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오세훈의 안심소득'은 정말 증세가 필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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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오세훈의 안심소득'은 정말 증세가 필요 없나
  • 박가분
  • 승인 2021.06.11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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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중심으로 분석...제대로 하려면 급격한 재정지출 증가 필요

1. 안심소득이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보수진영 인사들이 이른바 안심소득을 간판정책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오세훈표 안심소득의 골자는 가구 중위소득에 미달하는 가구의 소득부족분 절반을 정부가 보전한다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대한민국 전체 4인가구의 연간 중위소득(=전체 가구 중 정확히 중간수준의 소득)5,000만원이라고 하자. 이때 한 4인가구가 연간 4,000만의 소득을 번다면 정부는 이들에게 중위소득과의 차액의 절반인 500만원을 지원해준다. 반면 연간 중위소득을 넘게 버는 가구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최근 유승민 전 의원이 내세운 '공정소득'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제안 모두 유명 통화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음의 소득세’(negative tax)와 유사한 형태이다.

이러한 일련의 제안은 중장기적으로 전국민에게 1/n의 기본소득을 보장할 것을 주장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것이다. 실제로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선심성 현금 살포"라거나 "사기성 포퓰리즘"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한 바 있다. 이처럼 안심소득 기본소득 사이의 치열한 정치공세가 SNS를 통해 전개된 바 있다. 한편 결론을 앞질러 말하자면 안심소득도 제대로 한다면 기본소득 못지 않은 훌륭한(?) 현금 살포와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안심소득 자료. 바른사회시민회의 개최  '안심소득제:복지국가로 가는 유일한 길' 정책 토론회 중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안심소득 자료. 바른사회시민회의 개최 '안심소득제:복지국가로 가는 유일한 길' 정책 토론회 중

 

2. 2019년 기준 연간 소요예산 시산

안심소득의 옹호론자들은 안심소득이 기본소득보다 비용효율적이면서도 노동유인을 해치지 않는데다가 차상위 소득계층에 한정해서 돈을 주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제 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에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비용인데 안심소득을 곧바로 시행한다면 연간 얼마만큼의 예산이 소요될까?

안심소득제의 연간 예산비용을 시산하기 위해 참고할만한 가구소득 자료 중에서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가계동향조사가 있다. 후자와 비교하면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속보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지만 각종 행정자료를 통해 설문조사의 한계를 보완했으며 표본도 더 크기 때문에 가계동향조사보다 상대적으로 더 정확하다. 이에 여기서는 2020년에 조사된 마지막 가계금융복지조사자료를 기준으로 연간 비용을 시산했다. 다만 해당 자료는 응답가구의 전년도(2019) 연간소득을 조사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우선 안심소득 지급의 시금석이 되는 중위 가구소득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첫째로 약 18,000개 가구를 표본으로 삼은 가계금융복지조사자료 내에서 자체적으로 (가구별 가중치를 감안한) 중위소득을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 그 다음으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정부가 각종 저소득층 생계급여 지급을 위해 발표하는 가구규모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삼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는 두 가지 기준 모두에 대해 시산한 결과를 담을 것이다.

 

<1. 2019년 기준 중위 처분가능소득>

가구원수

정부발표 기준 중위 처분가능소득(2019)

가계금융복지조사(2020) 기준 전년도

중위 처분가능소득

1

2048만원

1336만원

2

3488만원

3024만원

3

4512만원

5233만원

4

5536만원

6352만원

5

6560만원

6401만원

6

7585만원

7311만원

 

정부가 발표하는 가구 중위소득은 가구의 (주기적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인) 경상소득에서 세금과 각종 사회보장부담 비용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에 따라 가계금융복지조사내에서 자체적으로 가구인원별 중위소득을 산정할 때에도 이러한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고 안심소득은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기존 공적이전소득을 대체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에 따라서 가구별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때 원래의 가구별 처분가능소득에서 공적이전소득 항목을 차감한 값을 이용했다. 엄격히 따지자면, 공적이전소득 중에서 기초생활급여의 주거, 생계, 자활급여 등 일부 항목과 근로·자녀 장려세제지원만을 공제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이들을 따로 구분하지 않아 편의상 공적이전소득 전체를 처분가능소득에서 차감했다.

나아가 박기성·변양균(2017)안심소득제의 효과(노동경제논집 40권 제 3)를 참고하여 가구당 안심소득 지원액을 다음과 같이 산정했다. 이때 중위소득에 미달하는 가구소득의 소득격차 보상 비율산정시 오세훈 시장이 제안한 50%를 기준점으로 잡았다.

 

가구별 안심소득 지원금액 = (중위 가구소득-가구별 소득인정액)×50%

시산 결과는 아래 <2>와 같다.

 

<2. 가구별 2019년 연간 안심소득 예산소요액>

정부발표 기준

총소요액()

가구수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총소요액

가구수

1인가구

2,229,458,371

4,438,953

1인가구

1,173,171,743

4,438,953

2인가구

3,865,342,414

4,544,936

2인가구

3,000,328,056

4,544,936

3인가구

1,802,748,562

4,286,092

3인가구

2,572,172,704

4,286,092

4인가구

1,823,776,905

4,515,125

4인가구

2,706,712,489

4,515,125

5인가구

746,742,995

1,117,286

5인가구

697,624,972

1,117,286

6인이상

188,665,489

205,336

6인이상

171,545,753

205,336

전체

(만원, 가구수)

10,656,734,735

19,107,727

전체

(만원, 가구수)

10,321,555,717

19,107,727

전체

(억원)

1,065,673

 -

전체

(억원)

1,032,156

 -

 

3. 안심소득제 총비용은 연간 최대 106조원, 순비용은 최대 88조원

안심소득제를 2019년에 시행할 경우 안심소득제의 연간 총비용은 1032천억원에서 1066천억원 사이로 추산된다. 한편 안심소득제가 기초생활급여와 근로·자녀장려세제를 대체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앞서 시산한 총비용 중에서 기초생활보장급여 전체 예산과 근로·자녀장려세제의 2019년 전체 예산을 차감하면 순비용은 846천억원에서 88조원 사이로 추정된다. 이러한 차감액도 실제 집행금액이 아닌 예산액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보다 크게 계상됐다.

안심소득은 기본소득과 비교한다면 얼마나 예산효율적인가? 대표적 기본소득파LAB2050(대표 이원재)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현금성·보편성·무조건성·충분성·정기성 등을 완전히 충족하는 이념형 기본소득을 전국민에게 월 30만원 보장할 경우 2021년도를 기준으로 연간 187조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안심소득제는 기본소득제에 비해 비용이 두배 가량 적게 들지만 그럼에도 안심소득제의 비용 수준도 적지 않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심소득이 기초생활보장비와 근로·장려세제 예산을 전액 절약한다 해도 재정지출의 순증가분은 2019년 정부예산안의 무려 18~19%에 달한다. 놀랍지 않은 게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지출 비중이 OECD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비용규모도 안심소득제를 원래의 취지대로 충실히실시한다는 전제 아래의 이야기이다.

 

4. 보수 정치인의 안심소득, ‘기본소득 저격이상의 진정성이 있는가?

여기서 안심소득론을 내세우는 일부 보수 정치인에게 던져야 할 의문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째, 안심소득 실시의 중요한 전제조건은 전국민의 소득흐름을 투명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고 박원순 시장 등 여권 일각에서 내세운 전국민고용보험제도를 실시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정치인 일각에서는 (초고소득자를 포함한) 전국민 대상 실시간 소득·자산 파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수 정치인들도 이러한 견해와 보조를 함께할 준비가 된 것인지 견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과연 보수파들은 안심소득제 시행에 따른 추가 재정지출을 감당할 의지가 있는가? 앞서 보았듯 안심소득이 기존 저소득층이 지급받은 공적이전소득의 상당부분을 대체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실시할 경우 제도 시행 초기에 수십조원의 지출 순증가가 예상된다. 한편 그 동안 보수 정치인들은 재정지출 증가에 대해 미래세대의 빚운운하며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왔다

(이러한 미래세대의 빚프레임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뉴스톱에 기고한 전용복 교수의 <현대화폐이론> 시리즈 참고할 것)

진보파 일각에서 내세우는 보편주의적 기본소득(UBI)을 공격하는 건 당장 좋을 수 있겠지만, 정작 안심소득제를 제대로 시행할 경우 그것 역시 보수주의자들이 그간 고수했던 건전재정 이데올로기와 상충된다. 물론 안심소득을 주창하는 이들은 안심소득제가 안착된다면 양극화와 불평등이 개선되고, 중위소득과 저소득층의 소득편차가 줄어듦에 따라 전체 비용이 줄어든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정책에 관해 그 동안 보수주의자들이 보여준 비관적 지혜(?)를 충실히 적용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낙관일 수 있다. 알다시피 자동화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은 일자리와 노동소득의 양극화를 낳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1차 소득분배의 양극화·불평등 악화가 지속된다면 안심소득 비용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서민증세를 단행할 경우에도 안심소득제의 소요예산 비용은 늘어날 수 있다. 이 점은 정치사회적 합의에 따라 매년 총비용을 고정하는 기본소득에 비해 불리한 요소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그동안 제안된 2차 소득재분배에 더해 전국민에게 기본적인 일자리와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가 결합되어야 실질적인 소득분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필자가 기고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안,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 시리즈 참고할 것)

 

셋째, 정치인들이 과연 안심소득제를 온전한 형태로 시행할까? 현행 기본소득론에도 현금성·보편성·무조건성·충분성·정기성 조건을 전부 다 충족하는 이념형 기본소득과 그 조건 중 일부를 타협하는 절충형 기본소득이 병존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재정건전성을 중시한다면 실제 시행단계에서 예산비용을 어떻게든 줄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가령 중위소득 기준을 낮추고 특히 가구별 중위소득과의 소득편차 보상 비율을 (오 시장이 제안한) 50%보다 낮게 책정할 유인이 있다. 이 경우 저소득층 입장에서도 기존의 생계비 지원 정책과 안심소득제의 차이를 체감하기 힘들 수 있다. 즉 조삼모사가 될 공산이 큰 것이다.

 

네 번째, 안심소득제는 기본소득제와 과연 얼마나 다른가. 보편적 기본소득론자 입장에서 볼 때 안심소득은 결국 기본소득의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보았듯 이념형 기본소득은 현금성·보편성·무조건성·충분성·정기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상다수 기본소득론자들은 예산제약과 국민여론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여 농민기본소득, 청년기본소득, 장애인기본소득 등 일부 계층에게 우선적으로 (사실상의 사회적 수당 성격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절충형 기본소득론도 긍정한다. 안심소득제 또한 절충형 기본소득의 범주에 들어간다. 사실 보편적 기본소득론자 입장에서 안심소득제도 완전한 이념형 기본소득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 내지는 징검다리로 수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5. 나가며 안심소득, 할 거면 제대로 해야

중위소득에 미달하는 가구소득의 소득부족분 일정액을 정부가 보장한다는 내용의 안심소득제가 최근 이재명 지사의 보편주의적 기본소득론에 대한 대항담론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안심소득제가 기본소득보다 비용효율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시행할 경우 현행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재정지출을 강요한다. 건전재정에 대해 그간 정치인과 관료들이 보여준 뿌리 깊은 집착을 감안할 때 이들이 과연 안심소득제를 제대로 시행할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앞서 보았듯 기본소득이든 안심소득이든 제대로 시행한다면 최소한 단기적으로 급격한 순재정지출 증가를 동반한다. 한편 현대화폐이론(MMT)을 위시한 소장 경제학자들은 불평등과 장기불황 탈출을 위해서는 단기간의 급격한 재정지출 증가가 지금-당장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안심소득을 제대로한다면 나쁠 것은 없다. 이들에게 기본소득이든 안심소득이든 개념상의 차이는 본질적인 대립이 아니다.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반복해서 강조하건대) 건전재정의 미신에 사로잡힌 정치인과 일부 경제관료들이 안심소득을 제대로실시할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단순히 정적을 저격하기 위한 정치공세성 안심소득제라면, 현실에서 실시되더라도 이도 저도 아닌 형태로, 즉 공정하지도 전혀 안심되지도 않는 형태의 잔여적 소득지원책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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