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한국 원전도 방류하고 있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1.04.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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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4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미국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출 논의는 어떻게 이어졌는지 살펴보고 실질적으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양은 얼마나 되나

2011311일 일본 동북부 태평양 해역 지진으로 인해 거대한 쓰나미가 도호쿠(동북부) 지방을 덮쳤다. 발전소 설계 당시 예상됐던 지진 해일 5미터를 훨씬 초과하는 13.1미터의 해일이 몰려오면서 발전소내 모든 전기시설이 침수됐고 원자로 냉각을 위한 냉각수 펌프도 중단됐다. 원자로 내부 노심 온도가 1200도까지 상승했고 고온으로 인해 내부 철제 압력 용기가 녹아내렸다. 수소폭발까지 이어지면서 대규모의 방사능이 대기로 유출됐다.

원자로 건물 내부에는 데브리(잔해)라고 불리는 녹아내린 핵연료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본 정부는 데브리를 식히기 위해 매일 물을 쏟아붓고 있다. 비가 올 경우 지하수가 데브리에 접촉하면서 핵오염수가 추가로 발생한다. 하루에 약 100~180㎥의 오염수가 발생한다. 매일 많게는 180톤의 오염수가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2020년 12월에 강은미 정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유, 어떻게 막을 것인가' 토론회 자료 중
2020년 12월에 강은미 정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유, 어떻게 막을 것인가' 토론회 자료 중

 

20191031일 기준으로 일본 정부는 117만㎥의 오염수를 저장했다. 총 저수가능량은 137만㎥. 2022년이면 이 저장공간이 모두 차게 된다. 2021년에 일본 정부가 오염수 처리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정부는 201611월부터 다핵종제거설비(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ALPS) 등 오염수 관리에 관한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오염수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오염수를 처리하는 방법은 총 5가지가 있다. 20188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문기관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소위원회는 공청회를 열고 다섯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해양방출(34억엔) 두 번째는 수증기 방출(349억엔) 세 번째는 수소 방출(1000억엔) 네 번째는 지하매설 (1624억엔 이상) 다섯째는 지층 주입(3976억엔).

해양방출은 정화한 오염수를 방출하는 것이다. 수증기 방출은 물을 모두 끓여서 수증기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막대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수소방출은 물 전기분해를 통해 산소와 수소를 만드는 방식. 지하매설은 지하에 공간을 만들어서 저장하는 방식이고 지층매설은 수백미터 땅속 깊은 곳에 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2020216일 소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해양방출과 대기(수증기)방출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대기 방출과 해양 방출은 비용이 10배 차이가 난다. 비용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정부는 이미 해양방류를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그리고 후쿠시마 어부들이 해양방출은 안된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일본 정부는 결국 해양방출로 결정을 내렸다.

 

◇ ALPS란 무엇이고 삼중수소는 얼마나 되나

다핵종제거설비(ALPS)는 줄임말로 알프스라고 불린다. 오염수가 ALPS를 거치면 각종 방사성 물질이 줄어들거나 반감된다. 일본 정부는 IAEA 해양 방류 기준치 이하로 오염수를 처리해(일본에서는 처리수라고 부른다) 해양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삼중수소는 ALPS로는 반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중수소는 몸속에 들어갈 경우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방사성 물질이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게다가 ALPS를 거쳐도 삼중수소 외에도 다양한 방사성물질이 정화가 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911월 기준 후쿠시마 오염수에 보관되어 있는 삼중수소는 약 856조베크렐이다. 117만㎥에 리터당 73만베크렐을 곱해서 나온 수치다. 2019ALPS 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원자로 내에 발생한 삼중수소 총량은 2069조베크렐로, 이중 탱크에 저장되어 있는 860조 베크렐을 뻬면 1200조 베크렐이 건물 내부에 남아 있는 셈이다.

 

 

◇ 한국 정부의 무능과 방기, 그리고 내로남불

한국 정부는 13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하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검증을 강력히 촉구한다""이번 결정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대를 일본 정부에 분명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국무조정실 산하에 TF를 만들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응한다고 했지만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 TF는 과거 오염수에 대한 정보를 일본측에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각종 위원회 회의자료를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게다가 한일관계는 사실상 단교상태라고 할 정도로 최악이다. 지난 1월 일본에 부임한 강창일 주일대사는 아직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접견도 못한 상태다. 신임대사가 빠르면 며칠, 늦어도 2주안에 해당국 외교부장관을 접견하는 관례를 볼 때 이는 일본의 의도적 홀대로 봐야한다. 정의용 외교부장관도 모테기 외무상과 아직 전화도 못한 상태이다. 정 장관은 331일 일본에 외교장관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상태지만 아직 답변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한국도 원자력발전소에서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한국 핵발전소가 2019년 한해 배출한 삼중수소는 총 366조베크렐이며 이중 바다에 배출한 것은 204조베크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가 856조베크렐임을 감안하면 한국이 3~4년동안 배출한 삼중수소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와 비슷한 양이다실제 일본정부는 다른 나라의 핵발전소에서도 삼중수소를 바다로 방류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의 방류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및 러시아 등 주요 국가의 동의를 이끌어내는데도 실패했다.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이 나온 직후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히 협조해 방사능 감시, 복원, 폐기물 처리, 원전 폐로 등을 포함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속 처리를 결정했다. 이는 국제 안전기준에 따른 것이다라며 일본 정부를 사실상 지지했다. 미국인 동맹국인 일본의 결정을 지지한 것인데 한국이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위위원장은 지난해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토론회에서 한국의 핵폐기물 해양투기의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동아시아 전체를 핵폐기물 무방류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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