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오스트리아는 정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했을까?

  • 기자명 곽민수
  • 기사승인 2021.03.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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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스트리아에서 옥스포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하 옥스포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보이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오스트리아 의약품 규제 당국에서 대응에 나섰다. 이 소식이 국내 언론에서도 보도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 매체의 기사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포털 다음의 헤럴드경제 '유럽 5개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 기사.
포털 다음의 헤럴드경제 '유럽 5개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 기사.

 

해럴드경제의 관련 기사에서는 오스트리아 당국의 성명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백신 접종 후 사망건과 폐색전증 사례가 백신 접종과 뚜렷한 인과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남은 물량에 대해서는 더이상 배포되거나 국민들이 접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관계 당국에서도 옥스포드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사이의 인과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고,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해당 사망이 백신 때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미 들여온 모든 옥스포드 백신을 사실상 다 폐기한다는 것은 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좀 의구심이 들어서 해당 내용이 보도된 로이터의 기사를 직접 찾아봤다.

 

로이터의 3월 7일자 'Austria suspends AstraZeneca COVID-19 vaccine batch after death' 기사
로이터의 3월 7일자 'Austria suspends AstraZeneca COVID-19 vaccine batch after death' 기사

 

로이터 기사에서는 인용한 대목이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As a precautionary measure, the remaining stocks of the affected vaccine batch are no longer being issued or vaccinated.” 
“예방의 차원에서 남아 있는 '해당 백신의 묶음'은 더이상 배포되거나 접종되지 않을 것이다.”

즉 남아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전체를 폐기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최근에 사망하거나 이상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맞았던 분량이 속해져 있는 '단위 묶음 (batch)'를 폐기하겠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는 ‘단위 묶음’은 생산 한 회분을 뜻한다. 해럴드경제의 기사는 이 'batch'라는 단어를 번역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오스트리아 상황이 최근 이슈가 된 것은 이상 반응을 보인 사람들 가운데 사망한 1인과 폐색전증 증세가 나타났던 1인이 같은 지역에서 살며, 같은 '단위 묶음'의 백신을 맞았기 때문이다.

해럴드경제의 기사에는 다른 문제점이 있다. 이 기사에서는 '가디언에 따르면'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보통 가디언지를 언급하면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가디언(The Guardian)이 떠오르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가디언 지에서는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캐나다의 샬롯타운이라는 곳에서 나오는 동명의 지역 신문 '가디언'에서 로이터 기사를 그대로 전재한 기사가 있었을 뿐이다.

(*편집자주1: 다만 영국의 가디언은 매일 발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라이브' 3월 7일자 기사(Israel's Covid curbs 'nearly over' – as it happened)에 위에 언급된 오스트리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묶음 접종 중단 내용을 로이터발로 인용해 처리했다. 다만 가디언도 통신사인 로이터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기 때문에 헤럴드경제가 이 기사를 인용할때는 가디언이 아니라 로이터를 인용했다고 적어야 옳다.)

 

영국 가디언이 3월 7일자 기사 'Israel's Covid curbs 'nearly over' – as it happened'에서 로이터를 인용해 오스트리아 소식을 전한 부분. 이 기사를 보고 기사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가디언이 아니라 로이터를 인용했다고 적는 것이 맞다.
영국 가디언이 3월 7일자 기사 'Israel's Covid curbs 'nearly over' – as it happened'에서 로이터를 인용해 오스트리아 소식을 전한 부분. 이 기사를 보고 기사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가디언이 아니라 로이터를 인용했다고 적는 것이 맞다.

 

해럴드경제의 해당 기사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더 있다. 오스트리아 관련 소식이 로이터와 ‘캐나다 샬롯타운 가디언’에서 기사화된 것은 3월 7일의 일이다. 그런데 해럴드경제의 기사에서는 이 소식이 마치 3월 10일의 뉴스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해럴드경제의 기사는 자신이 기사를 쓴 시점을 상황이 발생했거나 혹은 처음 보도된 시점인 것처럼 둔갑시킨 것이다.

해럴드경제 기사의 문제점들이 특정한 의도를 갖고 사건을 윤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역량 부족에서 오는 단순한 실수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언론보도에 있어서 정확성은 결코 포기되어서는 안되는 것인 만큼, 기사를 작성할 때에는 번역을 더 정확하게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용대상이나 뉴스의 시점에 대해서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편집자주2: 로이터 기사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공식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유럽 5개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중단했다는 제목은 틀린 내용이다. 유럽의약품청의 3월 10일 발표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전체가 아니라 해당 백신 묶음(넘버 ABV5300)의 접종을 중단한 나라는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라트비아 등이다.)

(*편집자주3: 헤럴드경제 기사 이후 수많은 언론이 '오스트리아가 백신 접종을 중단했고 유럽 5개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중단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헤럴드경제 기사의 틀린 내용까지 그대로 재인용한 기사가 대부분이다. 연합뉴스는 [팩트체크] 오스트리아는 AZ 코로나백신 접종 중단했다? 기사를 통해 접종중단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글쓴이 곽민수는 백신 전문가나 언론 전문가가 아니다. 다만, 많은 우려 속에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또 그 우려를 달래기 위해서 연일 언론의 코로나 관련 보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한 명의 시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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