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국민지원금 탈락자들이 불만을 느끼는 이유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9.1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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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과 지급이 진행되고 있다. 받은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실탄'이 생겨 기뻐한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람들은 대체로 놀라움과 분노를 느낀다. 뉴스톱은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놀라움과 분노에 대해 분석해 봤다.

출처: 기획재정부
출처: 기획재정부

 

①설마했더니 탈락? → 내 소득 수준을 모른다

이번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은 소득 하위 87.7%에 속하는 모든 가구 구성원에게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급 대상을 정하는 기준은 가구당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 합산액이다. 가구 구성원 수와 맞벌이인지 외벌이인지를 따져 기준 금액보다 낮으면 지급 대상이 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4인 가구 기준으로 연소득 1억2436만원, 3인 가구 기준으로는 1억532만원 보다 적어야 지급대상이다. 중요한 건 개인 소득이 아니라 가구 구성원의 소득 합산이라는 점이다. 바꿔서 말하면 집 식구들 중에 돈 버는 사람의 연 소득을 다 합쳐서 1억원~1억2500만원 정도가 되면 대략 소득 수준 12% 이상 가구에 해당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본인의 소득 수준이 상위 몇%에 속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상위 12%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오래 전에 나온 이야기이지만 본인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가족 구성원의 건보료 본인 부담금 납입액을 합산해 기준과 비교하면 알 수 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실제로 찾아보기가 어렵다.(또는 귀찮다.)

무방비 상태로 지내다가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이 될 줄로만 알고 신청을 했는데 건보료 본인부담금 기준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감을 느끼는 경우다. 이 유형은 소득수준 상위 12%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달을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그 사례다. 안 대표는 지난 7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통념상 부자들만 상류층인 줄 알았는데,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과장‧부장 이상 또는 생산직 장기근속자까지 대한민국 상위 12%에 속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중산층은 붕괴되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중산층이 붕괴된 건지, 중산층 개념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추후 기사를 통해 따로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출처: 기획재정부
출처: 기획재정부

 

②나는 돈도 얼마 안 버는데 왜? → 가구 구성원 합산 소득 기준  

지난해 지급됐던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이번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의 가장 큰 차이는 지급 대상의 차이다. 지난해엔 가구 당 지급을 원칙으로 세대주 1인에게 가구 구성원의 지원금을 몰아서 입금했다. 그러나 이번엔 가구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된다.(미성년자는 세대주에게 지급)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성인 자녀 1명이 신입사원이고 자녀 1명은 소득이 없는 4인 가구를 상정해보자. 남편은 월 600만원, 아내는 300만원, 신입사원 자녀는 250만원을 근로소득으로 벌어들인다고 치면 이 가구는 국민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남편도, 아내도, 신입사원인 자녀도, 소득이 없는 자녀도 모두 불만을 제기할 만하다. 

그러나 이 가구는 합산 연소득이 1억3800만원으로 소득기준(1억2436만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이 가구 구성원 중 누구도 상위 12%에 들지 못하지만 가구 합산 소득이 기준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가구는 소득과 재산을 공유하는 최소한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전 국민을 하위 80%로 선별하기 위해서는 가구 개념 적용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개인별 소득·재산을 기준으로 선별할 경우, 가구 규모별 선정기준을 다르게 적용할 수 없어 형평성 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1인 가구 1억원 소득과 4인 가구 1억원 소득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고소득 혹은 고액자산가 본인은 지원이 배제되나, 소득과 재산을 공유하고 생계를 함께하는 전업주부, 자녀 등은 지원대상에 포함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③건보료 1000원 차이로 탈락해 억울 → 100% 지급 아니면 필연적으로 발생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 1000원 차이로 국민지원금에서 탈락해 억울하다는 사연이 많다. 그러나 이는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거나 모두에게 지급하지 않을 때에나 사라질 불만이다. 지급 대상 기준을 정하면 그 기준을 약간 웃돌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는 필연적으로 생기게 마련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경계선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재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하는 모든 사업이 갖고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기초연금(노인 소득하위 70%), 국가장학금(소득 수준별 차등), 기초생활보장급여(기준중위 50%) 등 기준선을 정해놓은 지원 사업에선 모두 발생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이어 "이러한 문제가 있더라도, 사업 취지에 맞는 대상선정 및 선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적정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며 "다만, 일률적인 기준이 현실을 100%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이의신청 절차를 통해 적극 구제하겠다"라고 밝혔다.

 

④재산 많은 옆집은 받고, 전세사는 우리집은 못 받아? → 건보료 기준

연봉 1억원을 받는 A씨 가구는 A씨와 전업 주부 아내, 고교생 자녀 2명으로 이뤄진 4인 가구다. 서울 시내에 시가 15억원 정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고급 외제차를 보유했다. 

B씨는 연 소득 3000만원의 지역가입자이다. 2억원짜리 아파트에 3000만원 가량의 승용차를 보유했다. 건보료가 37만원대로 책정돼 4인 가구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수'에 따라 건보료가 책정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산정해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구조다. 또한 지역가입자는 2019년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피해가 발생한 2020년 상황은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이번 국민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지역가입자의 반발이 큰 이유다.

    

⑤이의신청 포괄적 수용? → 다 받아주는 게 아니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9일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불만 요인들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이의신청에 대해 구제하는 방안을 당도 정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의신청하는 사람에게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수용해야 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최대한 경계선에 있는 분들이 억울하지 않게 지원금을 받도록 조치하는 것이 신속 지원의 최대 과제"라고 설명했다. 억울한 사람들이 최대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해서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지는 않는다. 직장가입자의 급여가 줄어들었거나, 실직, 휴직을 했는데도 보험료가 과다하게 부과된 경우 구비 서류를 갖춰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보수 외 소득이 있어서 소득월액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었지만 이 소득이 줄어들거나 없어진 사람들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지역가입자 중 휴·폐업, 소득감소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소득금액증명 등의 서류를 첨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심신이 피폐한 국민들을 위로한다는 게 이번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의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지원금이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취약계층과 전통시장, 동네 가게, 식당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민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국민지원금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은 선별지원이냐 전국민 지급이냐를 두고 여야와 정부가 논란을 빚을 때부터 예견된 사안이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기를 바라지 않지만 혹여 장래에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할 상황이 찾아온다면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거나,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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