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체크] 11년 만에 재등장 ‘서울은 최악 도시 3위’?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09.07 11: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수 이용자의 댓글을 기반으로 한 여행사이트 기사, 현재는 삭제된 상태

“론리 플래닛에서 투표로 선정한 당신이 가장 증오하는 도시 1위 미국 디트로이트, 2위 가나 아크라, 3위 대한민국 서울”, 최근 페이스북트위터에서 많이 공유된 게시물입니다. 그런데 해당 트위터 게시 글에 다른 트위터 이용자가 “이 글은 소설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의 일부로, 실제 론리플래닛 기사가 아닌 작가의 창작입니다.”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어디까지 사실인지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먼저 답글을 단 트위터 이용자의 주장처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공유된 이미지는 정지향 작가의 제3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인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의 한 부분이 맞습니다. 소설 목차에 ‘론리 플래닛―서울 편’ 항목이 있고, 본문에서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 속 내용 모두가 가상의 창작은 아닙니다. 노컷뉴스는 2010년 1월 4일 <서울, 전 세계 최악의 도시 중 3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해외 유명 여행 정보 사이트가 우리나라 수도 서울을 세계 최악의 도시 9곳 중 톱3위에 꼽은 것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구랍 31일 BBC 등 외신들은 지난해 10월 여행 정보사이트 론리플래닛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발표한 세계 최악의 도시 톱9 순위를 소개했다. 이 중 서울은 비교적 긴 악평을 받으며 톱3위에 꼽혔다. 이 사이트는 누군가의 말을 빌려 서울을 ‘형편없이 반복적으로 뻗은 도로들과 소비에트 식의 콘크리트 아파트 건물들,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마음도 없고 영혼도 없다’며 ‘숨막힐 정도로 특징 없는 이곳이 사람들을 알코올 중독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보도했습니다. 소설 내용은 일부 사실에 상상을 더한 것입니다.

노컷뉴스가 인용 보도한 BBC 기사는 2009년 12월 31일 발행한 <Wolverhampton named fifth worst city in world(울버햄프턴이 세계에서 5번째 최악의 도시로 선정됐다)>란 제목의 기사입니다.

‘울버햄프턴이 여행자 웹사이트에서 세계 최악의 도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웹사이트 사용자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론리 플래닛이 집계한 목록에서 5위를 차지했다. 미국 디트로이트가 최악의 도시로 뽑혔고 가나 아크라, 한국 서울,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뒤를 이었다.’

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BBC 홈페이지 갈무리
BBC 기사 갈무리

BBC 기사를 경향신문 등 다른 언론들이 인용보도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당시 해외 홍보에 수백억 원의 예산을 쓰면서 도시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신경 써 온 서울시는 “평가가 잘못됐다”며 즉각 항의에 나섰습니다. 서울시는 “해당 자료는 주관적인 소수의 의견이 반영된 흥밋거리일 뿐”, “론리 플래닛의 기사에는 신빙성 있는 자료(데이터)가 없다.”, “네티즌들의 논쟁을 일으키기 위해 제작된 자료로 보인다.”고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론리 플래닛의 기사는 2009년 9월 ‘당신이 가보고 싶지 않는 도시는?(What are your least favourite cities?)’기사의 댓글을 바탕으로 한 달 뒤인 10월 9일에 작성됐습니다. 9월 기사에 달린 댓글 42개 가운데 서울에 대한 언급은 2개에 불과했습니다. 순위를 매긴 것으로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해당 두 기사는 현재 모두 삭제가 된 상태입니다.

재미있게도 당시 서울은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0년 가볼 만한 31곳’에서 3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2010년 1월 10일 뉴욕타임스는 올해 가볼 만한 세계 여러 명소들을 추천하며 스리랑카, 파타고니아 포도밭에 이어 서울을 3위로 꼽았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사 갈무리
뉴욕타임스 기사 갈무리

당시 BBC 기사를 인용 보도했던 경향신문도 10년 뒤인 2020년 1월 6일 <오래 전 ‘이날’> 코너를 통해 과거 해당 기사를 언급하며,

“해당 조사는 론리플래닛의 한 여행정보 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을 상대로 진행한 것으로, 50명도 참여하지 않았고 그중 서울을 최악의 도시로 뽑은 사람은 2명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총 두 번에 걸친 조사 중 맨 처음 진행된 조사에는 서울이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40여 명 네티즌들의 댓글로 결정된 순위 때문에 소동이 벌어진 셈입니다.”

라고 보도했습니다.

정리하면, ‘론리 플래닛이 최악(증오)의 도시 3위로 서울을 선정했다’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일종의 ‘소동’으로 밝혀졌고, 론리 플래닛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상태입니다. 대체로 사실이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그때도 지금도, 서울시장은 오세훈 시장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