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2023년부터 고래고기 못 먹게 된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5.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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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지난 11일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를 개정했다. 좌초, 표류, 불법포획된 고래 사체의 유통을 금지시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고래를 보호하자는 쪽도 고래고기 산업 종사자들도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톱은 고래 보호를 둘러싼 정부 정책을 분석해본다.

출처: 울진해경
출처: 울진해경

 

◈해수부 고시 개정, 어떤 내용?

해양수산부가 지난 11일 공표한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는 개정 전과 비교해 고래 보호에 있어 진일보한 내용을 담았다. 이전까지는 좌초(해안으로 떠밀려온 고래), 표류(죽어서 바다에 떠다니는 고래) 또는 불법포획이 적발된 사체(범죄 수익물로 몰수된 것은 공매 가능)에 대해선 유통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유통이 금지됐다.

해수부는 "고래자원의 보호 및 혼획 저감을 위하여 좌초, 표류 등으로 신고된 고래류의 처리방법 및 처리확인서 등 신고서류 서식을 개선하고, 일부 미비사항을 정비하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출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고기 사라지나?

이번 개정으로 고래고기 유통이 전면 금지되지는 않는다. '혼획(물고기를 잡기 위해 쳐놓은 그물 등에 걸려 죽은 고래)'된 개체는 여전히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래는 포유류이기 때문에 숨을 쉬기 위해서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고래는 후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물에 걸리면 몸을 회전시켜 빠져나오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그물에 얽혀들게 된다. 이래서 고래는 그물에 걸려 죽는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한해 동안 국내 연안에서 혼획된 고래는 모두 1960마리이다. 상괭이가 1430마리로 가장 많고, 돌고래 374마리, 낫돌고래 71마리, 밍크고래가 63마리이다. 참고래, 귀신고래, 남방큰돌고래, 대왕고래, 보리고래, 북방긴수염고래, 브라이드고래, 상괭이, 향고래, 혹등고래 등은 보호대상으로 지정돼 유통이 금지되고 있지만 나머지 종류는 혼획의 경우 유통이 가능한 실정이다.

여태껏 유통됐던 고래고기의 대부분은 혼획된 개체들이고 불법 포획, 좌초, 표류로 인한 고래 사체가 유통되는 물량은 극히 적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인해 실제로 유통되는 고래고기 양은 소폭 줄어드는데 그칠 전망이다.

귀신고래(위), 상괭이(아래) 출처: 국립수산과학원
귀신고래(위), 상괭이(아래) 출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 보호 단체, "불충분한 조치"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번 조치만으로는 불법 고래 포획을 막을 수 없다고 반발한다. 혼획된 고래 사체 유통을 허용하는 한 혼획을 가장한 불법 포획을 근절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해경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 동안 우리 해역에서 사람들에 손에 불법으로 잡힌 고래는 모두 53마리에 이른다. 해경은 "그동안 고래 불법 포획선은 경북 포항과 울산 등 동해안에서 활동을 했지만 요즘엔 고래의 이동경로를 따라 움직이면서 서해안에서도 고래 불법 포획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 고래 포획업자들은 선장작살잡이고래해체 작업자 등 5~7명으로 팀을 짜서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불법으로 잡은 고래를 해상에서 해체한 뒤 배 밑바닥 어창에 숨겨 중간 경유지 또는 항·포구로 들어온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고래고기 유통을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이런 불법 포획을 뿌리뽑을 수 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고래고기 유통이 계속되는 한 불법으로 몰래 잡은 고래를 혼획된 고래로 둔갑시켜 판매하려는 유혹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해양생태계법 시행령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해수부는 연내 범고래, 흑범고래 등 2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신규 지정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등 4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고래고기는 밍크고래고기다. 밍크고래가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되면 혼획이라 할지라도 유통 자체가 불법이 된다. 고래고기 식당이 큰 타격을 입는 것이다.
 

◈고래고기 산업계의 반발

이런 정부의 입장이 알려지자 고래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 등 관련 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울산 장생포, 경북 포항, 부산 등 고래잡이의 유산이 남아있는 곳에는 고래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들이 있다. 서울에도 고래고기 음식점이 몇 군데 있다. 고래고기 유통 자체가 금지되면 이들 업소는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장생포 지역 음식점 업주들은 "생계 수단을 빼앗고 고유 음식 문화를 없애는 보호종 지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다음 주쯤 해수부를 찾아 항의하고, 보호종 지정 반대 서명 운동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의 고래고기 유통 금지 추진 배경

우리나라는 국제포경금지협약에 의해 설립된 국제포경위원회(IWC) 가입국이다. IWC 회원국들은 1986년부터 상업적 포경을 유예하기로 결정하고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이를 준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에 따라 고래잡이를 금지한다.

포경금지는 세계적 추세이다. 산업화 이후 남획으로 인해 고래가 멸종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고래고기 먹는 나라는 노르웨이 일본 한국과 이누이트족 정도이다.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고래관광이 유행하고, 고래가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가진 동물이라는 것이연구를 통해 알려지면서 고래잡이를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 미국이 2023년부터 해양포유류보호법의 수산물 수입시행규정에 관한 규칙을 시행하는 것도 영향을 줬다. 자국 내 고래류의 혼획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은 2017년 해양포유류보호법 개정을 통해 해양포유류의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을 일으키는 어획기술로 포획된 수산물이나 수산가공품의 수입을 2023년 1월부터 전면 금지토록 했다.

예를 들어 안강망 어업으로 상괭이를 혼획한 경우 해당 국가가 적절한 혼획저감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강망 어업을 통해 어획한 해당 국가의 모든 수산물과 수산가공물의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130여개 국가는 오는 11월까지 고래류 보호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NOAA에 제출해야 한다.

국내 수산물의 대미 수출 비중은 약 13%(3억1000만달러)다.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대미 수출 제한에만 그치지 않고 유럽 등 주요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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