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신지예 "민주·국힘 모두 적폐...이제는 '과거 대 미래'"

  • 기자명 이승우 기자
  • 기사승인 2021.03.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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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7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총 12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양강 구도가 확립되었지만,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목소리도 뜨거웠다. <뉴스톱>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소수정당ㆍ무소속 서울시장 후보를 차례로 인터뷰한다."

① 무소속 신지예 "민주·국힘 모두 적폐...이제는 '과거 대 미래'"

② 미래당 오태양 "다양성이 서울의 경쟁력...'소수자 포용' 시장 되겠다"

③ 기본소득당 신지혜 "서울시민에게 연 80만원 기본소득 줄 수 있다"

④ 국가혁명당 허경영 "나는 정치인 아니다. 서울엔 행정시장 필요"

⑤ 진보당 송명숙 "강남 해체 필요...탄소 감축 위해 테헤란로 2차선으로"

민생당 이수봉 "문제는 보수-진보가 아니다. '기득권 카르텔'을 부숴야 한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코앞에 둔 3월 23일, 광화문에 위치한 선거운동본부 '팀 서울(Team Seoul)' 사무실에서 서울시장 후보 기호 15번 무소속 신지예 후보(30)를 만났다. 그는 2018년 녹색당 간판을 달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에 이어 4위를 기록하며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 이후 녹색당을 탈당했다. 이후 박원순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맡았고,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신지예 후보는 <뉴스톱>과 인터뷰에서 변화를 위한 '정치적 용기'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정치'를 강조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호 15번으로 출마한 무소속 신지예 후보가 뉴스톱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호 15번으로 출마한 무소속 신지예 후보가 뉴스톱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적폐다

-오세훈 후보는 3선 도전, 박영선 후보는 당내 3수끝에 서울시장 후보가 됐습니다. 그래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서울 시장 후보 두번째 출마인 신지예 후보 본인은 다른 '올드보이'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올드보이'는 (출마 회수가 아니라) 정책과 사람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똑같은 3선 후보(신 후보는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로 출마했고, 2018년 서울시장 후보 출마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선거 출마이다. 편집자 주)이지만, 질적으로는 '뉴걸'입니다(웃음). 저는 '2021년다운' 정책과 시대 변화에 맞는 공약을 준비했어요"

신 후보는 두 후보 모두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낡은 공약', 시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공약을 내세웠다며 비판했다. 사람도 올드하고 공약도 올드하다는 말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적폐로 규정했습니다. 

"네. 현재 두 양당 모두 기득권 카르텔 정당입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적폐' 정당이죠. 박영선 후보가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던 다른 의원들과 함께하는 걸 봤을 때, 사회적으로 올라간 성 인지 감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인으로 보여요. 오세훈 후보 역시, 10년 전과 똑같은 문법으로 거짓말만 거듭하며 눈속임 정치를 계속하고 있죠."

 

-"폭력의 밤을 끝내고 우리 모두 평등의 아침으로 가자"는 선거 슬로건을 봤습니다. 이것 또한 적폐 청산의 의지인가요.

"국민의힘은 탄핵된 대통령을 배출했고, 내부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역사적으로 사라져야 마땅합니다. 민주당 역시 조국, 윤미향, 박원순, LH 투기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기존에 약속했던 공약과 정책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죠. 이젠 새로운 정치가 필요합니다." 

 

◈ 서울시장 선거가 '미투 선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이번 보궐선거 원인이 된 박원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박원순 전 시장의 공적은 인정하지만, 성폭력은 그것과는 별개로 다뤄져야 할 문제입니다. 성폭력에는 무관용 원칙을 천명할 수 있어야 해요."

 

-최근에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도 있었죠. 

"서울시장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피해자가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거짓말쟁이로 세상 절반이 공격하는 상황에서 불안과 공포의 현장에 자신을 던진 거죠. 왜 그랬을까요? '미투 선거'라는 선거 본질이 정권 심판론과 같은 정치적 색채에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는 '미투 선거'에서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임을 지는 것임을 강조했다.

"민주당과 지지자들 모두 (성폭력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운 거죠. 인정하면 정치적 명분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끼니까요. 민주당은 처벌과 인정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은폐를 택했어요. 시민들을 기만하는 적폐이자, 명백한 심판 대상입니다." 

 

-다소 민감한 질문이지만, 연관되는 개인사에 대한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네요. 본인 역시 녹색당 당직자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정신적 충격도 있었을 텐데, 서울시장에 출마하기에 앞서 잘 추스르셨는지 걱정입니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늘 불행하거나 사건에 골몰 되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성폭력이 남긴 상흔이 크기 때문에 일상에서 드문드문 영향을 받고 있죠. 하지만 일상을 회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가령, 쉬거나, 일에 집중하거나, 여행하거나. 저에게는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불평등의 현장에 나가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하나의 치유의 과정인 것 같아요."

 

-박원순 성추행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도 서울시장 출마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가요.

"원래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없었어요. 큰 선거에 출마하기에는 아직 기반도 없고, 돈도 부족했거든요."

그는 박원순 성추행 사건에 대응하면서 어떻게 새로운 정치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미투 선거 시국 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번에는 변화의 목소리를 내는 후보가 없었어요. 청년들과 함께 고민한 결과, 정치적으로 편법을 쓰지 않으면서 박원순 사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는 후보를 직접 내야겠다고 결심했죠."

뉴스톱 김준일 대표가 신지예 후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톱 김준일 대표가 신지예 후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평등과 공존의 서울을 꿈꾸며

-6명의 부시장 후보와 러닝메이트로 출마했습니다. 시장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의지인가요

"네. 6명의 부시장 제도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시정을 만들 수 있다고 봐요. 권력은 시민을 대리하라고 준 것이지, 남용하라고 준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의 민주주의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시민을 두려워해야 해요."

그는 현재 한국의 정당 구조가 권력의 독점으로 인해 성폭력에 굉장히 취약한 구조라는 것도 언급했다. 정치 구조적 개혁만이 건강한 정치를 만들 수 있음을 강조했다.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2018년 선거보다 페미니즘 관련 공약이 줄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페미니즘은 여성 해방운동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어떻게 평등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가에 관한 문제에요. 페미니즘을 축소한 것이 아니라, 이번 선거에서 준비한 모든 공약에 페미니즘과 평등의 문제가 담겨있습니다."

그는 기존의 상승, 하강 모델로는 불평등과 같은 사회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책 <도넛 경제학>에서 나온 도넛 모델의 공약을 언급했다. 도넛모델은 사회적 기초를 충족하면서 생태적 한계를 넘지않는 정책을 경제시스템에 접목한 것으로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처음 제안했다.

"탄소 한계선과 시민 평등선의 2축을 기반으로 성평등, 주거, 건강, 안전,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이 균형을 이루는 '도넛 모델'의 공약을 기획했습니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다양한 분야의 한계선과 기준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주택분야에서 다른 후보들처럼 피부에 와닿는 공약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가령 주택을 더 짓겠다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은 걸지 않았습니다. 다른 후보들의 공공주택 공약은 너무 허황된 공약이에요. "

 그는 서울에 새로운 공공주택을 대규모로 건설하겠다는 거짓 공약을 왜 남발하는지 모르겠다며 언성을 높였다. 서울에는 더이상 대규모로 주택을 지을 땅이 없다는 이유다.  

 "제 공약의 핵심은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의 비율을 높이자는 거에요. 기존 매물을 매입해서 자치구별로 20% 정도의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거죠. '영끌세대'를 더는 벼랑 끝에 내몰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주거 정책에 집중해야 해요."

 

기호 15번 무소속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가 뉴스톱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호 15번 무소속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가 뉴스톱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당선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번 선거에서의 현실적 목표는 무엇일까요. 
 
"독재냐 민주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과거냐 미래냐 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고 싶어요. 1년 임기의 시장이지만, 지방선거와 총선까지 연결되는 긴 정치적 변화의 교두보가 되는 중요한 선거라 생각합니다." 

 

-신지예가 꿈꾸는 서울시와 정치는 어떤 것일까요.
 
"저는 누구도 밀려나지 않는 서울을 꿈꾸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평등과 공존을 지향하는 사회를 희망해요."

그는 정치인이 '입법 노동자 집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월급과 혜택은 줄이고, 국회의원 숫자는 늘려 시민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 후에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 새로운 정치 세력과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수자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공동체를 위해 정치가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의 낡은 정치로 회귀하지 않았으면 해요. 새로운 정치에 힘을 실어주세요."


*신지예 후보 약력

-1990620일 출생 (30)

-2013, 청년기업 오늘공작소창립

-2016,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

-20185, 서울특별시장 후보 출마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슬로건)

-20203, 녹색당 탈당

-현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신지예 후보 공약 (Team Seoul)

-시장-부시장 러닝메이트 (1명의 시장 후보, 6명의 부시장 후보)- 이가현 서울시 성평등부시장 후보 / 류소연 서울시 문화예술부시장 후보 / 이선희 서울시 여성안전부시장 후보 / 공기 서울시 살림경제부시장 후보 / 은하선 서울시 성소수자부시장 후보 / 소란 서울시 기후위기생태전환부시장 후보

 

1) 주거 공약

-공공주택 시세연동형 임대료 책정 기준 폐기 / 지역별 임대료(), 다주택 민간임대사업자 공시 도입

-사회주택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 및 관리 / 자유로운 주거 이동 지원

2) 기후 공약

-대규모 개발 중단 / 혼잡통행료 제도 도입 / 도심 내 공영주차장 축소 / 마을버스 공영화 / 저상버스 도입

3) 문화 공약

-동네서점, 공방 등 민간시설과 도서관, 문화시설 등 공공시설의 통합적 운영 / 문화재단 자율성 강화

4) 의료 공약

-교통사고 사망자 ‘0’ 달성을 위한 속도 제한 및 도로구조 변형 / 지역 건강주치의 제도 도입 / 돌봄 노동에 대한 시민노동 보상제도 도입

5) 노동 공약

-본사의 지역이전 지원 (산업집중 완화) / 자원재활용, 지역 순환경제 일자리 발굴 및 확대

-공공기관 내 임금격차 해소 (성별, 최고~최저임금) / 서울시 직접고용 확대

6) 기타 공약

-성폭력, 혐오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 (가해자 배제, 피해자 구제) / 혐오범죄 피해자 구제 지원 및 예방교육 강화

-서울 재자연화 프로젝트 / 도시공간 자연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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