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재인의 망상' 타임지 기사는 고강도 비판인가

  • 기자명 이승우 기자
  • 기사승인 2021.07.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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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년여만에 美 타임지에 등장했다. 그런데 이 타임지 기사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노력을 칭찬한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다른쪽에서는 문 대통령이 잘못된 대북정책을 고수하는 것을 비판한 기사라고 해석했다. 같은 기사를 놓고 이렇게 의견이 갈리는 것도 드문 일이다. 기사를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타임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출처=타임지

◈ 타임지 기사에 대한 해석 논란

우선 논란이 진행된 과정을 살펴보자. 지난 6월 24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타임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타임지는 문 대통령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국 문재인 대통령, 조국을 치유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서다(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Makes One Last Attempt to Heal His Homeland)'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인터뷰 이후 청와대가 기사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단순히 인터뷰한 사실과 표지만을 공개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타임지 기사 중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인식을 '망상(Delusion)'이라 표현한 부분을 인용하여 타임지가 문 대통령에 비판적 어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대 교수는 타임지 인터뷰 기사의 주요 내용을 번역한 후 해당 기사가 '고강도의 비판 기사'로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타임지 기사가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고, 이로 인해 국내 다른 정책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청와대의 기사 홍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이러한 비난 여론을 두고 특정 문장만을 의도적으로 발췌했다는 비판이 제시됐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망상'이라는 표현이 타임지 자체의 의견이 아니라 "많은 북한 전문가들(Many North Korea watchers)"의 입장을 인용한 것 뿐이라는 논쟁이 오갔다. 박은진 유네스코 파리 본부 전문관은 장부승 교수의 비난을 두고 처음부터 '목적'을 둔 영어 독해라며 문장과 문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임지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인식을 '망상'이라 지적한 북한 전문가들이 오히려 한국 보수 정당 및 언론이 아닌가 의문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타임지 기사는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일까. 아니면, 타임지 기사에 대한 비난은 의도적으로 특정 부분만을 발췌한 독해일까. 뉴스톱은 타임지 기사 내용을 토대로 "문재인 대통령 타임지 인터뷰 기사는 고강도 비판 기사다."라는 주장을 팩트체크했다.

윤희숙 의원, 장부승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 '대북외교 의지+암울한 국제 정세' 모두 포괄한 기사

우선 기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전개된다. 

 

①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불안정한 분위기를 개선한 문 대통령의 노력

②2019년도 이후 악화되고 있는 대북 관계

③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대북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 고조

④중국 문제에만 몰두하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과 대북관계 개선의 어려움

⑤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국내·외 반대 심화

⑥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

⑦임기말 권태에도 불구하고 대북 관계 회복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문 대통령에 대한 암울한 기대

전체 구성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대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국내외 반대 목소리와 국제정세의 변화로 인해 대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 기사를 문단별로 분석해보자. 기사는 지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 연설로 시작한다. 문 대통령은 이 혁신적인 경험에서 북한 사람들이 "평화를 강하게 열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타임지는 9.19 평양공동선언이 성사되기까지 과정을 '길고도 고뇌스러운(long, often agonizing)' 교섭 과정이라 표현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던 2017년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이가 극도로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 남북 간 공식 대화는 없었고, 불 같은 성격의 독재자와 지정학적 초보자 사이에 낀 문 대통령은 "우리는 사실 전쟁 직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다.

There had been no official dialogue between North and South since 2013, and caught between an irascible dictator and a geo-political neophyte, Moon feared the worst: “We were actually on the brink of war.” -TIME

 

기사는 악화된 대북관계를 언급하면서 외교 상황이 비관적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언급했다. 타임지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언급하며 지난날의 외교적 노력이 '산산조각 났다(things fell apart)'고 표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음을 언급하면서 '그는 분열된 조국을 치유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타임지는 6.25 전쟁 이후 중국과 북한, 미국과 한국을 축으로 한 분열 상태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중관계, 지구온난화, 코로나19 등 더욱 시급한 사안을 안고 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 완화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염병, 지구온난화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국의 부상 등 더욱 시급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Biden has more urgent issues crowding his in tray: the pandemic, global warming and, crucially, China’s rise. 

 

이어서 기사는 중국 문제에만 골몰하는 바이든 정부의 견해와 달리, 대북 문제가 '진실로 파멸적인 위험(truly grave peril)'이라며 비중을 두었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연구원 수 미 테리(Sue Mi Terry)의 인터뷰를 인용하여 북한의 무기 보유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지닌 평화는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매우 취약한 평화"라고 답했다.

다만, 타임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정치력 있는(statesmanlike)' 바이든 미 대통령의 당선 이후 대북 관계를 긍정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 지난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 및 성 김(Sung Kim) 대북특사 임명 등을 통해 트럼프 시대의 '모호한 합의(vague agreements)'를 조정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빈센트 브룩스(Vincent K. Brooks)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이 "절호의 기회"를 엿볼수도 있지만, 그곳에는 "그렇게 쉽게 탄생하지 않는 미국과 남한의 두 진보 정권이 있다."고 말했다.

General Vincent K. Brooks, the former commander of the U.S. Forces Korea, says Pyongyang may spy a “window of opportunity” while there are “two progressive administrations, both in the U.S. and South Korea, which doesn’t happen that frequently.

 

이어서 기사는 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및 제재 완화' 전략이 많은 장애물에 부딪혔음을 부각했다. 북한은 과거 5개의 비핵화 협정을 체결했으나 모두 이행하지 않았던 경력이 있다. 미국 국가정보장실(DNI)은 김 위원장이 향후 '핵 보유국으로서 국제적 인정과 존경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집권을 '불법(illegitimate)'임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과 쿼드(Quad) 안보 기구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의지를 보였음에도 미국은 대중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대북인권특사로 활동한 로버트 킹(Robert King)은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관계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들이 갖는 외교적 노력과 에너지는 중국의 심각한 위협에 대처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 말했다.

“The Biden Administration is far more concerned about what’s going on with China, and the diplomatic effort and energy they have is going to be focused on dealing with a serious threat from Beijing,” says Robert King, U.S. special envoy for North Korea human-rights issues from 2009 to 2017. 

 

타임지는 문 대통령의 대북 외교가 국내·외 반대 의견에 마주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매우 정직하며 열정적이고 강한 결단력을 지닌 사람'이며 '국제 정세에 해박한 인물'로 평가했다. 하지만 타임지는 김 위원장이 말살, 고문, 강간 등 '반인권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주도하는 인물과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긍정적 평가가 많은 북한 전문가들에게 '망상(delusional)'에 가깝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로버트 킹 전 대북인권특사의 인터뷰를 인용해 "미국 정부 고위직 중에는 문 대통령의 행동이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내고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에게,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방어는 망상(delusional)에 가깝다.

For many North Korea watchers, Moon’s steadfast defense of Kim is verging on delusional.-TIME

 

타임지는 이어서 문 대통령이 대북관계 회복에 지나치게 매몰된 탓에 국내 문제에 소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집값 상승, 성희롱 스캔들 등 국내 문제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은 35%까지 떨어졌으며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형편없이 지연(flagging badly)'되고 있다고 말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하여 '한국 유권자들이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문 대통령은 북한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서 기사는 대북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타임지는 대북관계로 인한 국내·외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문제의 일부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미군 스텔스기 구입 등으로 북한이 배신감을 느꼈으며, 임기가 막바지에 이른 문재인 정부와 협상 의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임지는 대북관계 회복을 위한 현 정부의 노력이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서 무산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지난 2000년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 협정을 체결했지만,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에 포함하면서 갈기갈기 찢어졌다. 지난 2007년의 남북공동선언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점에 관해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의 일부일 수 있다. 

On that score too, Moon may be part of the problem.

 

끝으로, 타임지는 문 대통령이 대북관계 회복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기사를 끝맺는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의사소통'이 '상호 신뢰'로 이어졌고, 현재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다시 불러오기 위한 수단으로 백신 외교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사는 대북관계 개선에 암울한 전망을 제시한다. '약속, 협상, 도발, 어그러짐, 화해'의 순환을 어떻게 끊어낼지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 거의 없으며, 대북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임기 말 필연적인 '권태(ennui)'로 인해 정상회담을 향한 의지가 흐릿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타임지는 '그가 일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아무도 할 수 없다는 암울한 깨달음이다.'라는 문장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결국, 그것은 문 대통령의 진정한 유산이 될지도 모른다. 그가 일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아무도 할 수 없다는 암울한 깨달음이다. 

That might, after all, be Moon’s true legacy—the grim realization that if he couldn’t fix things, perhaps nobody can.

 

◈ 비관적 전망 속에서 문 대통령의 몸부림을 주목한 기사

그렇다면, 해당 기사를 문 대통령의 대북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라 할 수 있을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암울하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평가를 두고 '반인권 범죄'를 자행한 사람이라 반박했으며, 북한 전문가들의 인식을 빌려 '망상(Delusional)'에 가깝다고까지 표현했다. 문 대통령이 허울뿐인 대북 외교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는 동안 국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으며,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임지 기사가 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해당 기사의 핵심이 문 대통령에 대한 전적인 비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기존의 노력이 무색하게 날로 악화되고 있는 대북 관계와 향후에도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전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손바닥을 뒤집든 긍정과 부정을 반복하는 대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문제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을 담고 있다. 타임지의 비판적 시각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문 대통령의 견해와 대비되는 외교 상황의 어려움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이해된다.

맥락을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칭찬한 기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기사로만 단정 짓기에도 무리가 있다. 비관적인 대북 상황을 제시하는 한편, 안일한 인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합당해 보인다.

 

◈ '날 선' 트럼프 비판기사에 비하면 '점잖은' 문재인 비판기사

타임지는 기사에서 대북 관계를 암울한 상황에 치닫게 만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날 선 비판을 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단어로 '지정학적 초보자(geo-political neophyte)', '변덕(caprice)', '미봉책(papered over)', '모호한(vague)'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 핵 위협이 더 이상 없다'고 발언했음에도 단 한개의 핵탄두도 해체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욱 정치인스러운 인물(statesmanlike)'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가 비관적인 대북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 갈등을 심화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날카로운 비난으로 이해된다.

앞서 타임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표지를 수차례 실은 바 있다. 2016년도 3월 3일자 타임지 표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배경으로 '양아치(Bully)', '쇼맨(Showman)', '불청객(Party Crasher)', '선동가(demagogue)'라는 단어를 제시했다. 대선을 1년여 앞둔 당시 시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격 검증을 지적했다. 

2016년도 3월 3일자 타임지 표지 / 출처=타임지

2018년도 4월 12일자 타임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속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Michael Cohen)'의 폭로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정치적 상황을 '폭풍우가 몰아치는(stormy)'로 표현했다. 2018년도 6월 8일자 타임지는 트럼프 러시아게이트를 수사하던 뮬러(Mueller) 특검을 불신임하고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나는 왕이다(King Me)'라며 비판했다. 2018년도 6월 21일자 타임지는 울고 있는 이민자 아이를 내려다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표지에 담고 "우리는 어떤 나라인가(What kind of country are we?)"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자 국경 정책을 지적했다. 2020년 5월 14일자 타임지는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불규칙적인 대응을 비난하며 마스크를 반쯤 벗은 모습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실었다. 2020년 8월 17일자 타임지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을 표지에 담으며 '전염병 선거(The Plague Election)'라 표현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선거 양상이 크게 달라졌음을 강조했다. 2020년 10월 19일자 타임지는 백악관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내뿜는 모습을 묘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이로 인해 정치적 취약성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타임지 표지 / 출처=타임지

이처럼 타임지는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게시할 경우 표지에 '선언적'인 표현이나 일러스트를 담는다. 왕관을 쓰고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나, 마스크를 해괴하게 벗은 모습은 해당 기사의 내용이 강한 비판적 어조를 지녔음을 시사하고 있다.

타임지의 비판적 어조는 기사 내용에도 특이점을 보인다. 2019년 6월 20일자 타임지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와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타임지는 "'내 모든 인생은 도박이다.' 검증되지 않은 재선 전략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박"이란 제목을 붙였다. 정치는 모두 본능(Politics is all instinct)이라는 관점에서 재선에 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맹목적인 지지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2019년 6월, 타임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출처=타임지
2019년 6월, 타임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출처=타임지

뮬러 특검 등 측근이 제시한 의혹 관련 타임지의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분노했다. 그는 "내가 이뤄온 모든 일과 엄청난 성공에 대해 타임지가 그렇게 기술하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알겠는가?"라 답했다. 기사는 '그가 도박에서 이기든 말든, 트럼프의 선거 운동은 분노의 힘을 시험할 것이다'며 끝을 맺는다. 기사는 전반적으로 이성보단 감정에 치우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솔한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긍정과 부정 평가를 제시하면서, 비관적인 외교 상황의 모습을 제시했던 문 대통령 인터뷰와는 확실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정리하면, 김 위원장에 관한 대통령의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는 점과 '망상'이라 표현한 부분만을 가지고 일방적인 비판기사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기존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와 비교할 때 객관적인 시각에서 대북 관계를 분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 인터뷰 기사 표지와 전반적인 내용은 비판적 어조와 긍정적 측면을 모두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기사에 담긴 비판은 개인의 문제를 꼬집기 보다는 '대북 관계 개선의 어려움'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에 대한 지나치게 긍정적인 시각으로는 장애물을 이겨낼 수 없고 임기 말 '마지막 기회'인 만큼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일 수 있는 현실적인 외교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어떤 기사든 부분이 아니라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부분만을 강조하지 않고, 해당 단어가 어떤 문맥에서 사용되었는지 기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떤지가 더욱 중요하다. 문 대통령에 대한 고강도 비판이라는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판정한다.

※해당 기사를 원문 뜻을 최대한 살린 직역본을 첨부한다. 기사가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인지, 아니면 암울한 대북 관계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독자는 첨부된 직역본을 읽고 직접 판단하기 바란다.

[타임지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 전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조국을 치유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까지도 그날의 함성을 들을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은 2018년 9월 19일,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May Day Stadium)에서 대집단체조(Mass Games)가 끝난 후 북한의 지도자가 그를 연단 위로 불렀을 당시 김정은 옆에 앉았다. 문 대통령이 "전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라는 방대한 콜라주를 내걸고, 15만명의 군중에게 "공동 번영과 통일의 미래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흰색 바탕에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이 하늘색으로 새겨진 깃발을 휘둘렀다. 문 대통령에게 있어 이는 혁신적인 경험이었다. 그는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사람들의 "눈과 태도"가 이들이 "평화를 강하게 열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완전히 변했고 ... 발전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설은 북한에서 이뤄진 한국 지도자의 첫 연설이며,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대선 이후 구상해왔던 길고도 고뇌스러운 교섭 과정의 정점이었다. 처음 북한과 대화에 착수하던 당시 그에게는 많은 역경이 있었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에 맞춰 북한은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3개 및 수소 폭탄을 포함한 대규모 무기 실험을 자행했고, 이는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무기 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미 항공모함 급파와 "작은 로켓맨(little rocket man)"을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로 위협하게끔 만들었다. 2013년 이후 남북 간 공식 대회는 없었고, 불 같은 성격의 독재자와 지정학적 초보자 사이에 낀 문 대통령은 "우리는 사실 전쟁 직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를 나락에서 구해내는데 기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단 파견에 동의하면서 화해가 시작됐다. 얼마 후,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은 1950-53년 한국전쟁이 휴전 협정으로 사실상 종료된 이후,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과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을 분단해온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DMZ)에서 만났다. 18개월 동안 외교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3차례, 중국 시진핑 주석과 5차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1차례,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과 3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흰 풍산개 한 쌍(곰이, 송강)을 번창하는 화합의 상징으로 선물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적대 국가 지도자 사이의 첫 만남이었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진 후,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노력들은 산산조각 났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후속 정상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와 같은 모호한 조건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미봉책으로 덮어뒀던 핵심 이슈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그의 전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미국 의회 증언에 연연했다. 한미 동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2만 8500명 주둔에 매년 부담하는 10억 달러에 5배 증액을 요구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2020년 6월, 북한은 개성에 위치한 국경 인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9개월 후, 북한은 고체 연료, 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재개했다. 지난 2021년 1월, 김 위원장은 노동당 대회에서 미국은 "누가 권력을 쥐고 있든 ... 우리의 혁명에 가장 큰 방해물이자 가장 큰 적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의 새 통치자를 설득하여 교착 상태에 빠진 평화 협상 과정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 5월 워싱턴을 방문했다. 오는 2022년 3월에 한국은 새 대통령을 선출하고, 문 대통령은 한 번 이상의 임기를 수행할 수 없기에, 그는 분열된 조국을 치유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6.25 전쟁 이후 분열 상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한 쪽에는 북한과 중국, 다른 쪽에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맹국이 위치해있다. 김 위원장은 석탄, 광물, 해산물, 기타 고수익 상품 수출 제한에 대한 UN, 미국, EU의 제재 완화 등 일방적인 양보가 있기 전까지는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는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이 없다. 전염병과 더불어 악화되고 있는 중-미 관계는 가뜩이나 곤란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염병, 지구온난화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국의 부상 등 더욱 시급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북한 문제는 시급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진실로 파멸적인 위험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트위터에서 "북한의 핵 위협은 더 이상 없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지만, 단 한 개의 핵탄두도 해체하지 못한 채 백악관을 떠났다. 북한은 어떤 미국 도시도 타격할 수 있는 최대 60개의 핵무기와 ICMB 미사일, 그리고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북한은 주요 핵연료 생산공장의 일부를 재가동했으며, 미국 방어체계를 앞지르기 위한 다탄두 미사일 개발에도 착수했다. 전 CIA 북한 문제 선임연구원이자, 현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에 재직 중인 수 미 테리(Sue Mi Terry)는 "이는 매우 위험하다.", "그들은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변덕 이후, 문 대통령은 더욱더 정치력 있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침착하고 교정된 실용적인 방법을 통해 일을 완수하기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도전의 규모와 교착 상태에 걸려 있는 수십억명의 운명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나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지금 우리가 지닌 평화는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매우 취약한 평화다."고 말했다.

모든 지도자들이 과거의 유산에 의지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유산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그의 모든 발걸음을 인도해왔다. 문 대통령의 부모와 누나는 1950년 12월 23일 메리디스 빅토리호(S.S Meredith Victory)를 타고 북한을 탈출했다. 이 유엔 보급선은 12명의 승객을 위해 설계됐지만, 1만4천명의 민간인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이 배는 2년 후 문 대통령이 출생한 한국 거제도에 정박했다. 오늘날, 그의 가족이 집이라 불렀던 난민촌은 흥남철수기념공원으로 바뀌었다; 디오라마(입체 모형)는 녹슨 비행기와 탱크를 둘러싸고, 콘크리트로 된 거대한 입체 교차로가 머리 위에 어렴풋이 보인다. 이 격동의 상흔은 문 대통령을 학생운동, 인권변호활동 궁극적으로 청와대로 이끌었고, 지난 6월 9일 타임지 사진작가는 의기양양한 분위기 속에서 만면에 미소와 주먹 인사(fist bumps)로 인사하는 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났다.(기자는 비대면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스가 요시히데(Yoshihide Suga) 일본 총리와 회담 이후 두번째로, 동아시아 동맹에 대한 미국의 새로워진 관심을 부각시켰다.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후 7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에 대한 6년간의 협상이 타결됐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기 위해 경계했지만, "남북간 대화, 포용 그리고 협력에 대한 지지"가 분명했던 바이든 미 대통령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세계는 미국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접근을 발맞춰 조정할 것"에 합의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공식 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은 북한을 기쁘게 할 세부사항이다. 비록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임자의 외교 정책 결정을 번복했지만, 그는 트럼프 시대의 모호한 합의를 향후 회담의 기반으로 지지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북특사로 협상 베테랑이자 전 주한미국대사인 '성 김(Sung Kim)'을 임명했다. 지난 6월 13일, 북한 관영 매체는 북한 최고 지도자가 노동당 대회에서 "대화와 대립을 모두 준비하라"고 발언했음을 밝혔다. 빈센트 브룩스(Vincent K. Brooks)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이 "절호의 기회"를 엿볼수도 있지만, 그곳에는 "그렇게 쉽게 탄생하지 않는 미국과 남한의 두 진보 정권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돌파구를 기대할 이유가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짧은 브로맨스(bromance) 이후, 공화당이 심각한 반대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회담에 대한 장벽은 낮고 정치적으로 안전하다. 코로나19 역시 제재의 무관함을 부각시켰다. 걷잡을 수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북한은 식량 지원마저 거절하면서 세계로부터 완전히 격리됐다. 대외 무역은 전년대비 80%까지 급락했으며, 소련 붕괴 이후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충격을 자초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 발전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지만, 매번 정권 유지가 최우선이었다. 정성장(Cheong Seong-chang)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제재만으로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생각은 지속적인 "비핵화 및 제재 완화의 사이클"로 종국에 핵탄두와 ICBM과 같은 북한의 가장 치명적인 재산을 화두로 꺼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약속 불이행 기록으로 볼 때, 미국이사 지닌 최고의 영향력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협상이 제재 완화로 이어지는 것은 "실수일 것"이라 말했다.

북한은 과거에 5개의 비핵화 협정을 체결했지만 모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저명한 아버지, 할아버지처럼 벼랑 끝 전술에 능숙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미국 국가정보장실(U.S.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DNI)은 최근 연례 위협 평가에서 김 위원장이 파키스탄처럼 "시간이 지나면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적 인정과 존경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밝혔다.

많은 장애물들이 지속되고 있다. 수 미 테리 연구원은 최근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북정책 검토가 "보류 상태"로 가장 잘 묘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적법한 국제적 인정"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회담을 과소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빈정거림은 차치하더라도, 김정은이 불법이라는 분명한 암시는 다사다난한 외교의 출발점이다. 남한은 한미 미사일 지침을 해제했는데, 북한은 이를 미국의 "수치스러운 이중거래"의 증거로 맹비난했다.

혼잡한 메시지는 그렇게 놀랍지 않다. 김 위원장이 수화기를 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대북협상 재개 노력을 기꺼이 지지한다는 것이 미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 대신 바이든 미 대통령은 그가 진정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국 문제 등 다수의 정책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했다.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AI, 전기차 배터리, 5G, 6G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에 연간 4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이는 중국에서 민감한 공급망을 끌어내고 "미래를 쟁취"하기 위한 기반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바이든의 야심찬 계획에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와 쿼드 플러스(Quad) 안보 기구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가할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완정"의 중요성도 강조하여 중국 정부의 불가피한 질타를 유발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대북인권특사로 활동한 로버트 킹(Robert King)은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관계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들이 갖는 외교적 노력과 에너지는 중국의 심각한 위협에 대처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 말했다.

여느 때와 같이, 경제적 의존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속해서 지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달에, 시진핑 주석은 류샤오밍(Liu Xiaoming) 전 북한·영국 대사를 지난 2년간 공석이었던 한반도사무특별대표로 임명했다. 정성장 연구위원은 이번 인사배치가 "한반도 문재를 중재하려는 중국의 결단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김 위원장의 체제를 변함없이 지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중국이 유엔 제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을 높게 평가하며 중국도 "비핵화에 있어서는 동일한 입장"이라 말했다. 하지만 남북이 함께 가까이 움직인다 해도, 그들의 주요 후원자들은 여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대가를 호되게 치뤄왔다. 그의 정적들은 한국의 군사 독재에 반대한 학생 운동가로 수감됐던 전 인권변호사가 김 위원장과 같은 사람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식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으며, 자식들이 핵무기의 짐을 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엄숙히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매우 정직하며 ... 매우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지닌 사람이고", "국제 정세에 해박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사람이 고모부와 이복형을 냉혹히 살해하고, 2014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말살, 고문, 강간 그리고 장기적 기아를 초래하는 "반인권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주도하는 인물과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에게,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방어는 망상(delusional)에 가깝다. 2018년에 문 대통령이 연설했던 대집단체조는 미성년자 강제 노동으로 인권단체들의 규탄을 받은 바 있다. 일의 가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오랫동안 제재 완화를 촉구해왔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을 통한 기부와 현재는 취소됐지만 한국의 설탕과 북한의 술을 교환하는 계획 등 제2의 해결방안을 모색해왔다. 문 대통령이 대북전단 풍선 살포를 금지하자 미국 전직 관료 13명으로 구성된 초당파 단체는 공개 서한을 통해 문재인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운동을 저해한다."고 비난했다. 로버트 킹 전 대북인권특사는 "미국 정부 고위직 중에는 문 대통령의 행동이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내고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화해를 위해 문 대통령의 원칙을 희생했는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고, 어떤 성취도 무의미해졌는가가 관건이다. 

션 오말리(Sean O'Malley) 부산 동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전에 북한과의 외교적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그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여겨질 것이다. 문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화해에 지나치게 투자하고 쇠퇴하는 유산에 사로잡혀 초기에 그를 집권시킨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잃어왔다. 5월 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부패한 주택 계획과 같은 스캔들로 인해 35%로 급락했다. 그의 임기 동안, 서울의 한 평범한 아파트 평균 가격은 59만달러에서 106만달러로 올랐다. 한편, 성희롱 범죄 확산은 세간의 이목을 끄는 자살들로 이어졌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초기에 성공적으로 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백신 보급은 6월 중순까지 전체 인구의 6%만이 완전 면역이 될 정도로 형편없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4월, 문 대통령의 민주당은 한국의 가장 큰 두 도시의 시장선거에서 참패했다. 존 델러리(John Delury) 연세대학교 교수이자 동아시아 전문가는 "한국 유권자들은 굉장히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점에 관해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의 일부일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북한 고위 관계자 출신 탈북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 편을 든 것과 미군 스텔스기 40대를 구입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에에게 완전히 배신감을 느꼈으며, 막바지에 다다른 정부와 협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어쨌든, 지난 2000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체결한 비핵화 협정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하면서 사실상 갈기갈기 찢어졌다. 마찬가지로 지난 2007년 남북공동선언은 1년 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뒤안길로 사라졌다. 탈북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다시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타임지에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며, 김 위원장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의사소통"이 "상호 신뢰"로 이어졌고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다시 불러오기 위한 수단으로 백신 외교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확실히 약속, 협상, 도발, 어그러짐, 화해의 순환을 어떻게 끊어낼지에 대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거의 없다. 다음 시도는 권태의 필연적인 한숨으로 인해 흐릿해질 것이다. 수 미 테리 연구원은 "이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이 없으며", "이러한 상태가 30년 넘게 지속돼왔다."고 말했다. 결국, 그것은 문 대통령의 진정한 유산이 될지도 모른다. 그가 일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아무도 할 수 없다는 암울한 깨달음이다. 

 

* 2021.07.14 17:00 내용 수정

기사 하단 <타임지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 전문> 22번째 문단 3번째 줄의 '삼촌과 이복동생을'을 맥락에 따라 '고모부와 이복형'으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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