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최재형 감사원은 '월성1호기 폐쇄 타당성'을 감사하지 않았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8.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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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가 연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공격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 1호기를 찾아 “탈원전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었던 월성 조기 폐쇄 관련자들이 기소됐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 부분에 대해 책임 있는 말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월성 1호기 현장을 둘러본 뒤 주민간담회에서 “조기 폐쇄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나온 것처럼 무리하게 진행됐으며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경제성 평가 등 수치를 조작해 억지로 폐쇄시킨 과정이 밝혀졌다”고 했다. 

8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탈원전 정책, 대한민국에 대한 체계적 공격"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출처: 최재형 국민의힘 예비후보 페이스북
출처: 최재형 국민의힘 예비후보 페이스북

원전 찬성/반대는 후보의 공약이자 가치관이니 팩트체크의 대상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대선후보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맞아야 한다. 뉴스톱은 월성1호기 폐쇄에 관한 최 후보의 발언을 팩트체크 한다.

 

①전세계 탈원전 국가는 독일이 유일? - 사실 아님

최 후보는 "전 세계에서 원전을 운영 중인 30개국 중에 탈원전을 결정한 나라는 독일이 유일합니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뉴스톱은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보도자료를 팩트체크하는 "[팩트체크] 원전 25%p 줄이면 유지, 10% 줄이면 대폭 감축?"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 이미 답이 나와있다.

프랑스의 제2차 장기 에너지 계획을 살펴보자. 2015년 75.1%였던 원전의 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50%로 낮추는 게 목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우리나라 원전 설비 비중은 2020년 18.2%에서 2034년 10.1%로 줄어든다. 비슷한 기간 원전대국 프랑스는 원전 비중을 25%p 낮추는 데 우리는 8%p 남짓 줄일 뿐이다.

이탈리아는 1987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정했고 모두 4기가 영구정지 상태이다. 2011년 6월에 다시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이탈리아 유권자들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재개하려던 원자력발전 계획에 압도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현재 이탈리아에는 가동 중인 원전이 전혀 없다. 

캐나다도 원전 확대와는 거리가 멀다. 원자력 산업계의 국제단체인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캐나다는 2개의 새로운 원자로를 추가로 건설해 향후 10년 동안 원자력 용량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연기됐다"고 밝혔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전인 2010년 원전의 발전 비중이 29%를 차지했다. 사고 이후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한 이후 일본 민주당 정권은 2030년대까지 '원전 제로'를 달성한다는 정책을 수립했지만, 2012년 12월 집권한 자민당 아베 정권은 안전이 확인된 원전은 재가동하기로 정책을 변경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일본 내 원전의 발전 비중은 7.5%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배출 ‘제로(0)’를 실현하기 위해 전체 전력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50~6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현재 75%에 이르는 화력 발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원전 발전 비중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신규 원전 건설도 고려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회의적 입장이 많다.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부지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 탓이다. 

원전을 가동하지 않거나 원전 숫자를 지속적으로 감축하는 나라는 세계 곳곳에 있다. 독일, 한국을 제외하고도 탈원전으로 가는 나라가 다수라는 의미다. 한국의 기존 원전이 수명이 다해 가동 중지되는 때는 2079년이다. 한국의 탈원전은 60년이 걸리는 장기 플랜이다. 

 

②중소형 원자로 석탄발전 대체? - 판단 보류

최 후보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캐나다 모두 중소형 원자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중소형 원자로는 폐쇄되는 석탄 발전소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R은 송전망이 충분하지 않거나 외딴 지역에 소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크기를 작게 하기 위해 대형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이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된 원자로 모듈(module) 형태로 만들어졌다. 

출력 조절이 가능하도록 부하 추종 운전 (load following) 설계가 되어 신재생 에너지 (풍력, 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carbon free) 백업 (back-up) 전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원전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미국의 뉴스케일파워사가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NRC)의 표준 설계 인증을 획득하는 등 최선두에 서있다. 

그러나 기후 위기를 피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과학계가 제시하고 있는 2050년대까지 상용화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력생산 비용전망’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 원전의 국가별 균등화 발전단가(LCOE)는 5년 전보다 비용이 늘었고, 태양광·풍력 발전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원전은 5년 전보다 12.88달러(1MWh 기준) 늘어난 53.3달러였다. 반면 상업용 태양광 발전은 170.71달러에서 98.13달러로 72.58달러 낮아졌다. 육상 풍력 발전도 147.45달러에서 113.33달러로 낮아졌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고 있는 미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이 원전과 유사하거나 더 저렴했는데, 미래에는 원전 경제성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출처: 블룸버그 홈페이지
출처: 블룸버그 홈페이지

 

지난해 3월 미국의 불룸버그가 보도한 기사에 실린 그래픽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인용한 이 그래픽은 2040년 유럽 지역의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 단가(LCOE)를 예상한 자료이다. 발전단가가 낮을수록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의미다. LCOE는 발전 단가를 산출함에 있어 건설, 연료, 운영비 등 단순비용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안정성, 사후관리 등 외부비용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다. 태양광발전(solar PV)과 해상풍력(offshore wind)의 발전 단가가 가장 낮고 육상풍력(onshore wind)이 뒤를 이었다. 석탄발전(coal)이 압도적으로 비싸고 원전(Nuclear)은 가스발전(Gas CCGT)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LCOE 예상치는 육상 풍력(52.2달러), 가스복합(56.5달러), 태양광(66.8달러), 원자력(99.1달러), 석탄(140달러) 등의 순이었다. 이미 미국에선 원자력이 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싼 에너지인 셈이다. LCOE는 평가 시점을 기준으로 신규 발전 시설을 가동할 때의 비용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미국의 원자력 안전 규제가 강화돼 신규 건설 비용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중소형 원전도 대형원전과 발전 단가에 있어 큰 차이를 낳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소형원전은 안전과 부지선정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소형원전은 기존 원전 전기 생산량의 절반 이하에서 4분의 1로 규모를 축소한 것이다. 기존 원전이 너무 중후장대해 1기의 원전이 사고로 가동중지될 경우 전체 전력망에 주는 부담이 너무 크기 이를 작은 규모로 쪼갠다는 개념이다. 미래 전력망은 분산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전국 곳곳에 원전을 설치해야 한다. 소형원전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곳 인근에 설치하는 것이 기본이다. 서울이나 경기도 등 수도권에 소형원전을 설치한다면 찬성할 수도권 주민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한국은 분단국가이기때문에 원자력발전소는 가상의 적인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한다. 동남권 해안에 몰려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중부권으로 원전이 전진배치 된다면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형원전이라고 해서 핵유출로부터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안전 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석탄 화력 발전을 중소형 원전이 대체할 것이라는 최 후보의 발언은 원전 업계의 희망사항을 담은 이야기로 들린다.

 

③월성 원전 조기 폐쇄? - 대체로 사실 아님

최 원장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월성 1호기가 계획된 수명보다 더 빨리 폐쇄됐다는 뜻으로 들린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월성 원전 1호기는 계획된 수명보다 더 빨리 폐쇄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월성원전 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애초 설계수명은 30년이다. 설계 수명 만료일은 2012년 11월 20일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원전을 보수해 10년 더 사용할 계획으로 2009년 12월 당시 허가권자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제출했다.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2022년 11월까지 최초 설계수명보다 10년 더 원전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후 시민단체와 원전 인근 주민들이 운영변경허가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2월 7일 서울행정법원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며 운영변경 허가를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원자력안전법령에는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시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월성2호기의 설계기준으로 적용한 적 있는 캐나다의 최신 기술기준을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평가에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수명연장을 결정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의결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원자력안전법령이 요구하는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사항 전반에 대한 변경내용 비교표가 제출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계속운전 허가에 수반되는 제반 운영변경 허가사항을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속 과장 전결로 처리하는 등 위원회의 적법한 심의·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또한 위원회 위원 중 2명은 최근 3년 이내에 원자력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했기 때문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상 위원 결격사유가 있는데도 운영변경 허가 심의·의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세 가지 위법사유가 객관적으로 맹백하다고 보기는 어려워 무효라고 할 수는 없고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원안위와 한수원 측이 항소했지만 한수원이 항소심인 진행 중인 2018년 6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원전 폐쇄를 결정하고 2019년 2월 28일 원안위에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영구정지)안을 신청했다. 2019년 10월과 11월 두 번의 원안위 회의에서 보류된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안건은 12월 24일 결국 표결 처리로 가결됐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원전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진 상황이라 재판의 실익이 없다며 항소를 각하했다.

이미 법원 판결로 월성 원전의 수명 연장은 정당성이 없음이 확인됐다. 한수원이 원전 폐쇄를 결정하지 않았더라도 연장된 수명은 2022년에 불과해 재가동 준비기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재가동의 실익도 없었던 상황이다.

 

④월성1호기 폐쇄 억지였나? - 사실 아님

 

출처: 감사원 홈페이지
출처: 감사원 홈페이지

 

최 후보는 "조기 폐쇄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나온 것처럼 무리하게 진행됐으며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경제성 평가 등 수치를 조작해 억지로 폐쇄시킨 과정이 밝혀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결과 보고서와 보도자료는 최 후보의 주장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감사원은 당시 "(한수원) 이사회의 의결 내용에 따르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감사결과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이나 그 일환으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추진하기로 한 정책결정의 당부는 이번 감사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음"이라고 밝혔다.

최 후보가 지금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 부당하다"는 내용은 최 후보가 원장으로 재직할 시절 감사원이 실시했던 월성1호기 감사에선 전혀 건드리지 않았던 내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8년 7월 27일 '원전인사이트' 중 미국의 원전폐쇄 현황.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8년 7월 27일 '원전인사이트' 중 미국의 원전폐쇄 현황.

 

공무원의 경제성 평가 조작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검찰과 감사원의 지적이었지만, 수명이 거의 다하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월성 1호기의 폐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수명이 5~20년이 남은 원전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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