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분석] 코로나 백신, 남아공 변이에도 효과 있다

  • 기자명 이승우 기자
  • 기사승인 2021.03.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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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 국내 첫 백신 접종 이후, 3월 8일 기준 31만6865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이에 대한 명확한 분석 기사는 나오지 않으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뉴스톱은 2021년 2월부터 현재까지 네이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코로나19 백신" 관련 최근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영국의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지는 2020년 3월 27일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한 연구 논문을 정리하고 홈페이지에 발표한다. 뉴스톱은 이들 논문 중 동료 검증(Peer Review)이 완료되어 객관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연구들을 선별하여 코로나19 백신 관련 진실을 검토한다.

 

◈ 1-2차 접종 간격 길수록 좋다

지난 2월 19일,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앤드루 폴라드(Andrew Pollard) 연구진은 예방 접종 사이의 간격이 길수록 코로나19 백신이 더욱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1만7000여 명의 화이자와 바이오앤텍 백신 임상 시험 결과를 확인한 결과 1차 접종 후 6주 이내에 2차 접종을 받은 경우 55%의 효능을 보였지만, 1차 접종 후 12주 이내에 2차 접종을 받은 경우 81%의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2차 접종의 경우 8~12주 간격을 두고 맞을 것을 권고해왔다. 방역당국이 이 기간을 권고한데는 이유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차 접종과 2차 접종 사이에 기간이 길수록 코로나 발생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출처: 앤드루 폴라드 논문, 총 11페이지 중 7페이지)

 

◈ 백신접종 코로나19 예방률 94%

지난 2월 2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클랄릿(Clalit) 보건소'의 란 발리커(Ran Balicer) 연구진은 화이자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 각각 59만6618명을 상호 비교했다. 그 결과 2차 접종 후 7일 이상이 지난 경우, 화이자 백신이 70대 이상 고위험군을 포함하여 모든 연령대의 코로나19 예방에 94%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백신 임상 시험 추정치에 상당히 근접한 수치였으며,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통해 실제 백신 투약 현장에서 많은 변수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종식할 것으로 기대했다.

백신 관련 최고의 데이터는 실제 접종 데이터다. 최근 각국이 발표하는 실제 데이터를 가장 신뢰할 필요가 있다. 3월 1일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80세 이상 노인의 입원율을 80% 이상 낮췄다고 발표했다. 영국 에딘버러대 연구팀과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 연구팀이 스코틀랜드 백신 접종 인구 114만 명을 확인한 결과, 1회 접종만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94%, 화이자는 85% 병원 입원 위험을 감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백신을 맞은 사람은 코로나19에 적게 감염되며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적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이스라엘에서 화이자-바이오앤텍 백신을 접종받고 있는 사람. (출처: 네이처지)

 

◈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엇갈리는 백신효과

코로나19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2월 17일, 미국 텍사스 의과대학 갤버스턴 지부의 페이융시(Pei-Yong Shi)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3분의 1 정도의 효과만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화이자와 바이오앤텍 백신을 2차 접종한 사람들의 혈청에 남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된 'B.1.351' 변이 바이러스(남아공 변이)를 주사하한 것이다. 그 결과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의 백신과 체내 면역 체계의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으로 변이 바이러스 항체까지 형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상태다. 지난 2월 5일, 미국 워싱턴주 '프레드 허친슨(Fred Hutchinson) 암 연구 센터'의 앤드루 맥과이어(Andrew McGuire) 연구진은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체내에서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강력한 면역 반응이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백신 접종 전, 기존 코로나19에 대한 항체 반응과 백신 접종 후, 기존 코로나19 및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반응을 비교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 후 기존 코로나19 및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반응이 약 1000배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보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백신접종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 현재 한국에는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거의 퍼지지 않은 상태고, 현 백신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를 포함해 대부분의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백신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지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 백신 접종 뒤 T 세포, 변이 바이러스 인식한다

백신을 맞으면 체내 T세포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연구로 밝혀졌다. 지난 3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 '라호이아(La Jolla) 면역학 연구소'의 알레산드로 세테(Alessandro Sette)와 알바 그리포니(Alba Grifoni) 연구진은 체내 핵심 면역 체계인 'T 세포'가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인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T 세포'는 체내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림프구 중 가슴샘에서 성숙하는 항원으로, 가슴샘의 영문자인 'Thymus'의 첫글자를 따 'T 세포'라고 불린다.

앞서 지난해 5월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T세포는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생성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라호이아 면역학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전체에게서 코로나19를 인식하는 헬퍼T세포가 생성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는 코로나19 확진자뿐 아니라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도 T세포가 생성되며, 이렇게 생성된 T세포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뿐 아니라 변이 바이러스까지 '인식'하는 것을 발견했다. 

라홀라 연구소의 연구진은 코로나19 완치자 및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실험 대상으로부터 'T 세포'를 채취하여 변이 바이러스를 인식할 수 있는지를 시험했다. 그 결과 'T 세포'가 남아프리카의 'B.1.351' 변종 바이러스를 포함한 4가지 신종 변이 바이러스를 모두 인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덜 효과적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체내 면역 세포인 'T 세포'로 인해 신종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직까지 T세포를 활용해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지만, 조만간 과학이 T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T 세포 사진 (출처: 네이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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