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교육공약은 D학점 재수강 필요"

  • 기자명 이승우 기자
  • 기사승인 2021.06.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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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오후 3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이 공동 주최한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문재인 정부 4년, 교육공약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한다"를 주제로 정부의 교육공약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사회는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맡았고, 발제자로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 권현경 베이비뉴스 취재팀장, 김요섭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위원장, 김태균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정책팀장, 전경원 하나고 교사(전 참교육연구소 소장),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 총 6명이 참여했다.

/출처=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 정책 토론회 /출처=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 교육 분야 완료 공약 11개(9.3%)... 아동인권법 제정 등 노력 필요

먼저 문재인 정부 교육 분야 전반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처음 발제를 맡은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되찾기'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구본창 국장은 지난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교육 단체의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 되찾기 국민운동'에도 불구하고 교육 정책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구본창 국장은 지난 5월 뉴스톱과 시민단체가 수행한 '문재인미터(Moonmeter)'를 인용하여 정부의 교육공약 이행률이 1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미터 교육공약 평가 결과, 118개 하위 세부공약 중 완료된 공약은 11개(9.3%)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 평가 결과 /출처=구본창 정책국장 발제문

구본창 국장은 파기된 교육공약으로 ▲고교학점제 ▲대입제도 ▲대학서열 해소 등을 제시했다. 고교학점제 관련 8개 세부공약 중 2개는 변경, 3개는 파기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교학점제 전면시행을 2022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했다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고교학점제와 연결되는 대입제도 역시 공약했던 수능 절대평가 제도를 '상대평가'로 변경하고 정시전형을 확대함으로으로서 개선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서열해소 관련 4개 세부 공약 모두 파기되었다고 분석했다. 구본창 국장은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대학서열해소, 고등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등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현경 베이비뉴스 기자는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보육공약 20개에 초점을 맞췄다. 권 팀장은 베이비뉴스가 지난 2017년 6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문재인 공약 퍼즐 맞추기' 기획기사를 인용하여 빨간불(진행 미진), 노란불(공약 추진 중), 녹색불(공약 달성 완료) 3단계로 공약 이행률을 평가했다. 이행 완료된 공약은 7개(35%), 진행 중인 공약은 9개(45%), 미진한 공약은 4개(20%)였다.

문재인/출처=베이비뉴스
문재인 공약 퍼즐 맞추기 /출처=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는 20개 공약 중 '유아기 출발선의 평등 실현'과 관련한 6개 공약을 자세히 분석했다. 이행 완료된 공약은 ▲아동수당 ▲누리과정(유아학비, 보육료 지원) 예산 국가 책임 확대 ▲보육교사 8시간 근무제였고, 진행 중인 공약은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아동 40%까지 ▲학부모안심교육인증제로 나타났다. 반면, 권현경 기자는 '아동인권법 제정' 공약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동인권법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고, 지난 4월 29일 18세 미만 아동들의 '놀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국민 여가 활성화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기존에 약속한 아동인권법 제정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동인권법 제정과 아동에 대한 세심한 지원을 통해 아이들이 잃어버린 평범한 영유아기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사회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 교육 공정성 회복과 교육격차 극복을 위한 노력 부족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문제제기와 대안 모색이 이어졌다.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교육의 기회·과정·결과 모든 면에서 불공정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지잡대"라는 말로 대변되듯이 능력주의에 따른 '지방대 혐오'가 심화되고 있으며, 정부의 입시 공정성 관련 정책은 중하위권 성적의 고등학생과 지방대생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 연구원은 세명대 저널리즘 연구소가 '대학알리미'를 통해 지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4년제 일반 대학 220여 곳의 재정지원사업 수혜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인용했다. 12년간 정부와 지자체가 전국 대학에 지원한 재정지원사업비 총 49조4749억원 중, 서울대에 지원된 금액은 4조6175억원(9.3%)였다. 반면, 서울대 재학생 수는 2만8천여명으로, 전체 학생 수 194만여명 중 1.4%에 불과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재정사업비 총합을 더하면 소위 SKY 대학의 지원비는 8조8912억원(17.9%)로, 전체 재학생 5% 정도가 전체 사업비의 6분의 1의 재정지원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곽영신 연구원은 이와 같은 편향된 지원의 원인으로 '선택과 집중', '평가와 경쟁'을 바탕으로 한 선별적 차등지원 방식을 지목했다. 학교에 대한 지원은 노동시장에서 임금, 고용, 복지 격차로 이어지며, 상위권 학생에게 모든 혜택을 몰아주고 하위권은 버리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음을 분석했다.

이어 곽영신 연구원은 대학구조개혁 방향이 구조적 불공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영형 사립대, 대학통합 네트워크 등 제도를 도입하여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대학교육 수준을 상향평준화하고 서열을 완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절대다수의 학생들이 상위권 못지않은 지원을 받고 제2, 제3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곽영신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등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은 긍정적이나, 선별된 대학과 학생이 소수라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고 말했다. 끝으로, 단순한 능력과 절차적 공정에 따른 교육 자원배분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공적인 자원배분 원리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공정한 교육 시스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균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정책팀장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 수행을 별 5개 중 별 2개로 평가했다. 누리과정 지원, 돌봄교육 강화 등의 노력은 칭찬할 만 하나, 교육격차를 완화하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현실적인 개혁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교육정책이 개혁에 대한 청사진 없이 현상 유지와 땜질식 개혁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태균 팀장은 ▲기초학력보장제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국가교육위원회 ▲대입전형 5개 교육 정책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언했다. 기초학력보장제와 관련하여 학습부진 예방을 위해 개입반응중심접근법(Response to Intervention, RTI)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급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1층위, 소그룹을 중점 지도한 2층위, 개인별 지도를 중심으로 한 3층위의 접근법을 통해 교육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입지도에 따른 개입반응중심 접근법 /출처=김태균 정책팀장 발제문

이어 김태균 팀장은 기초학력을 책임지고 모두를 성장시키기 위한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UDL)'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지원이나 조정 없이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학습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유급과 재수강 등의 실질적인 제도를 활성화하여 '자격을 갖추어 졸업시키는 진정한 책임교육'을 실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대학입시가 학교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현장과 동떨어진 교육공약... 미래 먹거리를 위한 교육 공약 필요

교육공약과 현실의 괴리 문제도 지적됐다. 김요섭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위원장은 대선 정책공약집의 교육 공약들이 대부분 선언적인 구호를 담고 있어, 교육 현장과 간극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내걸었던 공약이 국정과제에서는 일부 누락되었으며, 이로 인해 교육부는 충실히 공약을 수행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외부에서는 공약이 현실과 다르다며 하소연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거버넌스 개편 추진' 공약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제시했다. 김요섭 위원장은 교육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한 대선 정책공약집 내용을 인용했다. 공약집에는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로 권한을 이양하고, 교육부는 고등, 평생, 직업교육 중심으로 기능을 재편한다"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김요섭 위원장은 실제 공약 이행 과정에서 초·중등교육 권한을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로 이양하는 공약은 진정성있게 실행되지 않았으며, 교육부 기능개편과 교육자치에 대한 법제화 등 세밀한 노력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육거버넌스 개편 추진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추진을 약속했지만, 유사한 형태의 '국가교육회의'가 설치되었을 뿐이며, 이 역시 교육 개혁을 위한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김요섭 위원장은 교육 공약이 '관련 정책 연구→일부 연구 시범학교 지정 운영→우수 사례집 개발 보급→연수 및 워크숍'의 실적 나열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는 정책으로 반영되지 않고, 시범학교는 일반화되지 않으며 우수 사례는 현장의 문제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약을 제대로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경원 하나고 교사는 교육 철학과 정책의 괴리로 인해 교육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경쟁 중심의 교육 철학 기조를 협력으로 바꿔나가자는 인식의 변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교육 정책 측면에서 사회적 합의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서열화와 양극화로 대변되는 경쟁 철학을 대변하는 수능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생긴 잡음 역시, 정부의 교육 철학이 경쟁과 협력 중 어느 부분에 방점을 두는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경원 교사는 교육 철학의 기조가 흔들리면서 정부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상산고와 서울지역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 수시 확대 기조와 충돌하는 정시 확대 요구, 고교학점제 추진과 상대평가 유지 등 대립점에 서 있는 공약이 난맥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경원 교사는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한 미래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MF 국가 부도 사태 당시, 김대중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학급 당 학생 수를 중학교 48.2명/고등학교 48.0명(1995년)에서 중학교 34.8명/고등학교 34.1명(2003)년으로 감축한 것을 인용하여 당장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대중 정부 당시 20~30년 뒤 성과가 나는 IT 첨단 산업 관련 교육에 집중했던 사례를 들어, 4차 산업혁명, AI 인공지능 등 미래 사회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사가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인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발제를 마친 후,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발제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F학점이나 C학점 등 낮은 평가를 주며, 기억에 남는 공약이 없었다고 말했다. 학점으로 따지면 평균은 D 정도로 재수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입시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교육 철학의 부재로 인해 교육과정 개선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아동수당 등 공약이 완료된 것은 긍정적이나, 교육 현장을 개선하고 교육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차기정부에선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실패를 딛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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