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강원도에 ‘차이나타운’ 건설? 사실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04.2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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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사왜곡 논란 등으로 ‘반중’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에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청원은 “강원도에 차이나타운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왜 대한민국에 작은 중국을 만들어야 하나요? 이곳은 대한민국입니다. 국민들은 대체 왜 우리나라 땅에서 중국의 문화체험 빌미를 제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단호하게 반대하는 바 입니다. 중국에 한국 땅을 주지 마세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청원 마감을 일주일 앞둔 4월 21일 현재 60만 명이 넘게 동의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강원도최문순 강원도지사해명을 내놓았지만 여론이 쉽게 진정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관련한 팩트들을 확인했습니다.

SBS 유튜브 영상 갈무리
SBS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차이나타운 vs 한중문화타운

논란이 된 사업은 코오롱글로벌 등이 2018년부터 춘천·홍천 일대 120만㎡ 부지에 추진해온 ‘한중문화타운’입니다. 한국을 테마로 한 K-POP 뮤지엄과 드라마세트장, 중국 테마 전통문화거리, 중국전통정원, 한중 문화공연장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호칭부터 논란입니다. 건설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차이나타운’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에서는 ‘차이나타운’이 아니라 ‘한중문화타운’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코리아타운(Korea Town), 차이나타운(China Town), 저팬타운(Japan Town) 등의 ‘○○○타운’은 해당 국가의 재외국민들이 다수 거주하면서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역을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LA코리아타운, 인천차이나타운 등이 익숙합니다.

이런 이유로 건설을 반대하는 입장 가운데에는 강원도에 중국인 정착촌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강원도는 “중국인 집단거주 시설이 아니다. ‘한중문화타운’이라는 테마형 관광지일 뿐”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명칭에 대한 혼동은 ‘한중문화타운’추진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도 합니다. 한중문화타운의 시작은 2008년 ‘무릉도원 관광단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원도는 전임 김진선 도지사 시절인 2008년 동아시아 관광허브를 목표로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했습니다. 2008년 강원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근식 투자유치사업본부장은 “근래 5년 이내에 우리 도내에 이렇게 대규모의 새로운 관광단지 조성이 알펜시아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금년도에 3개의 큰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이 가시화되었습니다. 무릉도원 관광단지, 그리고 속초의 척산온천, 다음에 인제 오토테마파크 관광지 이런 관광단지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09년 민간 시행사인 에이엠엘앤디(AM L&D)가 ‘무릉도원 관광단지’ 개발계획을 신청하면서 본격화하게 됐습니다. 에이엠 엘앤디는 토지 강제수용권까지 확보하며 관광단지 사업을 추진했지만 자금난 등으로 부도처리 되면서 2012년 9월 공정률 26% 상태로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당시 건설사인 코오롱글로벌은 시행사의 부도로 피해가 불가피해지자 부동산 공매를 통해 토지소유권을 확보하고 2013년 8월 춘천·홍천 무릉도원 관광단지 조성계획의 사업시행자로 나섰습니다. 이후 사업성이 있는 골프장을 우선 건설해 2015년 4월 1일 개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릉도원 관광단지는 ‘소비자들에게 최종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감성적 실익을 강조하고 글로벌 이미지 부각’한다는 명목으로 ‘춘천·홍천 라비에벨 관광단지’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2017년 5월 강원도는 ‘라비에벨 관광단지 조성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다자간 투자협약(MOU)을 체결합니다. 투자협약에는 사업시행자인 코오롱글로벌과 한중기업간 투자·M&A·컨설팅 업무 등을 수행하는 투자전문 회사 홍콩 지메이그룹이 참여했습니다.

이후 관광단지 내에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이 추진됩니다. 2018년 12월 18일 강원도와 코오롱글로벌, 중국 런민왕(人民網), 대한우슈협회, 내외주건은 중국 베이징 런민왕 본사에서 사업설명회를 갖고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12월 6일 라비에벨 관광단지의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사업’ 런칭식이 열렸습니다.

강원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에 위치한 라비에벨관광단지(500만㎡) 내에 120만㎡의 규모로 조성되는 중국복합문화타운은 인천차이나타운,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 등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임을 착안하여, 체계적인 중국문화 체험공간 조성으로 한국 관광을 활성화 시켜 보자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추진하게 되었다.’며, ‘중국 전통 거리, 미디어아트, 한류영상 테마파크, 소림사, 중국 전통 정원, 중국 8대 음식과 명주를 접할 수 있는 푸드존 등을 조성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중화권을 포함한 전 세계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다양한 공연과 체험공간을 계획하여 세계적인 문화타운을 조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23일 강원도는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사업을 ‘한중문화타운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내년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대표사업으로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보면 ‘차이나타운’이라는 표현은 오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주거하는 마을이 아닌 중국문화관광지가 정확해 보입니다. 하지만 과거 화교가 가장 많이 살았던 곳이어서 차이나타운으로 불렸던 인천차이나타운도 지금은 거주민보다는 많은 중국 음식점과 중국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는 이국적인 관광명소로 유명한 것을 감안하면, 강원도 차이나타운이라는 표현이 틀린 것만도 아닙니다. 강원도는 앞서 런칭식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문화 체험공간으로서의 차이나 타운을 언급했습니다.

연합뉴스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영상 갈무리

■ 한국의 선사유적지를 없애고 그 자리에 지어진다?

또 다른 논란은 ‘한중문화타운’이 우리나라의 중요한 선사 유적지를 없애고 그 자리에 지어진다는 것입니다.

한 유명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제발 나랏일인데 관심 좀 가져줘 진짜 심각해>라는 제목의 게시물은 영상을 갈무리한 이미지와 함께 “중국 문화를 알리고 중국인 관광 개발을 위해서 ‘강원도 유적지’를 없앤대. 그곳에 차이나타운, 중국 관광객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야. 우리의 역사가 완전히 묻힌다면 중국은 더 거센 동북공정을 가해 한국을 차지할거야. 대만 홍콩꼴 나기 싫으면 제발 관심 좀 가져줘 ㅠㅠ 조선구마사보다 심각한데도 언론에선 보도조차 없어. 참고로 춘천 유적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엄청난 곳이야”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게시물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 많이 공유됐고, 비판과 비난의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은 많은 오해를 불러왔습니다.

해당 게시물에 올라온 이미지는 강원도가 추진하는 한중문화타운이 아니라 강원도 춘천시 중도동 하중도에 건설 중인 레고랜드 테마파크에 관한 것입니다.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춘천 상·하중도에 영국 멀린사가 1,100억 원을 출자하고 총 5,011억 원을 들여 레고랜드 테마파크와 레고 호텔, 씨라이프, 워터파크, 상가 등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중도는 1967년 의암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인공섬으로 1977년 국립중앙박물관 조사에서 토기와 고인돌, 반달돌칼, 돌도끼 등의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됐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출토된 토기는 ‘중도식 토기’라고 따로 이름 붙일 정도로 고고학적 가치가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학계는 한반도 중부 세력이 중국 전국시대 문화권 및 한반도 북부 지역 문화권과 교류한 과정을 드러낸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2014년 7월에는 레고랜드 조성을 앞두고 매장문화재 전문기관이 발굴 조사한 결과, 한반도 최대 규모의 청동기 마을 유적이 발견됐습니다.

이후 레고랜드 개발에 반대하는 지역시민단체가 생겨나고 개발을 요구하는 지역민들과 찬반이 대립했지만 2020년 6월 18일 유적공원과 박물관 건설 사업을 조건부로 문화재청 문화재심의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올해 공사를 완료하고 내년 정식 개장할 계획입니다.

반대 게시물에 공유된 이미지는 반중단체인 파륜궁이 운영하는 에포크타임즈 NTD-TV의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중도본부) 김종문 대표 인터뷰 장면입니다. 김종문 대표는 2018년 2월 춘천 중도유적을 지키기 위한 ‘인류시원문명학회’를 창립하는 등 레고랜드 건설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춘천 중도유적은 한민족의 보배”, “레고랜드를 백지화시키지 못한다면 수년 후 천만 기독교인들은 땅을 치며 후회할 것”, “레고랜드를 한마디로 말하면 ‘제2의 강화도조약’” 등을 주장하며, 레고랜드 건설 반대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을 한중문화타운과 혼동하거나 의도적으로 합성한 게시물입니다. 레고랜드는 중국자본이 들어오거나 중국문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 한중문화타운 관련 뉴스와 김종문 대표의 인터뷰를 합성한 게시물도 있습니다. 게시물에는 상황을 오해한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중도선사유적지를 없애고 그곳에 한중문화타운을 짓는다는 것은 허위정보이거나 고의로 만든 가짜뉴스입니다.

글로벌타임즈 홈페이지 갈무리
글로벌타임즈 홈페이지 갈무리

■ 논란을 부추기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반중 분위기에 힘입어 큰 논란으로 불거졌습니다. 문제는 이를 부추기는 일부 언론들입니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의 영어판인 <Global Times>는 지난 19일 ‘’Chinatown‘ petition shows rising sensitiveness of S.Koreans on issues related to Chinese culture: expert’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립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한중문화타운이 중국을 테마로 한 게 아니라는 강원도의 해명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의 높은 반중감정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정지용 푸단대 교수와 영화 평론가 스원쉐의 인터뷰를 게재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번 논란은 중국 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고, 스원쉐는 차이나타운 반대는 문화적 열등감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기사 원문 전체를 살펴보면 보면 스웬쉐의 인터뷰가 기사의 요지는 아닙니다. 보도 분량으로도 정 교수의 분량이 두 배 이상 많습니다. 하지만 일부 국내 언론은 해당 기사를 ‘中매체 망언 “강원도 차이나타운 논란? 한국 열등감 때문”’(한국경제), ‘中매체, 韓 ’차이나타운‘ 논란에 주목 “문화적 열등감 심리 드러내” (뉴스1), ’강원도 ‘차이나타운’ 논쟁에 中매체 “문화적 열등감” 황당한 훈수‘ (국민일보) 등의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스웬쉐의 발언에만 집중해 보도했습니다. 스웬쉐의 발언이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사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매체의 주장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국내 언론들은 이 같은 자극적인 제목과 보도를 통해 조회 수를 올리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강원도청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강원도청 홈페이지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 논란은 강원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선사시대 유적을 없애고 중국인들이 거주할 차이나타운을 건설한다’는 것은 허위정보이거나 의도적인 ‘가짜뉴스’이지만 국내의 반중정서와 함께 언제든 다시 번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는 일부 언론들의 행태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 2021.07.13. 16:30 내용 수정

기사 중간에 중도본부 김종문 대표에 대한 설명 중,

"김종문 대표가 속한 중도본부는 지난 3월 5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계란을 던져 화제가 되기고 했습니다."

부분을 삭제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에게 계란을 던진 단체는 '중도유적지킴본부'로, 김종문 대표의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와는 다른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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