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새만금 태양광 새똥 때문에 무용지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8.10 17: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일보는 9일 "패널 수백장이 하얗게… ‘새똥광’ 돼버린 새만금 태양광" 기사를 발행했다. 전북 새만금호 수면에 설치한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이 새똥으로 하얗게 뒤덮였다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에선 국내 최대 육상 태양광 시설을 예로 들면서 수상 태양광보다 관리하기 쉬운 육상 태양광도 패널 세척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수상 태양광 발전소 설치가 완료되면 새똥이 발전소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뉴스톱이 이 보도 내용을 짚어봤다.

출처: 조선일보 홈페이지
출처: 조선일보 홈페이지

①새만금 태양광은 무엇?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다룬 수상 태양광 발전소는 전북 새만금 방조제 안쪽 새만금호 일대에 조성되는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 사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수상 태양광 프로젝트 중 세계 최대인 2.1GW의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여의도 면적의 약 10배이며, 약 100만 가구에 전력공급이 가능한 용량이다. 1단계(1.2GW) 사업은 2022년 4월에 준공 예정이고, 2단계(0.9GW)는 2025년 준공 예정이다. 

수상태양광은 현행 제도를 따라도 수도법이 정하는 수도용 위생안전기준에 부합하는 자재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수질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산자부는 "지역주민 및 어업인 등의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 새만금 발전단지에 설치되는 태양광 모듈에 대해서는 현행보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새만금호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본 공사 이전에 진행되는 실증 시험이다. 

출처: 원주투데이 홈페이지
출처: 원주투데이 홈페이지

 

②왜 새똥광 됐나?

조선일보는 "가마우지, 갈매기, 감색 태양광 패널은 갈매기·오리·가마우지 등 온갖 새들이 싸놓은 분비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며 "패널을 물로 씻어내자 이번엔 새똥에 부식된 듯한 자국이 드러났다"고 적었다.

새만금호에 서식하고 있는 새들이 태양광 패널에 내려앉아 볼일을 본 것이다.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소는 수면 위에 조성된다. 물에 뜨는 구조물을 세우고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조립하는 것이다. 넓은 새만금호에 살고 있는 새들의 입장에선 내려 앉아 쉬기엔 제격인 장소이다.

새들이 많이 내려앉을수록 배설물의 양은 많아진다. 새들은 날아오르는 과정에서 체중을 줄이기 위해 배설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새만금에 시범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배설물로 하얗게 변했다. 강원도 원주시 매지저수지(윗 사진 참조) 안에 있는 작은 섬인 거북섬의 나무도 가마우지의 배설물 탓에 나무가 하얗게 변하고 고사된 사례가 보고됐다. 

조선일보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보고서를 인용해 “모듈(패널)이 지나치게 많은 조류 배설물에 오염돼 빗물에 쉽게 세척되지 않아 대책이 요구된다”고 보도했다. 이 문구는 지난해 4월 KEI가 발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미래 환경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향 :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현황과 효율적 추진방향> 보고서에 나와있는 내용이다.

다수의 수상태양광 발전시스템에서 태양광 모듈이 지나치게 많은 조류 배설물에 의해 오염되어 빗물에 쉽게 세척되지 않아 대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수상 태양광 패널에 새들이 내려앉지 못하도록 막는 여러가지 장치들. 위 사진은 한국농어촌공사가 2012년 설치한 태양광 물 순환 장치. 태양광 패널 상단 부분에 조류 방지 장치를 부착했다. 아래 사진은 한국수자원공사가 2012년 합천댐 수상 태양광 발전 패널에 시범 적용한 조류방지 장치이다.
수상 태양광 패널에 새들이 내려앉지 못하도록 막는 여러가지 장치들. 위 사진은 한국농어촌공사가 2012년 설치한 태양광 물 순환 장치. 태양광 패널 상단 부분에 조류 방지 장치를 부착했다. 아래 사진은 한국수자원공사가 2012년 합천댐 태양광 발전 패널에 시범 적용한 조류방지 장치이다.

 

③대책은 없나?

조선일보 보도만 읽어보면 새만큼 태양광 발전소는 가동하자마자 새똥으로 허옇게 뒤덮여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조선일보는 기사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태양광은 불안하니 원전으로 가자'는 이야기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이 기사를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선일보 홈페이지의 댓글은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상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놓고 새똥 때문에 제대로 가동을 못하다니, 조선일보의 우려가 현실이 되면 정말 부끄러울 일이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 업계 관계자들은 이 기사에 대해 코웃음을 친다.

조선일보 기사에 언급된 새만금 태양광 발전 시설은 '실험용'이다. 최적의 발전 효율과 주변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설치되는 시설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새들이 날아들지 못하게 하는 '조류 방지 시설'을 전혀 설치하지 않았다. 새들은 태양광 패널의 상단 끝 부분에 주로 날아와 앉는다. 태양광 패널은 수면에 평행하게 눕혀서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정도 각도를 줘서 세워서 설치하는 형식이다. 현재는 거의 수면에 평행한 상태로 설치돼 있는데 실제 상업용 시설을 설치할 때는 각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패널 위에 새들이 앉아있기 어렵다.

또 상업 발전이 시작되기 전 다양한 형태의 조류 방지 시설을 설치한다. 태양광 패널 끝 부분에 와이어를 설치해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상업 발전 단계에 접어들면 유지관리를 위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태양광 발전 업계는 조류 배설물이 발전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새만금개발청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현재 국내 60여개의 수상태양광 대부분의 시설에서 조류 배설물에 의한 패널 오염은 있으나, 운영관리 비용으로 청소로 해결되는 수준의 영향을 주는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