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외눈'이 장애인 비하 표현이다?

  • 기자명 이승우 기자
  • 기사승인 2021.04.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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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추 전 장관은 타 언론의 '언론상업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로운 편집권을 누리지 못하고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시민외에 눈치볼 필요가 없이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입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전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추미애 전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추미애 전 장관의 SNS 글 게시 이후 추 전 장관이 사용한 '외눈'이 장애인 비하 표현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눈' 표현은 명백한 장애 비하 발언이라 말하며 장애 비하 표현에 대한 즉각적인 수정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못한 것이 틀림없는 만큼 서둘러 시정하고 사과하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거세지자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팩트체크에 나섰다. 그는 국어사전에 등재된 '외눈'의 뜻풀이를 인용하여 "짝을 이루지 않고 하나만 있는 눈, 두 눈에서 한 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볼 때 뜬 눈"의 의미로 사용했음을 밝혔다. 이어 자신의 표현은 시각장애인을 지칭하거나 장애인 비하 표현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며 문맥을 왜곡한 해석에 유감을 표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역시 반박에 나섰다.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미애 전 장관의 사과를 재차 촉구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추 전 장관의 팩트체크 내용을 인용하여 국어사전에 등재된 '외눈'의 뜻풀이는 장애 비하 표현이 아니지만, 추 전 장관은 외눈을 '양눈'과 대비 시켜 사용하여 사전에 등재된 비유와 다른 의미로 사용했음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외눈'은 과연 장애 비하적 표현일까. <뉴스톱>은 '외눈' 표현을 사용한 기존의 사례를 중심으로 팩트체크했다.

 

◈ '외눈'이 장애 비하 표현이다?

지난 2011년 9월 23일,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언론인을 위한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했다.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인권보도준칙> 제3장 제1항은 "언론은 장애인이 자존감과 존엄성, 인격권을 무시당한다고 느낄 수 있는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표현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는 관용구 ▲ 장애 유형이나 상태를 부각하는 표현 등의 사용에 주의할 것을 규정했다.

<인권보도준칙> 실천 메뉴얼 제3장 제1항은 "다음과 같은 장애인 비하 용어는 올바른 표현을 사용한다"며 장애인 비하 표현과 올바른 표현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장애인 비하 용어 올바른 표현
정상인 (장애인의 반대말로 쓰일 경우) 비장애인
애자, 장애자, 불구자, 지체부자유자, 병신, 불구, 폐질자 장애인
앉은뱅이 지체장애인
절름발이, 절뚝발이, 쩔뚝발이, 쩔뚝이, 찐따, 반신불수 지체장애인        
외다리, 외발이, 외팔이, 곰배팔이 지체장애인
조막손, 육손이 지체장애인
벙어리, 귀머거리, 아다다, 말더듬이, 아자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장님, 소경, 애꾸, 봉사, 맹자, 애꾸, 애꾸눈, 외눈박이, 사팔뜨기, 사팔  시각장애인, 저시력장애인
꼽추, 곱추, 곱사등이 지체장애인
정신박약아, 정박아, 등신, 또라이, 백치, 바보 천치, 얼간이, 띵 지적장애인
미치광이, 정신병자, 미친 사람 정신장애인
땅딸보, 난쟁이 지체장애인(저신장장애)
언청이, 언청샌님, 째보 언어장애인
배냇병신 선천성 장애인
혹부리 안면장애인
문둥이, 나병환자 한센인

<인권보도준칙> 실천 매뉴얼은 '외눈박이'를 장애인 비하 표현으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외눈'은 장애인 비하 용어로 지정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5월 16일,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는 <장애관련 올바른 용어 가이드라인> 제3차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장애 비하 용어와 올바른 표현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장애관련 올바른 용어 가이드라인 갈무리
장애관련 올바른 용어 가이드라인 갈무리

해당 가이드라인 역시 '외눈'이 아니라 '외눈박이'를 비하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편파 방송을 '외눈박이 방송'으로 지칭하는 것을 주의할 것을 강조했다.

 

◈ 외눈? 외눈박이? → 맥락에 따라 달라

그렇다면 '외눈'과 '외눈박이'는 어떻게 구별될까? 추미애 전 장관이 인용했던 표준국어대사전의 '외눈' 뜻풀이를 검토했다. 추 전 장관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언급된 '외눈'의 뜻 중 [1] 짝을 이루지 않은 단 하나의 눈, [2] 두 눈에서 한 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볼 때 뜬 눈의 풀이만 인용했다. 하지만 '외눈'에는 [3] 애꾸눈이라는 뜻풀이도 존재한다.

표준국어대사전 '외눈' 뜻풀이
표준국어대사전 '외눈' 뜻풀이

표준국어대사전은 '애꾸눈이'를 "한쪽 눈이 먼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의 의미로 풀이한다. 또한 '애꾸눈이'의 유의어로 '외눈박이'를 표기했다. 즉, '외눈'을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한다면 뜻풀이에 따라 '외눈박이'라는 비하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남아있다.

다만 '외눈'은 위에서 검토했던 지침에서 비하 표현으로 언급된 '애꾸', '외눈박이'와는 구분해야 한다. '애꾸'는 [1] 한쪽이 먼 눈 [2] 한쪽 눈이 먼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된다. '외눈박이' 역시 한쪽 눈이 먼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된다. 정리하자면, 사용 자체만으로 비하 표현이 되는 애꾸나 외눈박이와 달리 '외눈'은 사람을 지칭하지 않는 맥락에서 비하 표현 외의 뜻풀이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데서 앞의 표현과 구분된다.

표준국어대사전 '애꾸', '외눈박이'
표준국어대사전 '애꾸', '외눈박이' 뜻풀이

장혜영 의원이 페이스북에 언급한 '외눈'과 '양눈'의 구분은 '외눈'의 뜻 중 비하표현이 아닌 [1], [2]의 의미에 가깝다. 만일 추 전 장관이 사람을 지칭하면서 '외눈'이란 표현을 사용했다면 국어사전을 인용했더라도 비하 표현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눈'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외눈'을 사용했다면 이는 비하 표현인 '외눈박이'나 '애꾸'와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즉, 단순히 '외눈'이라는 표현을 장애인 비하 표현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애인단체에서는 추미애 전 장관의 '외눈' 표현을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규정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26일 성명을 통해 "추 전 장관은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지만 듣는 이가 불쾌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다. 적절하지 않게 용어를 사용해 장애를 부정적으로 오인할 수 있으면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은 '의도가 없으면 사용해도 된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추미애 전 장관의 표현은 '양눈'과 '외눈'의 대비를 통해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외눈'을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비하 표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장애 비하 표현으로 읽힐 수 있는 표현은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맞다. 문학적 비유에 치중하다 인권이라는 더욱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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