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실외 마스크 의무화' 생색내기와 엄포 사이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6.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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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600명에 육박하고 수도권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지자 정부가 고삐 잡기에 나섰다. 국무총리가 백신 접종 인센티브로 제시했던 '실외 마스크 해제'를 재고해 상황이 악화되면 '의무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외 마스크 의무화가 되면 지금과는 달라지는 것일까? 줬다 빼앗는 것도 아니고 뭔가 찜찜하다. 정부의 조치가 내포하는 의미를 짚어봤다. 

출처: 국무총리실
출처: 국무총리실

 

◈김 총리, "상황 악화시 언제든 마스크 착용 다시 의무화"

김부겸 국무총리는 29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7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한 번이라도 받으신 분은 한적한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으셔도 되지만, 변이바이러스 등 상황이 악화되면 언제든지 다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우리나라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가팔라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총리는 "국내 감염사례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도 다수 확인되고 있다"며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수도권이 안정되지 못하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중대본 회의는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수도권 특별방역대책’을 논의했다. 김 총리는 "2주간의 이행기간을 두긴 했지만, 7월부터 거리두기 체계가 개편되면 감염 확산의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방역의 최대 승부처다. 위기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7월 초부터 특단의 방역대책을 적극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자체장들에게 당부했다.

출처: 서울시청 홈페이지
출처: 서울시청 홈페이지

 

◈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새로운 것인가

뉴스톱은 지난 22일 <[분석] "저 접종자예요" 7월 야외 노마스크 구분법은?> 기사를 통해 7월1일부터 시행될 실외 마스크 완화 조치를 분석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접종자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했고, 그 중 하나가 '실외 마스크 의무화 완화' 조치이다.

2021년 6월 현재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한다. 방역 당국의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의 영향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타인의 눈총이 두려워서이다.

질병관리청이 설명하는 현행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살펴보자.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하는 장소는 ①실내 ②대중교통 ③실외에서 타인과 2m 이상 거리 유지가 되지 않는 경우 이다. 따라서 지금도 실외에서 타인과 2m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사람들에겐 ③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집회, 공연, 행사 등 다중이 모이는 행사에선 거리두기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따라서 김 총리가 "상황 악화시 다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겠다"고 하는 부분은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동해 전면적인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한 ③에 해당된다. 지금과 달라지는게 없다는 의미다.

백신 접종자에 한해 '실외 마스크착용 면제'가 일종의 생색내기였다면, 상황악화시 '실외 마스크착용 의무화 언급'은 엄포나 다름없다. 국민들이 실외 마스크착용이 두려워서 느슨하게 하던 방역을 더 철저히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방역당국은 굳이 실외 마스크 착용을 언급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잘못된 설득방식이란 거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예정된 방역완화 + 특단의 방역대책 = 모순!!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7월1일부터 인센티브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수도권의 확진자 증가 추세를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는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특단의 방역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또다시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월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우리는 경제와 방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정부의 모습을 지켜봤다. 경제도 살려야하고 방역도 잡아야하는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박자 늦은 정부와 방역당국의 대응은 수많은 실기(失期) 논란을 낳았다. 변이 바이러스가 두렵고, 수도권과 젊은층 중심의 확산세가 가파르다면 적절히 강화된 방역조치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방역당국이 내놓는 대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7월1일부터 사적모임 허용인원이 현행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고, 음식점·카페에서의 취식도 자정까지로 연장된다. 영화관, PC방, 오락실, 학원, 독서실, 놀이공원, 이미용업, 대형마트 등의 다중이용시설은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모임이 늘어나고 사회 전체적인 감염 우려가 커진다. 빠른 확산을 특징으로 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우려는 커진다. 그럼에도 정부는 거리두기를 완화한다. 

국무총리는 "7월부터 거리두기 체계가 개편되면 감염 확산의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방역의 최대 승부처"라고 지적한다. 이어 "위기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7월 초부터 특단의 방역대책을 적극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수도권 광역단체장들에게 당부했다.

뭘 어쩌라는 건가? 거리두기를 완화해 감염 확산 위험을 더 키우면서도 방역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라는 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원성을 외면할 수 없어 거리두기는 완화하지만 국민들은 이와 상관없이 거리두기를 지켜달라' 이런 뜻인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거리두기 완화와 특단의 방역대책의 조합이다.

정부가 방역도 잡고 경제도 살린다면 당연히 칭찬할 일이다. 문제는 지난해초 이후 두마리 토끼를 잡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거다. 지난해 5월, 8월, 12월의 방역실패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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