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식뷔페, 최저임금 인상에 문 닫았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7.1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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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13일 <그 많던 한식뷔페 어디 갔지?…"최저임금 인상에 문 닫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수년전 전성기를 누렸던 대기업 계열 한식뷔페 외식사업이 위축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최저임금이라는 내용이 골자다. 과연 그럴까 뉴스톱이 확인해봤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대기업이 운영하던 한식뷔페는 승승장구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빅3’로 불리던 CJ그룹(CJ푸드빌)의 계절밥상은 54곳, 이랜드그룹(이랜드이츠)의 자연별곡은 44곳, 신세계그룹(신세계푸드)의 올반은 15곳 등 모두 113곳의 한식뷔페가 운영됐다. 패밀리레스토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웰빙 트렌드에 맞춘 식단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대기업 운영 한식뷔페는 2018년부터 내리막 길을 걷게 된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우면서 대통령 취임 직후 6470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을 2018년부터 7530원으로 1000원 이상(16.4%) 급격하게 올린게 결정적 이유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 크기에 따라 10명에서 주말에는 50명까지 고용하던 아르바이트 인건비가 오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며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 수준인데 인건비를 두 자릿수(10% 이상) 올리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21.7.13)
 

 ◈중앙일보, "한식뷔페, 최저임금 인상에 문닫아"

중앙일보는 대기업 계열 한식뷔페가 2017년까지는 승승장구했다면서 계절밥상(CJ푸드빌), 자연별곡(이랜드이츠), 올반(신세계푸드)의 매장 수를 보여준다. 그리고는 2018년부터 한식뷔페가 내리막 길을 걷게 됐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원인으로 꼽았다.

중앙일보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아르바이트 인건비가 오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 수준인데 인건비를 두 자릿수 올리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최저임금 급등 3년 반 만에 매장 수가 10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고 짚었다.

출처: 중앙일보 홈페이지
출처: 중앙일보 홈페이지

"최저임금 인상으로 쇠락한 대기업 한식뷔페"라는 제목으로 브랜드별 매장 갯수를 나타낸 그래픽 자료도 기사에 덧붙였다.

◈뉴스톱이 확인했다

이 기사가 보도된 이후 댓글창이 들끓었다. 대부분은 중앙일보의 보도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었다.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해당기사 댓글창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해당기사 댓글창

뉴스톱은 중앙일보 기사에 언급된 한식뷔페 사업자인 각 기업체에 문의했다. 그러나 단 한 곳도 한식 뷔페의 사업 축소의 결정적 원인을 최저임금으로 지목한 곳은 없었다.

오히려 세 곳 모두 "매장 축소는 전반적인 외식 업계 트렌드의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답했다. 한 때 외식업계의 대세였던 패밀리레스토랑이 고객 선호도 변화에 따라 퇴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한식뷔페가 처음 선보였던 때에는 1만5000원 안팎의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어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이젠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한식뷔페는 여러가지 메뉴를 준비해야 하는 특성상 마진율이 낮기 때문에 매장 내방 고객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사업이 유지된다. 그러나 트렌드 변화와 함께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가 덮치면서 각종 모임이 사라지고 고객 감소로 직결됐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수익성이 낮은 매장부터 폐점에 돌입하는 한편, 매장 인기 메뉴를 즉석식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는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중앙일보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한식뷔페가 쇠락했다"는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 검색 화면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 검색 화면

 

◈목적만 있고 팩트는 없다?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에 극악한 비판을 쏟아내는 곳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 단체이다.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져 경영난이 가중되고 결국 폐업으로 이어지면서 일자리까지 줄어든다는 논리를 반복한다.

여기에 보수매체와 경제지들이 기름을 끼얹는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마치 나라가 망할 것 같다. 주장을 펼치고 비판을 하는 것은 자유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금도라는 것이 있다. 언론사라면 팩트를 갖고 보도를 해야한다. 있지도 않은 발언을 '업계' 전체의 의견인 것인양 익명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쓰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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