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이다영 선수 있었으면 여자배구 세계랭킹 5위?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1.08.0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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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터키에 승리해 4강에 진출하며,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뉴스톱>이 회원사로 있는 ‘SNU 팩트체크’에 제보가 들어왔다. 최근 일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현재 한국 여자배구 세계랭킹이 14위인데,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선수가 대표팀에 있었다면 5위권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달라는 내용이다. <뉴스톱>이 분석했다.


2021년 8월 6일 현재 우리나라 여자배구 세계랭킹은 11위로, 이는 도쿄 올림픽 성적이 반영된 결과다. 올림픽 이전에는 14위였던 세계랭킹이 도쿄 올림픽 조별 예선에서 6위 도미니카공화국과 5위 일본을 연달아 격파하며 13위로 올랐고, 4일 터키마저 꺾으며 11위까지 상승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맞붙었던 도미니카공화국은 6위에서 7위로, 일본은 5위에서 10위로 순위가 하락했으며, 터키는 4위를 지켰다.

국제배구연맹 홈페이지 갈무리
국제배구연맹 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세계 순위는 국제배구연맹(FIVB·Federation Internationale de Volleyball)에서 각국 대표팀의 순위를 공식 발표한 결과다. 국제배구연맹은 순위를 정하는 기준에 대해 <HOW IT WORKS-New FIVB Volleyball World Ranking For Senior National Teams(국제배구연맹의 새로운 세계 랭킹 지정 방법)>라는 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다.

 

국제배구연맹은 세계 순위를 정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한다. 

① 세계 순위 점수는 현재 팀 성적을 반영한다.
② 각 경기에서 2개의 팀을 비교해 높은 점수를 가진 팀을 강한 팀으로 인식해 상대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③ 양 팀의 점수와 과거 경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은 경기 결과를 6개(세트별로 3-0/3-1/3-2/2-3/1-3/0-3으로 이기거나 지는) 확률로 계산해 실제 경기 결과와 비교한다.
④ 특정 팀이 기대치를 넘어선 경우 세계랭킹 포인트를 얻게 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는 상대가 얻은 동일한 양의 포인트를 잃는다. 
⑤ 예측과 실제 경기 결과가 가까울수록 포인트를 적게 얻거나 잃고, 결과가 빗나갈수록 더 많은 포인트를 얻거나 잃게 된다. 

정리하자면, 각종 국제 대회에서 한 나라가 거둔 성적과 팀 간 상대 전적을 알고리즘으로 계산하고, 이를 실제 경기 결과와 비교하는 것이다. 승패뿐만 아니라 경기마다 세트의 결과까지 랭킹 포인트에 반영돼 배분하게 된다. 또한, 약팀이 강팀을 이기면 더 많은 포인트를 얻고, 반대로 강팀이 약팀에게 지면 더 많은 포인트를 잃는 구조다. 여기에 경기의 권위에 따라 가중치가 부여된다. △올림픽 50점 △세계 선수권 대회 45점 △월드컵 35점 등을 더하는 식이다. 

국제배구연맹 홈페이지 갈무리
국제배구연맹 홈페이지 갈무리

 


즉, 국가 대표팀 엔트리에 어떤 선수가 들어있는지는 직접적으로 국가 순위에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다. 물론 경쟁력있는 선수들이 국대 엔트리에 들어 국제 대회에서 승수를 많이 쌓으면 국가 순위가 올라갈 수는 있다. 이재영·이다영 선수가 학폭 논란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후 대한민구 여자 배구팀은 지난 6월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했다. 2020도쿄올림픽 전초전 성격이었던 이 대회에서 3승12패를 기록했다. 좋지 않은 성적 탓에 올림픽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일부 배구팬들은 쌍둥이들을 대표팀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두 선수가 대표팀에 포함이 됐다고 가정해도 VNL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지는 알 수 없다. 이미 두 선수는 배구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고, 소속팀의 팀워크에도 균열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두 선수의 존재가 대표팀의 '팀 케미'를 해쳤을 수도 있다. 가정은 무의미하다. 쌍둥이가 있었다면 세계랭킹이 더 올랐을 수도 아니면 더 곤두박질 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20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여자배구팀은 구기종목 가운데 가장 '핫 한' 팀이며 스포츠팬과 일반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 대표팀은 두 선수의 빈자리에도 실력과 팀워크로 4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시각에 따라 쌍둥이의 공백이 오히려 선수들의 분전을 이끌어 냈다고 볼 수도 있다.

가정은 팩트체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이재영·이다영 선수가 있었으면 여자배구 세계랭킹이 5위권이었을 것”이란 주장은 의미도 없고, 설득력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편, 우리나라 배구 대표팀은 오늘(6일) 오후 9시에 브라질과의 준결승 경기를 치른다. 브라질은 현재 세계 순위 2위의 강력한 상대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의 상승세 역시 만만치 않아 결과가 주목된다. 승패와 상관없이,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4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우리 대표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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