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그래도 목수정의 솔잎차는 틀렸다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1.06.14 10: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수정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게재 과정

뉴스톱은 6월 7일 [팩트체크] 목수정의 허위정보 '솔잎차'는 어디서 나왔나 기사를 게재했다. 작가 목수정씨는 코로나19 백신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오며 백신 접종자로부터 스파이크 단백질 전염을 막기 위해 솔잎차를 마시라는 등 황당한 주장을 해왔다. 그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언론과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많은 전문가들을 인용했다. 하지만 뉴스톱 확인 결과 그들은 비전문가나 음모론자였다. 실제 전문가를 인용했더라도 엉뚱한 내용을 취사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목수정씨는 8일부터 뉴스톱에 전화와 메일을 수차례 보내 반론문 게재를 요청했다. 뉴스톱은 최대한 반론권을 보장하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뉴스톱이 목수정씨의 반론문을 검토한 결과, 허위정보가 많이 담겨 있어 그대로 게재하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의견이 다른 것과 팩트가 틀린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부 과학자 그룹의 자문에서도 마찬가지 결론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음모론에 기반한 글이기에 아예 게재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반론을 게재하더라도 틀린 부분을 팩트체크해서 올릴 것을 권고했다. 

뉴스톱은 지난 11일 목수정씨에게 원문만 게재할 수 없으며 팩트체크된 부분을 하단에 붙여서 게재할 수 있다고 알렸다. 목수정씨는 뉴스톱 기고를 거절했다. 그리고 11일 파이낸스투데이라는 매체에 뉴스톱(이윤석)의 주먹구구 목수정 팩트체크에 대한 반론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파이낸스투데이는 목수정씨 글을 앞서 2차례 게재한 바 있다. 파이낸스투데이는 2020년 총선 부정선거 의혹과 2020년 미국 대선 조작설을 지속적으로 기사화한 언론이다. 2020년 11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네이버·다음 포털 검색제휴에서 퇴출됐다. 

뉴스톱은 목수정씨의 반론문을 팩트체크한 재반론문을 게재한다. 목수정씨가 글을 게재하지 않았다면 이 글은 실리지 않았을 것이다.

목수정 작가가 바쁘신 가운데 한낱 건축기술 연구자가 쓴 글의 오류를 지적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이 글에서는 지적된 오류를 반영하면서, 부당한 지적은 해명하고, 미처 다루지 못한 인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울러 목수정 씨가 알려주신 솔잎차의 근거를 살펴보는 것으로 글을 마치겠다.

파이낸스투데이에 6월 12일에 게재된 '뉴스톱(이윤석)의 주먹구구 목수정 팩트체크에 대한 반론' 기사
파이낸스투데이에 6월 12일에 게재된 '뉴스톱(이윤석)의 주먹구구 목수정 팩트체크에 대한 반론' 기사

 

1.  알랭 피셰에 대한 오역, 그래도 목수정 씨는 틀렸다

목수정 씨의 “recul”에 대한 지적은 맞다. 나는 후퇴라는 1차적인 의미로만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 시간이나 거리를 떨어진다는 의미가 더 적절하다. 백신의 임상에서는 추적조사 기간을 의미하겠다. 그래서 알랭 피셰의 발언을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었던 기간은 지금까지는 2, 3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로 바로잡는다. 우선 처참한 프랑스어 실력에 대해 목수정 씨와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그렇다면 “백신의 효능은 2-3개월에 지나지 않는다.”는 목수정 씨의 해석이 옳은가? 현재 사용중인 코로나19 백신들은 안전성과 효능을 2, 3개월 동안(FDA 지침은 중앙값이 최소 2개월, WHO 지침은 3개월.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승인-안전과 효능을 추적조사할 때 고려사항) 확인한 후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즉 긴급사용승인에는 원래 2, 3개월의 데이터만이 고려됐다.

하지만 긴급사용승인 후에도 추적조사를 계속한다. 예를 들어 화이자 백신의 임상시험은 2차 접종 후 2년 동안 추적조사 하도록 계획되었다. 백신 접종이 차근차근 진행됨에 따라 임상시험 참여자가 이중 맹검을 해제하고 백신 접종을 원하는 경우를 고려해 계획이 변경되기는 했다. 그래도 2차 접종 후 18개월까지는 추적조사 할 계획이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추적조사는 이와 별도로 30개월까지 계속된다 (백신과 관련 생물학적 제품 자문 위원회 회의).

추적조사 과정에서 언제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긴급사용승인이 바로 취소된다. 목수정 씨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언급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긴급사용승인이 취소됐 듯이 말이다 (코로나19 업데이트: FDA는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취소한다).  (그림1 출처: BNT162b2 mRNA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

그림1. 1차 접종 후 112일까지 화이자 백신 접종자(파란 선)에서는 위약 접종자(빨간 선)보다 코로나19 감염 발생이 현저하게 낮다. 112일 후에는 백신 접종자나 위약 접종자나 차이가 없어진다는 것인가? 출처: BNT162b2 mRNA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
그림1. 1차 접종 후 112일까지 화이자 백신 접종자(파란 선)에서는 위약 접종자(빨간 선)보다 코로나19 감염 발생이 현저하게 낮다. 112일 후에는 백신 접종자나 위약 접종자나 차이가 없어진다는 것인가? 출처: BNT162b2 mRNA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

 

화이자 백신은 2020년 7월 27일에 임상시험 3상에 들어갔다. 이후 2차 접종까지 마치고 2,3 개월을 기다려 데이터를 분석하고 3상을 마쳤다고 보도자료로 낸 것이 11월18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은 모든 예비 효능 엔드포인트에 도달하며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3상 연구를 마쳤다), 긴급승인사용 신청이 11월 20일, 논문 발표가 12월 10일, 긴급승인사용 승인이 12월 11일이다 (화이저 백신(BNT62b1, b2) 정리). 알랭 피셰가 기자회견을 했던 12월 3일, 그가 보도자료밖에 없고, 과학 논문이 나오지 않았고, 데이터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맞는 말이다. 논문과 관련 데이터는 일주일 후인 12월 10일에 나왔으니까 말이다. 알랭 피셰는 “과학자의 양심과 맡은 임무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게 아니라, 데이터가 없을 때는 없다고 말했고 (토론 진행자는 답답했을지라도), 과학 논문과 데이터를 확인한 후에는 백신 접종을 권유한다.

마리-로르 라로슈(Marie-Laure Laroche)의 경우는 다르다. 우선 여기서 내가 “분명히 인용된 글인데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은 목수정 씨가 아니라 “르리브르팡쇠르(Le libre penseur)”에 대해 말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주어를 생략해 오해를 일으킨 데 대해 목수정 씨와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한다.

기사에서 라로슈 교수는 분명히 백신 부작용 신고가 폭증해서 약물 부작용 감시 센터의 업무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런데 라로슈 교수는 어떤 대안을 제시했던가? 백신 부작용의 분류를 “심각”, “매우 불편”, “알 수 없는 부작용”으로 세분화하자고 했다. 만약 라로슈 교수가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 신고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면, 분류를 세분화하자는 일견 한가해보이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백신 접종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여전히 목수정 씨가 라로슈 교수의 말도 잘못 이해했다고 주장한다.

 

2.  두 전염병 전문가 친구의 다른 길: 크리스티앙 페론 vs 에릭 콤

크리스티앙 페론(Christian Perronne)은 목수정 씨 말대로 전염병 전문가다. 구체적으로는 라임병 전문가로 널리 알려졌다. 라임병은 진드기가 사람을 물 때 보렐리아 균이 침입해 신체의 여러 기관에 병을 일으키는 감염병으로 북미에서 흔히 발생한다. 저스틴 비버같은 유명인이 걸렸다고 해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한때 페론의 동료였던 에릭 콤(Eric Caume)은 크리스티앙 페론을 “라임병 의사”로 규정한다. 콤에 따르면 “라임병 의사”은 실제로는 라임병이 아닌 환자들까지도 라임병으로 진단하고 20여 가지 약을 몇 달씩 처방하는 의사다. 콤은 자신의 환자들에게 이런 방식이 아닌 일반적인 치료(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항생제를 4주까지 투여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를 시도했지만 상당 수에서는 차도가 없었고, 치료법을 두고 페론과 다투기도 했다. 콤이 후일 검토한 결과 그의 라임병 환자 가운데 85% 가량이 실제로는 라임병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1990년대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라임병이 상대적으로 드문 프랑스에서는 30년이 지나서야 문제가 드러났다. (아래 사진 출처: 최고보건청의 타협, 의사들의 비지니스… 콤 교수가 라임병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다.)

 

사진1. 라임병 환자에게 처방한 약. 일부에서 코로나19 치료제라고 주장하는 비타민C, 비타민 D (Zyma D2), 하이드록시클로로퀸 (Plaquényl)이 보인다. 출처: 최고보건청의 타협, 의사들의 비지니스…콤 교수가 라임병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다.
사진1. 라임병 환자에게 처방한 약. 일부에서 코로나19 치료제라고 주장하는 비타민C, 비타민 D (Zyma D2), 하이드록시클로로퀸 (Plaquényl)이 보인다. 출처: 최고보건청의 타협, 의사들의 비지니스…콤 교수가 라임병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다.

 

페론의 주장은 대다수의 의사들에게는 더이상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2017년 프랑스 내과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라임병 치료를 두고 참가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투표가 벌어졌다. 페론의 장기(long term) 치료를 지지하는 의사는 첫 투표에서 다섯 명, 재투표에서 한 명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콤과 마찬가지로 장기 치료를 반대했다. 마지막까지 장기 치료를 지지했던 의사는 몇 달 후 페론의 부서에 합류했는데, 페론의 부인이었다 (에릭 콤: 라울트, 페론, 살로몬, 저스틴 비버…라임병이 미치게 할 때).

 

그런데 라임병이 코로나19 음모론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콤은 “라임병 의사”들의 비이성적이고 선정적인 일탈이 코로나19를 둘러싼 음모론의 전주였다고 말한다.

페론은 2017년 “라임병에 관한 진실”이라는 책에서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라임병이 근래에 증가한 원인이 미국으로 망명한 나치 수의사 에리히 트라우프(Erich Traub)가 유전자를 조작한 진드기가 창궐해서라고 기술했다. 또 “미군과 미군이 조정하는 과학자들이 이 사실을 감춰서 이익을 보고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음모론자들의 지정 의사, 크리스티앙 페론은 정말 누구인가?).

 

사진2. 책 '라임병에 관한 진실'(2017)과 '도대체, 그들은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른다!' (2021)
사진2. 책 '라임병에 관한 진실'(2017)과 '도대체, 그들은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른다!' (2021)

 

페론은 근간 “도대체, 그들은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른다!”에서는 코로나19를 대상으로 음모론을 펼친다.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이 책에서 보이는 페론의 모순을 지적한다. (크리스티앙 페론: 그가 말하지 않은 가짜 뉴스가 있을까?) 예를 들면 당국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치료제로 처방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아서 수 천 명이 죽었다고 주장하면서, 몇 페이지 뒤에서는 코로나19는 사실 위험하지 않은데 제약 산업과 정부에게 행운이 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목수정 씨가 말하는 mRNA 백신이 실상은 “유전자 치료제”라는 주장도 이 책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페론이 근거로 든 것은 GMO 반대 단체인 Criigen의 문서다. “렉스프레스”는 이를 반박하며 2010년 페론이 인터넷에 백신 반대 망상을 통제 불능이라고 비난했던 아이러니를 상기시킨다. (우리 지놈을 변형하는 백신들: 어느 가짜 뉴스의 여정).

 

 

사진3. 책 '라임병, 현실 또는 기만' (2021)
사진3. 책 '라임병, 현실 또는 기만' (2021)

콤도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2020년 12월 7일, 그는 “18에서 55세까지 접종자의 45%가 발열과 통증으로 약을 먹었고, 55%가 두통, 62%가 피로를 호소했습니다. 이건 너무 많아요.”라면서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러나 콤은 “나는 절대 백신 반대론자가 아니에요.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어요.” “나는 백신만이 이 어려움에서 우리를 구해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고 덧붙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나 중국 백신이라면 내일이라도 맞겠다고도 했다 (부작용 수준에서는 화이자 백신에 정말 문제가 있다”고 콤 교수가 평가).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12월  14일, 콤은 “나는 [화이자] 백신을 맞을 겁니다”라고 태도를 바꾼다. 과학자의 양심과 맡은 임무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것일까? 콤의 설명은 이렇다. “나한테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신중했던 겁니다. 지난 목요일까지 과학 논문이 나오지 않았어요.” 콤은 목요일에 나온 논문과 데이터를 주말 동안 검토하고 의견을 바꿨다. 알랭 피셰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과학자는 과학 논문과 데이터로 판단한다. (코로나 화이자 백신의 결과에 안심한 에릭 콤이 마침내 백신을 맞을 것이다).

 

3.  능력있는 과학자의 몰락: 알렉상드라 앙리옹-코드

알렉상드라 앙리옹-코드(Alexandra Henrion-Caude)는 유전공학자이자 분자생물학자다. 목수정 씨 말대로 RNA 전문가였으며,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의 연구 디렉터를 역임했다. 그러다 2018년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 Inserm을 떠나 SimplissimA를 설립했다.

 

 

사진 4. 알렉상드르 앙리옹-코드의SimplissimA는 구족병 유행 기간에 치료법을 제안해 살처분으로부터 4000마리의 동물을 구했고, 모리셔스의 공중 보건 문제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을 연구했다. RNA 연구는 더 이상 하지 않는 듯 하다.
사진 4. 알렉상드르 앙리옹-코드의SimplissimA는 구족병 유행 기간에 치료법을 제안해 살처분으로부터 4000마리의 동물을 구했고, 모리셔스의 공중 보건 문제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을 연구했다. RNA 연구는 더 이상 하지 않는 듯 하다.

사진4 출처: 알렉상드르 앙리옹-코드의 SimplissimA

 

그러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앙리옹-코드는 음모론 발언을 쏟아냈다. 가령 RNA 백신은 외부 물질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유전 코드에 들어가서 유전자를 조작할 것이라거나(DNA 정보가 mRNA로 전달되는 것이지, 그 반대는 사실이 아니다), 백신의 강제 접종을 비밀리에 시작하려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임상시험 국가로 골랐다거나(남아공이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나 에이즈가 가장 심한 편이었기 때문에 선택됐다. 임상시험은 당연히 자원자를 대상으로 했다) 등등 (음모론 감시단체 conspiracywatch의 알렉상드르 앙리옹-코드 항목).

앙리옹-코드의 박사 논문을 지도했던 저명한 암 연구자 악셀 칸(Axel Khan)은 그가 뛰어나고 열성적인 과학자였다고 회고했지만, 더이상 그를 연구자로 여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칸은 앙리옹-코드의 최근 발언이 최악의 음모론에 가깝다며 그의 변화를 안타까워했다. 칸의 회고에 따르면, 앙리옹-코드는 경건한 사람이었으며, 매우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가끔 극단적인 확신을 표현하거나, “거의 수태되기도 전 생명의 총체성”같은 난해한 개념을 발전시키기도 했다. 칸이 보기에 앙리옹-코드의 최근 활동은 종교적인 참여와 광신적인 참여의 경계에 있으며, 그것이 훌륭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진짜 실력을 압도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Inserim의 명예 연구 디렉터인 세골렌 아이메(Ségolène Aymé)도 앙리옹-코드의 태도가 과학적으로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철학적, 정치적 인식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보건패스 반대의 새 뮤즈, 과학자 알렉상드르 앙리옹-코드의 이력서)

 

4.  의심스러운 과학자의 부상: 헤이르트 판덴 보시

헤이르트 판덴 보시(Geert Vanden Bossche)는 벨기에의 수의사이다. 구체적으로는 말을 전문으로 하며 백신 관련 경력도 보인다. 목수정 씨는 보시가 이력상으로 세계 최고의 백신 전문가로 보인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우선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이 제공하는 의학 데이터베이스 PubMed에서 찾을 수 있는 보시의 논문은 8건, 가장 최근 논문은 무려 1995년에 나온 것이다 (https://pubmed.ncbi.nlm.nih.gov/?sort=date&term=Vanden+Bossche+G&cauthor_id=7551734). 이력서에 따르면 그는1983년 소의 로타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로 수의학 박사를,1996년 말의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진5 출처: 헤이르트 판덴 보시의 홈페이지)

 

사진5. 헤이르트 판덴 보시의 홈페이지에 공개 서한이 올려져있다.
사진5. 헤이르트 판덴 보시의 홈페이지에 공개 서한이 올려져있다.

 

보시는 공개 서한에서 자신이 “절대 백신 반대론자가 아니”지만 백신 접종 계획은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염 인자”가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에 더 위험한 변종의 출현을 쉽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나는 백신 반대론자가 아니라는 그의 선언은 사실이라고 본다. 왜냐 하면 보시는 자신이 개발한 (그러나 논문은 없는) NK 세포 기반 백신을 이용해 살균력이 있는 면역을 제공하여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변종까지 모두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NK 세포 기반 백신은 그가 설립한 Univac 이라는 회사에서 개발 중이다 (면역 탈출”의 위험은 백신 접종 계획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백신이 더 위험한 변종을 출현시킨다? 거짓, 헤이르트 판덴 보시 박사의 최후의 날 예언).

목수정 씨가 20년 동안 연구되었고 동물실험과 수 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친 mRNA 백신은 믿을 수 없지만, 얼마나 연구됐는지 알 수 없고 어떤 실험을 거쳤는지도 알 수 없으며 임상시험은 하지도 않은 NK 세포 기반 백신을 옹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백신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음모론자의 근거로 사용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에게 권위자를 부여한다.

 

5.  과학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독립과학위원회

나는 독립과학위원회(CSI)의 공개 회의가 4월 초부터 중계됐다고 썼고, 목수정 씨는 독립과학위원회는 “1월에 발족했고, 그때부터 생방송을 통해 회의를 중계해왔다”고 썼다. 우선 4월 중계 시작이라는 내 글의 근거는 리베라시옹의 기사 “레앵포코비드 reinfocovid”에 공개된 1차 공개 회의 동영상이다.

사진6. 독립과학위원회 1차 공개 회의, 2021년 4월 8일. 삭제당한 것을 다시 업로드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6. 독립과학위원회 1차 공개 회의, 2021년 4월 8일. 삭제당한 것을 다시 업로드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목수정 씨에 말에 따라도 독립과학위원회의 독립적인 홈페이지는 없는 것이 맞다. 레송 레 메드생 프레스크리르 Laissons les médecins prescrire”의 홈페이지는 당연히 확인했다. 그러나 독립과학위원회에 대해서는 “창설한다”는 결정과 개요만 보일 뿐 구성원, 참석자, 회의 내용, 결론, 동영상 등 도움이 되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정작 독립과학위원회의 동영상은 루이 푸셰(Louis Fouché)의  “레앵포코비드 reinfocovid”에서 볼 수 있고, 공개 회의 진행도 푸셰가 해오고 있다. 독립이 없는 독립과학위원회라는 생각이 든다.

독립과학위원회를 창설한 “레송 레 메드생 프레스크리르”는 부인과 의사인 비올렌 게랭(Violaine Guerin)과 정신과 의사 출신 하원의원 마르틴 보네르(Martine Wonner)가 함께 만들었다. 먼저 비올렌 게랭은 디디에 라울트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을 지지하며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2020년 7월 23일에는 스위스의 음모론 유튜버 에마 크뤼지(Ema Krusi)의 방송에 “르리브르팡쇠르” 살림 라이비(Salim Laïbi)와 함께 출연했다. 11월에 공개된 음모론 영화 “Hold-up”에도 등장한다 (음모론 감시단체 conspiracywatch의 비올렌 게랭 항목). (사진7 출처: 그는 마스크를 거부한다. 국가는 그의 가게를 닫는다.)

사진7. 비올렌 게랭은 왼쪽에서 두 번째, 살림 라이비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선동가 유튜버 에마 크뤼지(왼쪽 첫 번째)의 구두 가게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거부하다가 폐쇄당했다. 출처: 그는 마스크를 거부한다. 국가는 그의 가게를 닫는다.
사진7. 비올렌 게랭은 왼쪽에서 두 번째, 살림 라이비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선동가 유튜버 에마 크뤼지(왼쪽 첫 번째)의 구두 가게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거부하다가 폐쇄당했다. 출처: 그는 마스크를 거부한다. 국가는 그의 가게를 닫는다.

 

마르틴 보네르도 2020년 3월 이래 디디에 라울트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을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여당인 “전진공화국”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4월 28일 정부의 봉쇄 완화 계획에 반대표를 던졌고, 5월 6일 전진공화국의 의원 모임에서 제명됐다. 10월 2일에는 국회에서 미국의 질병관리통제센터(CDC)가 코로나19의 공기 감염 가능성을 인정하는 논문을 철회했으므로 마스크 착용은 필요없다는 거짓 주장을 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마스크는 소용 없다”: 마르틴 보네르 의원이 국회에서 자신이 인용한 출처로 반박되다). 10월 24일에는 코로나19를 “규모가 큰 독감”이라고 말하면서 최전선에 있는 의사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아마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치료하지 못하게 해서 달라진 게 무엇인지 따지다가, 보건부 장관 올리비에 베랑(Olivier Véran)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베랑은 코로나19의 치사율이 1%일 때 프랑스 인구 7천만 중에 4천만이 감염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당신은 의사인데, 의사는 그런 말을 할 때 실수할 권리가 없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코로나19: 한 의원이 “대형 독감”을 거론하고, 베랑은 “완전히 심각한” 발언을 비난하다, 음모론 감시단체 conspiracywatch의 마르틴 보네르 항목).

게랭과 보네르를 비롯한 “레송 레 메드생 프레스크리르” 회원 몇 명은 아지트로마이신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가볍거나 중간 증상인 코로나19 환자의 회복을 돕는다는 논문을 2020년 6월 26일 제출했다. 이 논문은 7월 15일 출판됐다. 이들의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는 “아시아 의료 보건 저널(Asian Journal of Medicine and Health)”인데, 게재료만 내면 정상적인 과학 검증 절차 없이 논문을 실어주는 약탈적 학술지로 알려져있다. 한 블로거는 게랭과 보네르의 논문이 발표된 지 딱 한 달만에 이 학술지에 가짜 논문을 게재했다. 검증 자체가 없는 학술지 임을 입증한 것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기가 밝힌 것). 이 사건을 보면 독립과학위원회에는 독립 뿐 아니라 과학도 없는 것 같다.

(사진8 출처: https://www.journalajmah.com/index.php/AJMAH/article/view/30232)

사진8. 이 블로거의 논문은 화제가 된 후 게재가 취소됐다. 가짜 저자 이름 가운데 네모 마크롱(Nemo Macron)의 주소는 엘리제궁으로 되어있다. 네모는 마크롱의 애완견 이름이다.
사진8. 이 블로거의 논문은 화제가 된 후 게재가 취소됐다. 가짜 저자 이름 가운데 네모 마크롱(Nemo Macron)의 주소는 엘리제궁으로 되어있다. 네모는 마크롱의 애완견 이름이다.

 

6.   손에는 법전을, 손에는 전단지를: 리액션19.

목수정 씨는 페이스북에서 유럽연합과 유럽의약품청(EMA)의 로고가 선명한 전단지 사진을 공유했다. 이 전단지는 백신 접종 후 사망 건수와 부작용 발생 건수가 매우 많은데 이마저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l’hécatombe (대량 학살)”이나 “thérapie génique (유전자 치료법)”은 유럽연합이나 EMA가 쓸만한 단어는 아니다.

 

사진9. 목수정 씨가 페이스북에서 공유했던 리액션19의 전단지. 유럽연합 기구의 공식 자료인 것처럼 오해하기 쉽게 만들어졌다.
사진9. 목수정 씨가 페이스북에서 공유했던 리액션19의 전단지. 유럽연합 기구의 공식 자료인 것처럼 오해하기 쉽게 만들어졌다.

일단 이 전단지는 유럽연합이나 EMA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하단에 적힌 리액션19라는 백신 반대 단체가 만들어 배포한 것이다. 리액션19를 만든 사람은 이탈리아인 카를로 알베르토 브루사(Carlo Alberto Brusa)인데 프랭크 리베리, 지네딘 지단, 디디에 데샹 등을 고객으로 두었던 “축구 선수의 변호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로 브루사는 변호사의 특기를 살려 마스크 착용에 대한 벌금, 외출 금지 명령, 백신 접종이 모두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타인의 생명을 고의로 위험에 빠뜨”린 혐의로 화이자-바이오엔텍과 모더나를 고발하기도 했다. (안티 백신의 스타 카를로 알베르토 브루사 변호사는 누구인가?, 축구에서 코로나19로: 카를로 알베르토 브루사, 음모론자의 스타가 된 변호사) 이밖에도 마스크 반대 집회에 참가한 마르틴 보네르 의원의 변호사이기도 하다.

사진 10. 브루사는 2021년 3월 13일 리옹에서 열린 마스크 반대 집회에 마르틴 보네르 의원과 함께 참여했으며, 그의 변호사기도 하다.
사진 10. 브루사는 2021년 3월 13일 리옹에서 열린 마스크 반대 집회에 마르틴 보네르 의원과 함께 참여했으며, 그의 변호사기도 하다.

코로나19 mRNA 백신이 실은 유전자 치료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백신 반대 단체와 그 지지자들 뿐이다. EMA는 코로나19 백신을 당연히 코로나19 백신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 백신: 승인됨). 집계된 자료가 심각하게 과소 평가되었다거나 보고된 것이 5% 미만이라는 것도 이들의 주장일 뿐,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전단지에 기재된 코로나19 백신 관련 사망, 부작용 신고 건수는 유럽연합의 약물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부작용 보고 데이터베이스(EudraVigilence)에서 수집한 것이다. 그런데, EudraVigilence는 분명하게 다음과 같이 밝힌다.

사진 11.
사진 11.

 

웹사이트의 자료는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증상(: 의약품을 사용한 관찰된 의학적 사건) 관련된 것이며, 증상이 반드시 해당 의약품과 관계 있거나 그로 인해 유발된 것은 아니다.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증상에 관한 정보는 해당 의약품이나 활성물질이 관찰된 증상을 유발했다거나 사용하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서는 된다. 모든 가용 정보에 대한 세부적인 심사와 과학적인 평가만이 의약품의 이익과 위험에 관한 확실한 결론이 내려지도록 허용한다.

EMA 데이터를 일반 대중을 포함한 이해관계자가 유럽 규제 기관이 의약품이나 활성물질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사용하는 정보에 접근할 있도록 공개한다. 투명성 EMA 핵심 안내 원칙이다.

즉, 이 신고 건수가 모두 코로나19 백신이 유발한 부작용인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 수치를 가지고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해서는 안 된다. 리액션19는 두 가지 핵심 정보를 완벽하게 무시하면서 유럽연합, EMA, EudraVigilence의 로고를 인쇄한 전단지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사진 12. 뒷면을 봤다면 금방 의심을 했을 것이다. “유전 공학이 전진한다, RNA를 뿌린자 GMO(유전자 변형 생명체)를 거둔다.” 리액션19의 더 많은 백신 반대 선동 팜플렛은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사진 12. 뒷면을 봤다면 금방 의심을 했을 것이다. “유전 공학이 전진한다, RNA를 뿌린자 GMO(유전자 변형 생명체)를 거둔다.” 리액션19의 더 많은 백신 반대 선동 팜플렛은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7.  솔잎차는 과학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시 솔잎차로 돌아가자면, 일단 목수정 씨는 솔잎차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료제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백신의 해독제라고 주장하며 아메리칸 프론트라인 닥터스, 주디 미코비츠, 크리스티안 노스럽을 근거로 든다.

먼저 아메리칸 프론트라인 닥터스(American Frontline Doctors)는 우익 정치 단체이다. 2020년 7월 티파티 운동의 지원으로 이 단체를 설립한 응급의학과 의사 시몬 골드(Simone Gold)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 점거에 나섰다가 고발됐다 (시몬 골드. 의사당 점거에서 한 역할로 체포).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백신에 반대하고, 하이드록시클로퀸, 아지트로마이신, 아연을 치료제로 옹호한다 (프론트라인 닥터스. 코로나19에 대해 오도를 계속하다). 이 단체는 대형 제약업체들이 백신으로 얻을 잠재 이익을 보호하려고 값싸고 효능 좋은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공격한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과학자 조 슈워츠 (Joe Schwarcz)는 역학, 바이러스학, 감염병에 대한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한줌의 의사들이 이 분야에서 착실하게 경력을 쌓아온 수천 명의 학계, 산업계 연구자보다 코로나19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고 주장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아메리칸 프론트라인 닥터스를 멀리하라고 말한다. (사진13 출처: 외계인과 파충류: 미국 바이럴 비디오 의사의 이상한 믿음트럼프가 미는 빗나간 바이러스 비디오, 온라인에 퍼진다)

 

사진 13. 2020년 7월 27일 아메리칸 프론트라인 닥터스가 주최한 집회에서 의사이자 목사인 스텔라 이매뉴얼(Stella Immannuel)은 코로나19에 백신,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는 필요없고, 환자가 발생하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치료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이매뉴얼은 파충류의 영혼을 가진 외계인이 미국을 다스리며, 외계인의 DNA를 질병치료에 쓰면 인간과 악마가 섞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계인과 파충류: 미국 바이럴 비디오 의사의 이상한 믿음). 사진 출처 : 트럼프가 미는 빗나간 바이러스 비디오, 온라인에 퍼진다
사진 13. 2020년 7월 27일 아메리칸 프론트라인 닥터스가 주최한 집회에서 의사이자 목사인 스텔라 이매뉴얼(Stella Immannuel)은 코로나19에 백신,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는 필요없고, 환자가 발생하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치료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이매뉴얼은 파충류의 영혼을 가진 외계인이 미국을 다스리며, 외계인의 DNA를 질병치료에 쓰면 인간과 악마가 섞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계인과 파충류: 미국 바이럴 비디오 의사의 이상한 믿음). 사진 출처 : 트럼프가 미는 빗나간 바이러스 비디오, 온라인에 퍼진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연구자였던 주디 미코비츠(Judy Mikovits)는 2009년 XMRV(친이종쥐백혈병바이러스)가 만성피로증후군을 유발한다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하며 유명해졌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에서는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고 2년 후 “사이언스”는 이 논문을 철회했다. 미코비츠는 이후 XMRV가 자폐와 암을 유발한다고도 주장했지만 2012년 이후로는 논문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코비츠는 퇴사하면서 연구 노트, 데이터, 컴퓨터를 절도한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 그는 이 사건을 거대 제약사와 딥스테이트에게 핍박을 받은 것으로 설명한다. 지금은 코로나19 백신에 반대하는 음모론자로 유명하다 (가짜 과학 : XMRV, 코로나19, 그리고 주디 미코비츠 박사의 독성 유산).

바이러스 학자인 미코비츠는 백신에 반대한다. 2020년 5월 사이언스의 인터뷰에서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면 수 백만 명이 죽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현재로서는 어떤 백신도 RNA 바이러스에 대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이언스의 설명은 다르다.

백신은 수 백만 명을 살렸다. 독감,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 광견병, 황열병, 에볼라를 포함해RNA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바이럴 음모론 비디오에서 앤서니 파우치를 공격한 논란의 바이러스학자 주디 미코비츠 팩트체크하기)

사진 14. 미코비츠의 책 “부패의 전염병 (2021)”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프랑스에도 번역 출간됐다. 백신 뿐만 아니라 음모론도 돈이 된다.
사진 14. 미코비츠의 책 “부패의 전염병 (2021)”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프랑스에도 번역 출간됐다. 백신 뿐만 아니라 음모론도 돈이 된다.

크리스티안 노스럽(Christiane Northrup)은 산부인과 의사였는데 1999년 작가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그만 뒀다.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작가로 방송에도 자주 출연했다고 한다. 오프라 윈프리에 의해 여러 번 소개됐고, 2013년 리더스다이제스트 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100인에도 선정됐다.

사진 15.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가 인정한 슈퍼 영혼 100이다. 영혼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진 15.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가 인정한 슈퍼 영혼 100이다. 영혼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의사과학적인(pseudoscientific) 대안 의학과 백신 반대 음모론을 받아들인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기공, 점성학, 타로 카드, 큐어넌 음모론도 수용한다. 노스럽은 일생에 거쳐 백신에 대한 근거없는 공포를 퍼뜨려왔다고 한다. 매일 밤 공개되는 그의 10분 짜리 비디오 한달 치를 검토한 과학자 조너선 재리(Jonathan Jarry)에 따르면, 노스럽은 코로나19 백신이 우리의 공감 능력이 자리잡은 특정 유전자를 겨냥하며 백신에 들어있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DNA에 결합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머리 속에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정답이라며, 직관을 강조한다 (의사 칼 세이건이 우리에게 경고했던 것 - 의사 크리스티안 노스럽은 자신의 팬들에게 의약품은 틀리고, 마법이 진짜라고 말하기 위해 그의 직관을 이용하다.). 그렇다면 솔잎차도 그의 머리 속에 떠올랐던 것일까?

한편 목수정 씨가 솔잎차의 근거 링크라고 제시한 블로그는 별다른 근거 없이 “코로나19 백신은 백신이 아니라 생물 무기이며 여기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백신 접종자들이 비접종자를 감염시킬 수 있으므로 격리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한다고도 말한다. 아마도 이런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인 미코비츠는 수라민(Suramin)이 “생물 무기(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해독제가 되는데 이것을 바로 솔잎에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수라민은 어떤 작용을 하는가? 수라민은 기생충 감염으로 발생하는 아프리카 풍토병인 수면병(trypanosomiasis)이나 강변실명증(onchocerciasis)의 치료제다. 그런데, 이 약물은 DNA와 RNA의 합성과 변형에 관여하는 많은 효소의 작용을 저해한다고 한다. 코로나19 백신을 유전자 치료법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에게 솔깃했을 법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수라민은 솔잎과 무슨 관계인가? 이 블로그의 논리에 따르면 수라민(C51H40N6O23S6)은 트리판 블루(trypan blue, C34H24N6Na4O14S4)에서, 트리판 블루는 톨리딘(C14H16N2)에서, 톨리딘은 톨루엔(C7H8)에서 유도되는데, 톨루엔이 송유에서 처음 추출됐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솔잎차에 들어있을 수 있는 것은 수라민이 아니라 톨루엔일 것이다. 그런데 수라민은 경구로는 투여할 수 없고 정맥 주사로만 투여하는 약이다. 과연 솔잎차를 마시는 것으로 음모론자들이 기대하는 수라민의 작용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진 16 출처: 트리파노소마증, 아프리카 인간 수면병. 링크 확인)

사진 16. 바이엘이 개발한 수라민은 Germanin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된다. 1회 치료에 27$가 들지만, “대형 제약업체” 바이엘은 수라민을 WHO에 무상으로 기부하여 수면병과 강변실명증이 흔한 지역에 공급될 수 있게 한다 (트리파노소마증, 아프리카 인간 수면병. 사진 출처 : 링크).
사진 16. 바이엘이 개발한 수라민은 Germanin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된다. 1회 치료에 27$가 들지만, “대형 제약업체” 바이엘은 수라민을 WHO에 무상으로 기부하여 수면병과 강변실명증이 흔한 지역에 공급될 수 있게 한다 (트리파노소마증, 아프리카 인간 수면병. 사진 출처 : 링크).

 

목수정 씨가 솔잎차의 출처로 제시한 인물은 그의 말처럼 두 전문의가 아니라, 한 과학자와 한 (산부인과) 전문의였다. 이 과학자 미코비츠의 말을 전했다는 의사 단체 아메리칸 프론트라인 닥터스의 전면에 나서는 의사들은 역학, 바이러스학, 감염병에 대한 자질이 매우 의심스럽다. 산부인과 의사 출신 노스럽은 학회나 학술지가 아니라 오프라 윈프리 쇼나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만날 수 있다.

솔잎차가 무슨 효과든지 있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된 결과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맹신하는 하이드로클로로퀸이나 비타민, 아연의 효과도 확실히 증명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솔잎차의 “코로나19 백신 해독 효과”를 확인한 연구는 더구나 없다. “아메리칸 프론트라인 닥터스”나 “레송 레 메드생 프레스크리르”같은 “의사” 단체에서 연구해보면 어떨까. 적어도 아직까지는 어느 정부도 솔잎차를 금지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마치며

지금까지 쓴 글에서 나는 우리 편 남의 편을 구분한 것이 아니다. 과학자의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근거가 충분한 주장을 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인용을 할 때는 최소한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기구나 공공 기관, 학술지, 잘 알려진 언론 등을 이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분석의 대상이 되는 개인이나 단체의 홈페이지도 놓치지 않고 살펴봤다. 주먹구구라는 지적은 지나치다. 다만 내 전공 분야가 아니다 보니 일부 오류나 부족함이 있었던 점 사과 드린다.

살펴본 인물들 가운데 일부는 진짜 전문가다. 나머지는 학자라기보다는 정치인이나 비즈니스맨인 경우도 있고, 안타깝게 더이상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학자도 있다. 과학적 자질 이전에 이성이 의심스러운 사례도 소개했다. 이 인물들이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니다. 과학계에도 일반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물이 존재한다. 이를 금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들이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백신 반대나 코로나19 음모론은 도처에서 방역을 위협하고 있다.

내가 가짜 전문가라는 의미를 담아 소개한 인물이나 단체 대부분은 이미 음모론자(영어 conspiracist, 프랑스어 complotiste)로 분류되고 있다. 팩트체크 사이트(예를 들어 factcheck.org, arretsurimages.net, liberation.fr/desintox, lemonde.fr/les-decodeurs, factuel.afp.com, conspiracywatch.info)들은 이들의 거짓 주장을 자세히 반박한다. 이들이 음모론자인지 “양심이 살아있는” 전문가인지는, 목수정 씨의 글과 내 글을 읽고 또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독자 여러분들이 판단해주시기를 바란다.


필자 이윤석은 한국 건설회사와 프랑스 건축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13년부터 프랑스에 살고 있다. 지금은 건물 에너지와 머신러닝에 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