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AZ 면역활성화 매우 우수...교차접종 적극 검토 필요"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1.08.1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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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률을 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여전하다. 뉴스톱은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를 8월 4일 인터뷰했다. 이재갑 교수는 혈전과 심근염 등 백신 부작용이 드물게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기에 관리를 받으면 충분히 대응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화이자 등 mRNA 백신에 비해 T세포면역 활성화에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만 적다면 교차접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의 방역은 '백신온리(only) 전략이 아닌 '백신 플러스알파'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뉴스톱과 인터뷰 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뉴스톱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준일(뉴스톱 대표): ‘K-방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 방역이 그동안 잘한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최근엔 부정적 평가가 많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4차 대유행 시점에서 한국의 방역 상황을 평가한다면.

이재갑(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지금까지 K-방역은 기술 등 눈에 드러나는 가시적인 부분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고, 실제로 정부 차원에서도 그런 부분을 주로 강조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K-방역의 가장 주된 핵심은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휴가도 가지 말라고 하는 방역 지침을 국민께서 많이 동참해주셨기 때문에 K-방역이 가능했던 것이다.

다만 국민의 참여 수준에 비해 최근 확진자 감소가 더디고, 중증 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델타 변이 유행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와 델타 변이의 강력한 전파력 간의 균형점이 전보다 높아졌다. K-방역의 핵심인 ‘국민적 참여’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지지 않는다면 델타 변이로 인한 4차 유행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 같다.

자발적 참여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백신 접종’이다. 3~4월에 백신으로 인한 여러 이상 반응과 공급 문제 때문에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 접종률이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최근 이러한 여건들이 나아지기도 하고, 국민의 인식도 많이 바뀌면서 접종 동의율이 많이 올라간 것도 K-방역의 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준일: 델타 변이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말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하고 있다. 방역의 관점에서는 방역 수위를 높여야 하지만 국민의 민생고, 특히 자영업자들 고통을 생각하면 정부 차원에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백신만이 답인 건가.

이재갑: 일종의 낙관주의가 있었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며 유행 상황이 안정된 영국이나 이스라엘 같은 국가들이 있지 않은가. 올해 1월만 해도 코로나19 대유행을 어떻게 버티나 싶었던 국가들이었다. 그런데 백신 접종을 충분히 하면서 4~5월을 기점으로 중증 환자와 확진자 숫자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백신이 코로나19의 완벽한 솔루션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델타 변이의 등장과 함께, 백신만으로는 안 된다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다시 생긴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루에 2천~3천 명 이상 확진자가 다시 나오는 상황임에도 ‘백신 온리(only)’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부스터샷 접종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백신 온리’에서 ‘백신 플러스알파’ 전략으로 가야 한다. 백신 접종률을 올리면서, 동시에 마스크를 쓰고, 의료 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고려해 거리두기를 조정하는 식의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도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우리 사회를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 시기다. 동시에,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방역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증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오른쪽)가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오른쪽)가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인터뷰 하고 있다.

 

혈전·심근염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부작용

김준일: 백신에 대해 각종 논란이 있다. 올해 초에 아스트라제네카가 혈소판감소성혈전증(TTS)을 발생시킨다는 공포감이 퍼졌다. 전문가적 입장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이재갑: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에 대한 연구가 영국에서 먼저 이뤄졌는데, 100만 명당 10~20명 정도에 대해 나타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 이 정도의 이상 반응은 만약 장기적으로 접종하는 백신이었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10만 명 당 1~2명 정도 부작용이 생기는 수치고, 치료가 불가능한 이상 반응도 아니니, 위험성에 대해 경고는 하되 접종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인 것이다.

문제는 원래 한 백신이 시장에 나오면 1년에 몇 백만 명 이상 접종하는 경우가 잘 없는데, 코로나19는 단기간에 몇 천만 명, 몇억 명 규모를 집단 접종하는 거라 이상 반응이 증폭되어 위험성 부각 정도가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인구를 접종하는 백신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문제다. 작년 독감 백신에서도 겪었던 문제다.

김준일: 아스트라제네카의 혈전 부작용이 대응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이재갑: 혈전증이 만들어진 혈전은 흘러 다니다가 좁은 공간의 정맥을 막는데, 이때 혈전이 머리에 가서 막히면 뇌정맥동혈전증, 장으로 가서 막히면 내장정맥혈전증이 생기게 된다. 이 두 군데서 주로 발생하니까 혈전증 초기증상은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픈 식으로 올 수 있다. 또한 혈소판의 감소로 응고가 잘되지 않아 여기저기 멍이 드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 접종 한 달 이내에 발생하는데, 주로 접종 후 7~13일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1차 접종 후 많이 발생하고, 만약 1차 접종 이후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보통 2차 접종 후에도 괜찮은 경우가 많았다.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병원에 가서 초기에 진단하면 사망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준일: 한국에서의 혈전 발병률이 유럽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이라는 얘기가 있다. 인종 차이에서 오는 이유라는 말도 있고. 확실히 국내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인지.

이재갑: 어차피 현재는 보고된 사례밖에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이후 혈전증이 2명 발생했고, 그중 한 분이 사망하셨다. 우리나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인구가 1000만 명이 넘었는데, 그중 2명 발생한 거면 확실히 낮은 빈도다. 유럽이나 미국도 부작용 자체는 낮은 빈도로 발생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더 발생 빈도가 낮은 이유는 지금까지 밝혀진 바는 없다.

 

김준일: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mRNA 방식 백신에 심근염 부작용이 있어서 최근 20대 병사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부작용은 왜 발생하고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또, 젊은 층에 다수 발생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인가. 

이재갑: 미국의 경우 100만 명 당 3~4명 정도에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 역시 매우 희귀한 이상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mRNA 백신의 경우 1차 접종 이후보다 2차 접종 이후에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았고, 접종 이후 4~7일 이내 발생했다.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게 심근염이고, 심장을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기는 게 심낭염이다. 심근염은 근육 염증이라 심장이 뻐근하게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심낭염은 물이 차서 심장을 압박하니까 숨이 차고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심근염이나 심낭염은 초기에 응급조치를 잘하고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회복이 됐다. 미국에서도 수일에서 수주 안에 주로 회복됐고 사망자가 많지 않았다. 사망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긴 하다. 심장에는 중요한 부위들이 몇 있는데, 특히 심장을 뛰게 하는 일종의 전기선이 흐른다. 심근염이 와서 이 전기선이 녹아버리면 심장이 뛰지 않아 사망까지 갈 수도 있다. 

실제 미국에서의 부작용 사례를 보면 나이가 어리고 남자인 경우 발생 빈도가 높았다. 미국은 현재 12~17세에 대해서도 화이자 접종을 진행 중이다. 심근염, 심낭염의 발생 위험도보다 예방접종으로 인한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부작용이 있어도 예방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것이다. 

 

김준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인 혈전증은 젊은 여성들에게 많이 발병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재갑: 혈전증의 경우, 초반에는 젊은 여성에게 빈도수가 높다는 결과가 있었지만 이후 통계를 보니 20대에서 60대 사이 성별 구분 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혈전증이 발생한 2명도 모두 남자였다. 특정 고위험군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김준일 뉴스톱 대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김준일 뉴스톱 대표와 인터뷰 하고 있다.

 

AZ-화이자 장점 달라...안정성 확인 뒤 교차접종 늘릴 필요성

김준일: 백신의 효능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특히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돌파 감염이 얀센 백신 접종자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와서 얀센 백신 효능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이재갑: 그런데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지금은 발생 숫자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를 보면 전체 돌파 감염 중 얀센이 300여 명,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각각 150여 명인 건 사실이다. 다만, 모수 분의 얼마인지, 그러니까 전체 접종자 분의 얼마인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또한, 각 백신별 접종 연령대가 다른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화이자는 현재까지 75세 이상과 의료진 위주로 접종이 이뤄졌고, 아스트라제네카는 60~74세가 접종 대상이었다. 반면 얀센은 주로 30대가 접종했는데, 최근 유행 패턴을 보면 주로 2030 사이에서 코로나19 발생이 많지 않은가. 자연스럽게 같은 연령대가 바이러스 노출도가 높아서 돌파 감염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인 걸 수도 있다. 이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다. 특정 연령대가 많이 맞은 백신이므로, 그들의 활동량이나 전체적인 확진자 수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는 이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김준일: 대부분 백신이 중증예방효과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 백신에 따라서 감염예방효과는 차이가 난다. 백신 효능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나.

이재갑: 보통 중화항체가가 높으면 감염예방효과가 높아진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방식 백신의 중화항체가가 두세배 높게 나온다. 반면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은 감염자 수준 정도의 중화항체가가 나타난다. 그래서 화이자 모더나가 감염예방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온다. 바이러스가 내 몸에 왕창 들어오는 상황이 되면 당연히 중화항체가가 높은 백신을 맞으면 감염 예방이 더 잘 될 거다. 필드 데이터를 보면 화이자 감염예방률은 90% 정도 나오는데 아스트라제네카는 70~80% 정도 나온다. 

그런데 전체적인 면역체계를 자극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T세포면역이란 것이 있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T세포면역을 더 활성화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화이자·모더나보다 아스트라제네카·얀센의 T세포면역 정도가 높게 나온다. 

중증예방효과는 중화항체가와 T세포면역을 모두 합친 것으로 나타난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중화항체가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접종하면 T세포면역이 활성화되어서 중증예방효과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이나 영국에서는 60대 이상이 아스트라제네카를 주로 맞았다. 노인층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T세포면역이 떨어지면서 중증감염을 일으킨다는 연구가 많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최근 노인층 감염 사망자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뒤 T세포면역이 활성화되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분석하는 바이러스 학자들이 있다. 

 

김준일: 백신 수급 불안으로 한국에서도 부득이하게 교차접종을 하게 됐다. 나 같은 경우도 1차는 아스트라제네카를, 2차는 화이자를 접종하게 됐다. 교차접종을 하면 아스트라제네카를 2회 접종하는 것보다 항체형성이 6배 뛰어나다는 보도도 있는데, 교차접종하면 정말 더 효과가 좋은 것이냐.

이재갑: 지금까지 데이터를 보면 중화항체 형성과 T세포면역 자극 두가지를 다 고려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를 두번 맞은 그룹보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그룹의 항체형성이 6배 이상, 외국에서는 10배 이상 된다는 보고가 있다. 교차접종 중화항체 형성되는 정도가 화이자 두번 맞는 정도와 비슷하다. 반면 외국의 T세포면역 자극 정도 연구를 보면,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교차접종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두번 맞은 것보다 낮지만 화이자를 두번 맞은 것보다 높게 나온다. 그래서 교차접종을 하면 두가지 백신을 다 맞은 장점을 나타내더라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그런 면을 감안하면 교차접종을 하면 감염예방효과도 상승할 거고 중증예방효과도 괜찮을 거다, 이런 예측을 할 수 있는 거다. 한가지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은 안정성 문제다. 지금까지 아주 적은 인원에 대한 연구만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8월까지 70만명에 대한 교차접종을 마칠 것이다. 그 데이터가 쌓인 것으로 안전성검증을 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어 나한테 안전성 검증을 하는 거야?' 얘기를 하는 분도 있을 텐데. 아스트라제네카 2회, 화이자 2회 접종의 안전성 데이터는 충분히 쌓여 있다. 교차접종의 안전성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특정 연령대만 맞은 상황인데 여기서 안정성이 확인이 되면 보편적으로 교차접종을 확대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김준일: 해외에서도 교차접종을 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재갑: 숫자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문제가 있었다면 보고가 되었을 거다. 독일이나 캐나다는 일반적으로 교차접종을 많이 하고 있다. 

 

김준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T세포면역과 중화항체가를 둘 다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교차접종을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이재갑: 면역학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 다만 백신 조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화이자 1차-AZ 2차 접종의 경우 나쁘지 않게 나왔지만 AZ 1차-화이자 2차 접종이 더 좋게 나왔다. 현재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교차접종 결과만 나왔는데 영국에서 상용화된 모든 백신의 교차접종 조합과 선후관계 효과를 연구중이다. 8~9월 중에 그 결과가 나올 거다. 사람마다 어떤 조합이 낫겠다는 것까지 나올 수 있다. 

 

SK바이오 백신 이르면 내년 봄 출시...전 세계가 기대하고 있어

김준일: 최근 백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백신 수급에 문제가 생겼는지, 그리고 국내 백신의 수급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지 말해 달라. 

이재갑: 전 세계적 백신 공급과 관련해서는 화이자의 경우 계속 벌크업, 즉 물량생산을 늘리고 있다. 내년도에는 50억회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략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다. 화이자는 여러 공장을 증설했던 경험이 있어서 공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모더나는 벌크업이 약하긴 하지만 이미 공장을 두개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믿을만한 회사만 있다면 공장을 늘릴 수 있다. 그 후보자 중 하나가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새롭게 개발되는 백신도 계속 시도되고 있다. 노바백스가 9월 이후에 출시가 되면 이쪽은 면역증강제 성분만 충분히 공급이 되면 벌크업이 가능한 백신들이다. 그러면 숨통이 좀 트일 거다. 대기리스트에 오른 백신중에 상당히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GBP510)이다. 단백질 합성 구조는 미국의 워싱턴대학에서 만들어줬고, 면역증가제는 다국적제약회사인 GSK에서 공급을 받아서 하는 형태로 될 것 같다. 노바백스와 마찬가지로 단백질 합성 항원에 면역증강제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SK바이오 백신의 연구결과는 연구자들에게는 곧 공개가 될 것 같다. 3상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결과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번에는 비교임상이라고 방식이 조금 다르다. 보통은 접종자와 비접종자의 환자 발생 여부를 비교하는데 SK바이오 백신은 제조중인 백신과 다른 백신을 비교하는 연구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안 걸린다. 4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3~4개월이면 등록이 끝나고 3~4개월이면 분석이 끝나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초에는 결과가 나온다. 대량생산체계를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빠르면 내년 봄에는 국산 백신이 나올 수도 있을 거 같다. 연구결과가 좋으면.

 

김준일: (결과가 안 좋아) 국산 백신보다 해외 백신이 더 좋다, 이런 인식이 퍼진다면 국산 백신이 나오더라도 접종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생길 것 같다. 

이재갑: (SK바이오와 같은 방식인) 노바백스 임상결과가 매우 훌륭했다. 그리고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고 하면 노바백스의 선전 자체가 국산 백신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피(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라는 민간국제기구로부터 임상 3상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다. 우리나라만 사용하는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어서 잘만 하면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접종이 일어날 수 있다.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다시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K바이오 백신은 현재 웨이브2(wave2,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중에서 가장 성과가 좋을 것으로 빌게이츠 재단이나 세피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김준일: 노바백스는 왜 승인이 늦어지나.

이재갑: 썰이 많다. 미국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많기 때문에 노바백스 승인이 급하지 않다. 미국 정부가 노바백스에게 신속승인이 아니라 정식승인을 받으라고 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데이터를 모으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영국 같은 경우도 급하진 않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로 다 맞을 수 있으니까.

(승인이 늦어지는 이유가) 면역증강제 성분 물량 부족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글로벌의약회사 GSK에서 원료를 공급받는 것 같은데 노바백스가 벌크업을 하면 GSK의 면역증강제 성분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수급을 위해 천천히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김준일: 델타 변이 때문에 전면적으로 방역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이재갑: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보는게 맞다.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재생산수가 2~3, 알파변이가 4~5였다. 델타변이는 5~8정도 나온다. 이 정도면 6~7인 풍진과 비슷하다. 풍진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83~85%가 면역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5~8이 맞다면 85%가 접종을 하는게 아니라 면역을 가져야 한다. 85%가 코로나에 걸렸거나, 백신을 맞거나 해야한다는 의미다. 

풍진은 예방접종하면 100% 생긴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은 접종 효과가 100%가 아니다. 백신 효과를 70~90% 정도 잡는다. 전 인구가 다 맞아도 80% 정도 밖에 안된다. 그래서 예방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확진으로 인한 면역이 1~2% 밖에 안된다. 모두 백신접종을 통해서 면역을 달성해야 한다. 

집단면역을 통해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지거나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 것은 어려워졌다. 그래서 백신플러스 알파 얘기가 나온다. 알파의 첫번째는 마스크 착용이다. 마스크가 전파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적게는 20~30%, 많게는 40~60% 정도 된다. 그러면 백신 접종률 80%로 전 인구 60%가 면역을 갖게 되고 마스크로 감염률을 20~30% 감소시킨면 둘이 합쳐 80%가 된다. 그러면 유행상황이 안정화된다. 비약물적인 방법인 거리두기와 마스크를 백신접종과 합치면 집단면역 형성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준일: 집단면역을 형성하면 마스크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 해도 되는 건가.

이재갑: 코로나19 확진이 되는 경우를 보면, 식사나 음주 등 주로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 확진이 된다. 때문에 마스크를 벗어도 안전할 수 있는 방법까지 개발해야, 비로소 우리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 

마스크를 벗어도 안전하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환기다. 환기가 아니라면 대부분 활동을 야외에서 해야 하는데, 이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실내에서의 환기가 중요한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잘 안 쓰려고 하지만, 동시에 실내에서 식사하는 것을 꺼린다. 테라스 식사나 루프탑 식사, 투고박스 활용 등 실내 식사가 많지 않은 생활 패턴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땅도 좁고, 미세먼지나 매연이 심각하기도 하니까. 지하 공간 사용이 많은 것도 치명적이다. 앞으로 실내 환경을 어떻게 환기가 잘 되게끔 바꿔나가느냐가 향후 '뉴노멀'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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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예전에는 감염병 바이러스의 출현 빈도가 낮았는데, 최근에는 그 주기가 짧아지면서 4~5년마다 하나씩 출현하고 있다. 때문에 감염내과 의사 숫자를 늘리고 새로운 감염병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재갑: 외과나 흉부외과 의사 부족해서 늘려야 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잘 안 된다. 메르스 때도 감염내과 의사 늘려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감염병이 돌면 이렇게 인원이 부족하거나, 업무 강도가 높다는 부분이 강조돼서 오히려 감염내과에 오려고 하는 이들이 적어질 수 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생활적 부분이 함께 동반되지 않으면 지금의 젊은 세대를 설득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감염내과 의사들은 주로 대학병원 교수가 되어 환자도 보고, 연구도 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는데, 요즘 젊은 감염내과 의사들은 대학병원에서 교수가 되길 꺼리는 경우도 많다. 환자만 보기에도 바쁜데, 연구도 하고 논문도 써야 하는 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환자만 살피는, 본연적 의사로서의 삶만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더욱이 최근 감염내과를 원하는 종합병원이 예전보다 늘어났다. 전에는 대학병원이 아니면 감염내과 의사들이 갈 곳이 없었는데, 요즘은 종합병원에서도 원하고, 월급도 더 높고, 환자만 보면서 다른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대부분 종합병원으로 가려고 한다. 과거에는 대학병원 외의 다른 곳으로 가는 경우가 1~2%였는데 지금은 20%까지 늘었다. 물론 좋은 징조이긴 하다. 일자리가 많이 늘었고, 감염내과 의사들이 인정받는 거니까. 다만, 세대가 바뀌는 부분에 맞춰서 트레이닝 방법도 바꿔야만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김준일: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재갑: 많은 분들이 지금까지 잘 해주셨기 때문에 그래도 지금까지 외국에 비해 사망자도 적고, 코로나19라는 상황을 잘 버틸 수 있었다. 의료계나 방역 당국도 고생하긴 했지만, 모두 시민들 덕에 가능했던 일이다. 델타 변이 등 앞으로도 너무 많은 변수가 남아있다. 안타깝지만, 백신만 맞으면 끝날 것 같았던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 2019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지만, 점진적으로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위드코로나 시대, 어떻게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지를 고민하며 삶의 패턴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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