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꽃다발 괜찮다? 도쿄 날씨 온화? [도쿄올림픽 이슈체크]

  • 기사입력 2021.07.29 17:00
  • 최종수정 2021.07.29 17:01
  • 기자명 선정수 기자

2020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때문에 1년 연기된 끝에 개막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도쿄올림픽과 관련된 이슈들을 체크했다.

출처: 대한체육회 제공
출처: 대한체육회 제공

①후쿠시마 꽃다발·식재료, 방사능 괜찮다? → 절반의 사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부흥 올림픽'이라는 별칭을 쓸 정도로 이번 도쿄 올림픽을 원전 폭발 사고 지역인 후쿠시마 부흥과 연결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선수촌에 납품하고, 후쿠시마에서 재배한 꽃으로 시상식 꽃다발을 준비했다. 야구 종목 개막전도 일본 야구의 중심지인 도쿄돔이 아닌 후쿠시마현 아즈마 스타디움에서 치렀다.

일본 정부와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후쿠시마산 식재료와 꽃다발은 인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히라사와 가쓰에이 부흥대신은 지난 3월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명회에서 "도쿄올림픽을 통해 후쿠시마현 농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점을 알리겠다"고 했다. 그는 "후쿠시마현은 농수산물을 출하하기 전에 철저한 모니터링 검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며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에는 절대로 유통시키지 않는다. 최근에는 기준치를 초과한 식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후쿠시마현은 현내 나미에 지역에서 생산된 꿀에 일본 기준치를 넘는 세슘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는 등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의 방사능 안전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는 2011년 발생했다.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후쿠시마 주민들이 많다.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은 사고 원전으로부터 67km 떨어져있다. 뉴스톱은 2019년 12월 후쿠시마 현지의 방사능 수치를 실측했다. 그 결과 아즈마 스타디움 지역은 기준치 이내로 나타났다.

식재료와 꽃다발을 두고는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대한체육회는 2008베이징올림픽 때부터 우리 선수단을 위한 자체 식단을 제공했다. 선수들이 입맛에 맞는 식사를 할 수 있어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도 대한체육회는 선수단을 위해 일본 현지에 조리팀을 파견해 도시락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이번 대회 중 도시락 메뉴에 생선은 들어가지 않는다. 혹시 모를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서다. 고추장 된장 등의 장류와 김치는 한국에서 다 공수해왔다. 신선도가 중요한 고기와 채소, 과일 등은 현지에서 구매한다.  채소와 과일은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생산된 것을 골라 구매했다. 고기는 일본으로 수입되는 뉴질랜드와 호주산을 샀다. 역시 방사능 오염을 우려한 조치이다. 이를 두고 일본 내 일각에선 "후쿠시마 주민들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며 반발이 일었다. 미국도 자국 선수단을 위해 식재료를 공수해 자체 식단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본 내 반향은 미미한 상황이다. 

꽃다발도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는 <[팩트체크] 도쿄올림픽 메달리스트 '방사능 꽃다발' 받는다?>기사를 통해 후쿠시마 및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생산된 꽃다발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따져봤다. 연합뉴스는 선수가 피폭될 우려는 없다는 중론 속에 미미한 가능성이라도 우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고 보도했다. 

 

②도쿄 올림픽 기간 날씨는 온화? → 거짓

미국 야후 스포츠는 26일 '일본 올림픽 주최측 날씨 거짓말, 선수들이 댓가 치러'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한여름을 보내고 있는 도쿄의 폭염 탓에 많은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이다. 특히 실외 종목 선수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철인3종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구토를 하면서 쓰러졌고, 테니스 종목에서도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기권하는 선수가 속출했다. 양궁에선 러시아 선수가 경기 도중 실신하기도 했다.

일본은 2013년 올림픽 유치를 신청하면서 "(대회 기간은) 온화하고 맑은 여름 날씨라서 선수들이 최고 기량을 발휘하는 데 이상적이다"라고 언급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은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10월에 열렸고, 1988년 서울올림픽도 9월 중순에 개막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 이후 하계 올림픽은 7~8월에 개최된다. 야후스포츠는 "이 시기에 훨씬 높은 시청률이 생성된다"며 "(중계권자인) NBC가 NFL, 대학 미식축구, 학년초 또는 그 밖의 많은 것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미국에서는 특히 그렇다"고 짚었다. 

결국 IOC가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NBC의 수익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7~8월 개최를 용인하고 있고, 이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거짓말을 묵인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③종합순위 금메달순? 합계순? → 검증 불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금메달 사랑은 유별나다. 운동 선수들에겐 올림픽은 '꿈의 무대'이다. 그러나 언론 매체 등 그 바깥 세상의 사람들에겐 올림픽은 '금메달'을 따야 의미가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값진 은메달을 따고도 죄인 취급을 받으며 '죄송하다'고 말했던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과거 올림픽 기간에는 신문 지상과 올림픽 특집 방송 뉴스에 각국 메달 순위표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이 집계에선 은메달 10개 동메달 10개를 딴 나라가 금메달 1개 이외에는 획득한 메달이 없는 나라보다 아랫쪽에 위치한다. 

금메달 1개가 은메달 10개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주요 포털사이트에도 메달 순위표는 금메달 갯수가 우선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나머지 메달도 소중하다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합계 순'으로 순위를 볼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놓기도 한다. 이 방식은 메달 색깔과 구별없이 그 나라가 획득한 메달의 총 갯수대로 순위를 매긴다.

미국 NBC 방송은 메달 총계로 순위를 집계하고 있다. 29일 현재 금메달 13개인 미국이 금메달 14개인 중국을 제치고 1위를 달리는 것으로 표시된다. 메달 합계에서 미국이 36개로 29개인 중국에 앞서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올림픽 페이지는 중국을 1위, 미국을 2위로 표시하고 있다. 금메달 우선 방식이기 때문이다.

출처: NBC 홈페이지
출처: NBC 홈페이지

정답은 없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는 종합순위를 발표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기량을 발휘하고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정신이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취지가 들어있다.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IOC가 종합순위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종합순위 계산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④태권도 노골드 수모? VS 세계화 방증?…노잼은 숙제로

우리나라 태권도 선수단은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마지막날인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여자 67㎏초과급 결승에서 이다빈(25·서울시청)이 은메달을 추가하며 이번 올림픽을 마감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6개 체급에 출전해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의 성적을 거뒀다.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많은 매체들이 '태권도 노골드 수모'라는 표현을 쓰며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겼다는 식의 보도를 내놨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들이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할 만큼 세계 각국의 태권도 실력이 향상됐고, 그만큼 태권도 종목의 세계화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해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25일 <태권도가 올림픽 메달을 따지 못하던 국가들에게 길이 됐다>는 기사를 발행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올림픽 약소국’들이 태권도 종목에서만큼은 약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의 수도 니아미 골목길, 시리아 난민들이 모여 사는 요르단 아즈라크 난민캠프, 태국의 빈민가 등에서 태권도 발차기 연습에 한창인 모습을 전하며 태권도가 "모든 올림픽 종목 중 국제 스포츠의 경계에 있는 국가들의 경제력과 관련해 가장 관대한 스포츠"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대회 기간 내내 태권도는 '발펜싱'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양 선수가 앞발을 들어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이 마치 펜싱과 흡사하다는 의미다. 태권도 특유의 힘찬 발차기는 사라지고 전자호구를 발끝으로 누르는 경쟁으로 변질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미를 잃게 한다.

최근 한국 태권도는 시간내에 상대방을 가격해서 득점을 많이 하는 쪽이 이기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선수를 가격해 상대 체력 게이지를 깍아 0으로 만드는 쪽이 이기는 게임 <철권>방식의 경기를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고 있다. 이 방식이 올림픽에도 채택될지는 미지수지만 다음 올림픽때 반영이 된다면 좀더 태권도 경기에 대한 흥미가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⑤양궁 2관왕, 안산은 페미? → 근거 없음

양궁 2관왕에 오른 안산(20·광주여대) 선수가 난데없이 '페미 논란'에 휘말렸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안산은 페미니스트 아닌가요"라는 글을 올리고 "여대에 숏컷, 페미니스트 조건을 모두 갖췄다. 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이상한 거냐"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여대출신 숏컷은 90% 이상 확률로 페미"라며 "페미 아닌 경우는 극소수"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안산 선수의 인스타그램에 "왜 머리를 자르냐"는 글을 남겼고 안산 선수는 "그게 편하다"고 답했다.

페미니즘이 워마드, 메갈리아 등 남성혐오로 변질되면서 젊은층과 인터넷 공간에선 '페미=남혐'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여기에 여성의 숏컷 스타일이 페미니스트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안 선수가 봉변을 당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안 선수가 과거 인스타그램에 인스타그램에서 일상 등을 소개하며 “‘웅앵웅’ 과제하기 싫다” “오다 안 본지 ‘오조오억년’” 자신의 셀카 사진을 올리며 “얼레벌레” 등의 단어를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웅앵웅’ ‘오조오억년’ ‘얼레벌레’ 등이 모두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데 사용되는 단어라는 지적이다. 실제 과거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방송 등에서 해당 용어를 사용해 일부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았고 이에 사과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해당 용어는 남성 비하 용어가 아니라 이제는 (혐오 의도가 없는) 단순히 여초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정착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출처: 페이스북 캡처
출처: 페이스북 캡처

 

안 선수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자 대한양궁협회 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게시물이 급격히 늘고 있다. 양궁협회가 나서서 안 선수에게 가해지는 과도한 비난에 대응해 달라는 차원이다.

안산 지키기는 정치권과 연예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안산 선수의 당당한 숏컷 라인에 함께 서서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안산 선수, 힘내세요"라며 "오늘도 거침없이 활시위를 당겨주세요. 그 단호한 눈빛으로 세상의 모든 편견을 뚫어버리세요"라고 응원했다. 이어 심 의원은 "무엇보다 대한체육회는 지금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압박에 단호히 대처해주길 당부드린다"고 적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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