스 백신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려 했다가 현재 아스라제네카 백신 제작에 활용된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 방법" 그리고 미국 바이오 벤처들이 새로운 개념의 암 백신을 모색하다 현재 모더나 백신 제작에 활용된 시행착오 등을 언급하면서 백신개발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3가지 다른 플랫폼이 개별적으로 활용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 "네이버나 다음에 들어가면 첫 화면에 첫 화면에 기사부터 나오고 정부 사이트가 나오지 않는다"라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김준일 대표는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포털 메인 화면에서 뉴스를 대규모로 소비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인의 뉴스 홈페이지 직접 방문율이 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와 독자가 구독 기반 등 뉴스를 돈 주고 구매하는 포맷이 활성화되고 관계를 통해 신뢰도를 형성해야 하는데 포털 기반의 언론 생태계에서는 그와 같은 관계 형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언론사가 포털을 통하지 않고 독자들로부터 홈페이지에서 직접 기사를 평가받지 않는 이상 언론 품질이 나아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끝으로 "허위정보에 대해 질병관리청의 적극적인 반박이나 해명이 없다."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조형국 기자는 방역 당국이 국민에게 높은 신뢰도를 받는 만큼,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대답하고 싶은 것만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언론보도들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일소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더욱 투명한 정보 전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이 끝난 후, 사회자를 맡은 신학림 부회장은 세미나 발제와 토론 및 질의응답 내용을 종합한 결과 "언론이 무책임하다."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달라이 라마 또한 과학으로 검증된 사실이라면 불교 경전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라면서 기자들이 코로나 전문가들이 저술한 책을 읽고 기사를 쓴다면 코로나19와 관련된 엉터리 보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발언으로 김준일 대표는 언론의 신뢰도가 전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며 삶에 밀접한 보도에서부터 신뢰를 회복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백신 보도는 과학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기존 코로나19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미나를 끝마치며, '안기석' 새언론포럼 회장은 코로나 백신 보도가 불안감을 증폭하지 않고 안정감을 더해주기를 바란다며, 언론이 신뢰 회복을 위해 스스로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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