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발? 최악 황사? 정말 사실인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3.17 15: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동안 '중국발 황사'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고층 건물이 잘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중국 베이징의 하늘이 뿌옇게 변한 사진과 함께 '최악의 중국발 황사'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은 보도가 많았다. 그러나 '최악의 황사'가 온다던 16일 하늘은 전날보다 맑았다. 14일부터 한반도를 뒤덮었던 것은 황사보다는 '황사 공포' 또는 그 공포를 이용한 언론의 조회수 높이기 경쟁이었다. 뉴스톱이 2021년 3월15일~17일 사이의 '중국발 황사' 논란을 짚어봤다.

 

◈기상청, "중국 내륙 황사 발원"

2021년 3월15일 오전 9시20분. 기상청은 "중국 내륙 황사발원"이라는 제목으로 기상정보를 내보낸다. 황사 발원지를 중국으로 명시했다. "14일부터 중국 내몽골과 고비 사막부근에서 황사가 광범위하게 발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출처: 기상청 홈페이지
출처: 기상청 홈페이지

 

◈"중국발 황사" 쏟아진 언론 보도

연합뉴스가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발 황사, 오는 16일 새벽∼오전 우리나라 유입 가능성> 제목의 기사를 15일 9시55분에 발행한다. 연합뉴스 보도를 시발점으로 수많은 매체들이 '중국발 황사'가 한반도로 향한다는 기사를 내보낸다.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검색화면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검색화면

14일 고비사막 인근에서 발생한 황사는 15일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동북부 지방을 통과한다. 고층건물의 윤곽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변한 현지 사진과 낮에도 차량이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는 사진 등을 첨부한 중국 소식이 전해진다.

중국 현지 상황과 함께 최악의 황사가 한반도로 몰려올 것이라는 예측 기사들이 쏟아졌다. 몇일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상황이라 일부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16일 새벽부터 황사가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 황사라는데 하늘이 맑다?

16일 새벽 서울 수도권에 비가 내렸다. 고농도 황사가 예상됐던 아침 출근길은 전날보다 맑게 보였다. 기상청 측정 자료에 따르면 16일 오전 4시 무렵부터 미세먼지(PM10) 농도가 치솟기 시작했다. 1시간 평균값 기준 백령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오전 1시 22(㎍/㎥)였던 것이 오전 4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73-145-231-240-190-153을 기록했다. 황사의 영향으로 오전 시간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것이다. 백령도 지역은 주변에 뚜렷한 오염원이 없어 장거리 이동 물질의 영향을 잘 반영하는 특색이 있다.  서울 지역도 시차를 두고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해 오전 8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80-111-142-167-178을 기록했다.

미세먼지 수치도 높고 황사도 왔다는데 파란하늘이 보이자 언론들은 분석을 내놨다. KBS 이정훈 기상전문기자는 17일 "어제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황사가 관측됐지만, 가시거리는 20km를 넘어 최근 들어 가장 길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자는 "이틀 전과 비교했을 때 미세먼지 농도는 더 높았지만, 햇빛을 흐리게 만드는 작은 입자, 즉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좋음' 수준으로 훨씬 낮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강한 바람이 사막의 모래 먼지를 몰고 온 대신, 초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 물질은 걷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사를 전공했다는 JTBC 김세현 전문기자는 "기압계 영향으로 모래 먼지 대부분이 한반도 상공을 그대로 지나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짙은 황사는 1km 이상 상공을 통과했고 일부만 지상으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 기자는 "공기가 상공까지 잘 섞이는 낮 시간 보다 그렇지 않은 새벽에 통과한 것도 황사가 옅은데 한몫했다"며 "모래 먼지의 특성상 초미세먼지에 비해 맑아 보일 수 있지만 외출자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역대 최악 황사 아니었다

수치를 보면 3월 15일 황사는 역대 최악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 관측된 역대 최악의 황사는 2010년 3월 20일 흑산도에서 관측된 것으로 2712㎍/㎥였다. 미세먼지가 심했던 올해 3월 16일 오후 7시 백령도의 농도는 240㎍/㎥였다. 역대 최악의 11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2010년 당시에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황사였다. 역대 2위는 2006년 4월 8일 백령도의 2371㎍/㎥였다. 

이번 황사는 그냥 보통 수준이었다. 물론 중국 베이징의 황사가 상당히 심했기에 우려하는 기사가 쏟아진 정황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언론의 호들갑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중국의 불만, "중국발(發) 아냐"

역대 최악 논란에 이어 중국발 논란까지 이어졌다 .중국 외교부와 중국 언론들은 한국 언론의 "중국발 황사"라는 보도 관행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언론이 ‘중국발 황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중국 매체의 질문에 “환경과 대기 문제는 국경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측기관에 따르면 이번 황사는 중국 국경 밖에서 시작됐고 중국은 단지 거쳐 가는 곳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오 대변인은 “몽골이 최근 황사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면서 이번 황사의 시작을 몽골로 지목한 뒤 “하지만 중국 여론은 몽골에서 황사가 시작됐다고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각 측은 과학적이고 건설적인 태도로 관련 문제를 바라보고 불필요한 언론플레이를 삼가야 한다”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아름답고 깨끗한 세계를 건설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에둘러 한국 언론의 '중국발 황사' 보도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낸 것이다. 중국의 관영언론 글로벌타임스는 좀 더 직설적으로 한국 언론을 비난했다. 이 매체는 일부 한국 언론이 황사 보도에 ’중국‘을 거론하며 베이징 사진을 첨부하는 등 선정적으로 보도했다고 비난하면서 한국 언론이 황사와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마다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주장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국가 기후 센터의 송리안춘 소장을 인용해 "기상 위성 모니터링으로 몽골 내의 먼지 폭풍 근원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며 "먼지는 바람과 함께 중국으로 날아들어왔고 한국과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기상청
출처: 기상청

 

그러면 왜 한국언론은 중국발 황사라는 표현을 쓰게된 것일까. 한국언론의 황사보도는 기상청발표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일반적으로 한국 기상청은 일반적인 황사의 발원지를 중국 내륙의 사막 지역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요 황사 발원지로는 고비 사막, 네이멍구(내몽골) 고원, 황토 고원, 만주 등이다. 그런데 고비사막의 경우 몽골과 중국의 네이멍구에 걸쳐 있다. 한국 입장에선 거기가 거기지만 중국이나 몽골입장에선 엄연히 다른 지역이고 국가다.

실제 기상청 발표를 살펴보자. 한국 기상청은 15일 04시 10분 통보문에서 "어제(14일) 몽골 고비사막에서 황사가 발원했다"고 표현했다. 중국이 아니라 '몽골'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같은날 9시20분에는 "중국 내몽골과 고비사막 부근에서 황사가 광범위하게 발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내몽골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면서 하루 안에 황사 발원지가 '몽골'에서 '중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기상청의 16일 16시 통보문에서는 "그제(14일)부터 중국 내몽골고원과 고비사막 부근에서 황사가 발원하였고, 어제(15일) 중국 북동지역에서도 황사가 발원했다"고 밝혔다. 결국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중국을 언급하면서 모든 언론이 중국발 황사란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몽골에서도 중국에서도 발원  

미 항공우주국(NASA)는 이번 황사 발원지로 중국 북서부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꼽았다(아래 사진). 타클라마칸은 중국 서쪽의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사막으로 고비사막보다 훨씬 더 서쪽에 있다. NASA는 "먼지 폭풍은 일반적으로 봄에 아시아 전역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기상학적 봄이 막 시작되고 있는 지금 이미 거대한 모래와 먼지가 중국 북부를 덮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기둥은 중국 북서부의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ASA는 위성 촬영 이미지를 제시한다. 타림분지에서 출발한 누런 띠가 베이징을 지나 서해까지 이어져 있는 장면이다. 몽골 내 고비사막은 구름에 가려 먼지 띠를 확인할 수 없다. 

출처: 미국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
출처: 미국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

 

그렇다면 어느쪽 주장이 맞는 걸까. 뉴스톱은 국가기상위성센터를 통해 황사가 발원한 3월14일부터 이후 위성 영상을 분석했다(아래 사진). 14일 오전 10시쯤부터 몽골 서부지역에서 시작된 모래폭풍은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면서 남동쪽으로 번져간다. 이후 중국 동북부를 거쳐 15일 오후 11시쯤엔 북한 신의주 지역에 도달한다. 16일엔 산발적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16일 오후 6시 이후로는 거의 관측되지 않는다.

위성영상을 보면 베이징에 영향을 미쳤던 거대한 모래 폭풍은 몽골-중국 국경 훨씬 안쪽 몽골 영토에서 시작된 것이 확연하다. 베이징을 덮친, 중국 입장에서 보는 최악의 황사는 '몽골발 황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몽골에서 발원한 먼지의 흐름과는 별개로 중국 북동부에서 발원한 황사도 찾아볼 수 있다. 고비사막이 중국과 몽골에 걸쳐 있는데다가 확연히 중국 영토인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기상청은 '중국발 황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국가기상위성센터
출처: 국가기상위성센터

 

◈ 황사문제는 국경을 넘어서야 한다 

미세먼지, 황사 등 국경을 넘나드는 장거리 대기오염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이번 황사만 보더라도 우리 언론은 '중국발 황사'라는 표현을 쓰며 직·간접적으로 중국의 책임을 묻는다. 그러나 중국은 몽골에서 발원한 황사라고 책임을 돌린다. '중국발'이라는 표현이 중국에게는 민감한 문제겠지만 사실 한국에게는 중국발이든 몽골발이든 황사인 것은 마찬가지다. 몽골이든 중국이든 황사발원지의 사막화 현상을 막아내지 못하는 한 황사 현상은 세대를 넘어 지속될 것이다.  

미세먼지도 마찬가지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표현으로 손쉽게 중국에 책임을 돌리는 순간 우리나라의 정책 담장자, 기업, 시민들이 해야할 일이 사라진다. 미세먼지는 국외 유입분도 있지만 국내에서 발생되는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출처: 국립산림과학원
출처: 국립산림과학원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장거리 대기오염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도 중요하다.

국립산림과학원 국제산림협력사업 기술지원단은 사막화를 막고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과학적 조림과 산림복원기술을 우리나라 황사 피해의 근원지인 중국, 몽골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중남미 및 아프리카의 17개국에 지원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국제협력을 더 활성화시키는 것이 실질적인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