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연미복은 일본 정치인의 제복?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08.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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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연미복 친일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민주당 이낙연 대선 예비 후보 측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황교익 칼럼니스트 사이에 ‘친일’ 논란이 번지면서,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과거 이낙연 후보의 연미복 착용을 두고 ‘친일’을 주장했습니다.

YTN 방송화면 갈무리
YTN 방송화면 갈무리

‘친일’ 논란의 시작은 이낙연 캠프 상임부위원장인 신경민 전 의원이었습니다.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것이 알려지자, 신 전 의원은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일본 음식에 빗대어 우리나라 음식을 폄하했다는 과거 구설수를 거론하며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황교익 칼럼니스트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게 던진 친일 프레임을 이낙연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이낙연이 일본통인 줄 알고 있습니다. 일본 정치인과의 회합에서 일본 정치인의 ‘제복’인 연미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낙연은 일본 총리에 어울립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연미복’이 친일을 상징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됐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이었던 2019년 10월 일본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연미복을 입고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바 있습니다. 즉위식엔 영국 찰스 왕세자,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일레인 차오 미국 교통부 장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등 174개국 축하사절 4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낙연 캠프측은 "연미복은 외교적 의전 중 하나"라며 과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도 입었다고 반박했습니다.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 갈무리

 

연미복은 서양의 남성예복...외교 행사에서 주로 착용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흔히 서양예복으로 알려진 연미복에 대해 “서양에서 들어온 남성 예복 중 하나로 앞자락이 허리 아래에서 수평선으로 잘리고 옆쪽에서 사선으로 떨어져서 뒷자락으로 연결되는 형태를 지닌다. 허리 아래의 뒷자락은 중심선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갈라진 테일형코트로 뒷자락의 모습이 제비의 꼬리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연미복(燕尾服)이라고 부른다. 연미복은 19세기 중반 무렵부터 예복으로 사용되었다. 일반적으로 밤의 정식 예복으로 입었는데, 궁정의 행사 같은 공식적인 행사 때 함께 착용하는 조끼도 같은 재질로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연미복은 남성 예복으로 여전히 외교 현장에서 주로 착용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도 홈페이지 외교정책(의전과 의례) 항목에서 연미복에 대해, “야회복(White tie) : 상의의 옷자락이 제비꼬리 모양을 하고 있어 ‘연미복(tail coat)’이라고도 하는데 무도회나 정식만찬 또는 저녁파티 등에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외교부 "드레스코드 없는 외교연회엔 연미복 착용"

외교 행사에서의 연미복 착용에 대해 외교부에 확인했습니다. 외교부 의전기획관 담당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외교행사에는 주최 측에서 ‘드레스코드’를 알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의전담당자는 드레스코드에 맞춰 의상을 준비하며, 드레스코드가 없는 경우는 일반적인 상례를 기준으로 의상을 준비한다”고 전했습니다.

즉 드레스코드가 없는 외교연회의 경우 연미복을 주로 착용한다는 것입니다. 일왕 즉위식에서의 이낙연 총리 연미복 역시 외교부나 총리실에서 준비한 것을 착용했을 것입니다. 특히 국왕이 있는 입헌군주제 국가에서 국왕 관련 행사에는 연미복과 같은 예복을 제대로 갖추어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 행사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해 적지 않은 정상들이 연미복을 입고 왔습니다.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 갈무리

 

황교익 "연미복 언급은 미러링"...친일공격에 대한 대응

황교익 칼럼니스트는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의 연미복을 지적한 것에 대해 "미러링"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친일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 이낙연 전 총리의 연미복을 친일의 상징으로 거론한 것이란 의미입니다. 

황씨는 18일 페이스북에 “(연미복은) 메이지유신 이후 탈아입구를 외치며 스스로 유럽인이 되고자 했던 일본인의 정치적 의지가 담긴 옷입니다.”, “이낙연이 일본 국왕 즉위식에 일본 정치인의 제복인 연미복을 입고 참석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었습니다.”는 내용의 글을 재차 게시했습니다. 글 말미에 "연미복을 논쟁거리로 삼은 이유는 미러링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낙연 측이 아무 관련도 없는 노무현과 문재인까지 끌어들였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정리하면 황교익의 연미복 언급은 '미러링'일 뿐 진지하게 연미복이 친일의 상징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억울하게 친일공격을 받은 것에 대한 반격이라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연미복은 서양에서 유래됐으며 국가적 외교 행사에서 정상 및 고위직들의 드레스코드로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일본 정치인도 입지만 한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 정상들도 입습니다. 연미복이 일본인의 '탈아입구' 의지가 담긴 드레스코드라는 주장 역시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대한제국 당시 고종도 연미복을 입었습니다. 일본 정치인(만)의 제복이라는 황교익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지만 황교익씨가 이 주장을 진지하게 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미복을 일본정치인의 옷으로 잘못 아는 사람이 생길까봐 이 팩트체크 기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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