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vs 703, 도쿄 '코로나 중증환자 통계'가 제각각인 이유

[윤재언의 일본체크]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각자 기준으로 따로 집계하는 중증자... 일본 코로나 정책 문제점

  • 기사입력 2021.08.10 11:05
  • 최종수정 2021.08.10 11:24
  • 기자명 윤재언

일본 코로나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8월 5일 기준 도쿄내 하루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감염 확산을 막을 수단은 안 보이는 와중에 백신도 수급 문제 등으로 1차 접종이 약 45%, 2차 접종이 3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관저 홈페이지). 그동안 쓰지 않겠다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해선, 감염 확산 지자체에 한해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침도 나왔다(FNN 8월 3일 보도). 한국 못지 않게 백신 수급이 빡빡한 상황이란 얘기다.

필자는 일본의 코로나 정책에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일찌감치 모더나 백신을 2차까지 접종했다(관련 내용은 필자의 브런치 글 1차 후기, 2차 후기 참고). 백신에 대한 우려가 없던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 정책 불신이 더 컸다는 점을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다행히 큰 부작용은 경험하지 않았고 현재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

이처럼 감염 확산세가 심각해지는 와중에도 도쿄올림픽은 아무일 없다는 듯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 자체가 감염 폭발의 직접적 원인은 아닐지 언정, 국민들에게 “올림픽도 하는데…”라며 자숙(도쿄 지역은 음식점 내 음주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상황)을 피할 구실은 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7월 22일 이후 개막식을 포함한 4일간 연휴가 있었는데, 이때 지방으로 여행 간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한다. 초창기부터 이어져온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위험 소통)’ 위기가 1년반이 지난 지금에도 반복되는 셈이다.

수상관저 홈페이지의 일본 코로나19 확진자 통계 현황.
수상관저 홈페이지의 일본 코로나19 확진자 통계 현황.

 

'확진자 대비 적은 중증자' 믿음이 깨지는 일본

이번 글에서는 일본 코로나 정책의 문제를 압축시켜놓은 듯한 ‘중증자 집계’문제를 짚어본다. 지자체가 자의적 기준으로 중증자를 집계하고 정부는 그걸 묵인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대책의 본질적 한계가 확인된다는 점에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도쿄도 중증자 기준이 정부 기준보다 이상할 정도로 엄격해 중증자가 과소평가되고 있는 문제다. 즉, 다른 곳에서는 중증자로 집계되는 확진자가 도쿄에서는 다르게 취급되고 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코로나 위기 초창기부터 확진자뿐만 아니라 중증자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지난해 2-3월 검사역량이 턱없이 부족할 때(여전히 부족하다), 무증상이나 경증에 대한 검사보다 중증 검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정부나 지자체는 검사역량부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문제를 인정하기보다, 중증 환자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이 같은 정부의 논리에 일부 전문가가 결합하는 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정부에 반기를 들고 있는 코로나분과회 회장 오미 시게루(尾身茂) 외에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집단감염’대책에 문제를 제기했던 이와타 켄타로(岩田健太郎)도 검사 억제론에 동조한다(관련 기사이와타의 책).

미디어도 제 기능을 못했기에, 당시에 온갖 검사억제론자가 등장해 “감염 의심자가 병원에 몰리면 클러스터가 발생한다”는 황당한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전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를 옹호하는 입장의 사람들이 ‘중요한 지표는 확진자가 아니라 중증자’란 말을 퍼뜨렸고 사회적으로도 중증자에 관심이 몰렸다. 코로나 초기 일본 내에 중증자가 적었던 점도 ‘안심재료’로 쓰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일본 내에서도 확진자뿐만 아니라, 중증자, 사망자가 급증하자 ‘적은 중증자의 신화’는 붕괴된다. 오히려 중증자에 대한 높은 관심이 현시점에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 강조하는 지표가 된 느낌마저 있다. 올초엔 오사카 등 간사이권을 중심으로 의료붕괴가 일어나 적지 않은 경증/중등증 환자가 자택 내에서 중증화 혹은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병원을 배치 받아야 하는 상태였지만 입원할 병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현재 기록적으로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는 도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도쿄도, '집중치료실 감염자'는 중증자로 집계하지 않아

그런데 눈에 띄는 건 '의외로' 도쿄도가 발표하는 중증환자 숫자가 적다는 점이다. 8월 5일 기준 135명이다(도쿄도). 도쿄도 인구는 대략 1400만명이고 하루 확진자는 2주 전부터 2000명 이상이 나오고 있다. 이를 고려해보면 아주 많다고 하기도 어려운 느낌이다. 그 만큼 확진자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백신이 제대로 보급되고 있기 때문일까.

아래 산케이신문 기사에 힌트가 나와 있다. 7월 29일자 기사다(번역 및 굵은글씨체 필자).

 

코이케 유리코 지사는 28일 보도진에게 “백신이 없었던 지금까지와 다르게 감염자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감염자 자체는 연말연시의 감염 제3파를 웃돌고 있지만 도의 기준으로 28 시점 중증자는 80으로, 중증병상 사용률은 20%. 제3파 피크의 64%를 크게 밑돌고 있다.

그러나 후생노동성 숫자는 심각하다. 후생성은 직전 중증자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도에 따르면 후생성 기준에 기반한 중증자수는 26 시점으로 703. 중증병상사용률은 58%으로 병상 핍박이 일어나고 있다.

-산케이신문 7월 29일자 기사 중

 

기사에서 보면 도쿄도 기준 중증자가 '80명'인 데 대해, 정부(후생성) 기준으로는 무려 9배에 가까운 '703명'이다.

두 기준은 어떻게 다를까? 같은 기사 설명에 따르면 도쿄도는 ‘집중치료실(ICU)에 들어가는 감염자’를 중증자로 집계하지 않는다. 이유는 ‘일시적으로 ICU에 들어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도쿄도에선 인공호흡기와 인공심폐장치(ECMO) 장착한 사람만 중증자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후생성은 ICU 입원 환자도 중증자로 포함해 집계하고 있다. 의학전문가가 아니라 판단을 내리긴 힘들지만 적어도 도쿄도가 중증자 집계를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2중 기준이 만들어진 건 지난해 4월 27일 도쿄도가 독자 방침을 정하면서다(도쿄도 자료). 하지만 한동안 알려져 있지 않다가, 감염자 재확산과 함께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NHK는 지난해 8월 25일 기사에서, 이 같은 도쿄도 방침에 후생성도 문제는 느끼고 있지만 특별히 조정은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같은 기사에서 전문가들도 기준 통일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재조정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쿄도는 후생성 기준으로 한 자료를 따로 중앙 정부에 보고하면서도, 여전히 병상 확보율이나 언론 발표 등에서는 독자 기준을 쓰고 있다(니혼게이자이신문 3월 2일, 아사히신문 5월 26일 기사 등 종합).

 

도쿄올림픽 때문에 중증자 과소 집계했을 가능성

여기서부터는 추측의 영역이다.

도쿄도에 ‘중증자를 되도록 적게 집계할 유인’이 있을까? 지난해부터 지속돼 온 적은 검사수나 행정의 느린 대처 등에 더해 ‘올림픽 개최’를 위해선 정부와 도쿄도가 한 목소리로 강조한 코로나에 대한 ‘안심, 안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기에 굳이 코로나 위험성을 강조할 필요성은 오히려 줄어든다. 도쿄도의 과소평가된 중증자 집계에 대해, 정부가 강하게 개입하지 않는 것도 어떻게 보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TV 중계가 걸린 일본 미디어(대부분 신문/방송 겸영)의 미지근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확진자 숫자 급증에 대해 지난 2일, 중증화 위험성이 낮은 ‘중등증 이하’의 감염자에 대해선 요양시설이나 입원보다 자택 격리를 기본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관저 자료). 여기에 국민은 물론, 전문가(정부 내 코로나분과회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한다)나 미디어, 여당도 비판하는 상황이다. 참고로 후생성 중증도 분류(산케이 월 5일 기사)를 보면 ‘경증 -> 중등증I -> 중등증 II -> 중증’으로 돼 있는데, 중등증I은 폐렴이나 호흡곤란이 있지만 호흡부전이 없는 경우, 중등증II는 산소투여가 필요한 상태를 가리킨다고 한다. 그런데 8월에 들어와 도쿄도에서만 모두 8명이 자택 격리 중 사망했다. 경증에서 중등증 환자들로, 사망 후 감염이 확인됐는데 연령대는 50대가 6명, 40대와 30대가 각각 1명이다 (FNN 8월 5일 기사). 의료 붕괴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번 코로나 위기에서 일본 정부, 지자체(특히 도쿄, 오사카)가 보여주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이상할 정도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 ‘정확한 자료의 부재’,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혼란’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도쿄도의 자의적인 중증 환자 집계는 이 같은 문제가 압축된 전형적 사례의 하나다. 이번 일본 내 델타 변이 확산은 여기에 ‘올림픽으로 인한 국민적 위기의식 저하’까지 가세될 수 있을 듯싶다. 백신의 빠른 보급 외엔 답이 없어 보이나 솔직히 상황을 낙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윤재언   sharply2u@gmail.com    최근글보기
일본 히토츠바시대 강사, 전 신문기자. 연세대에서 사회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2010년 매일경제신문 입사. 예전부터 갖고 있던 ‘일본을 알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기자일을 뒤로 한 채 2015년 훌쩍 바다를 건넘. 2021년 히토츠바시대에서 박사 학위 취득 뒤 연구자의 길에 접어듦. 전공은 국제관계(국제정치경제)지만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정치 / 경제 / 사회(특히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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