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밥집 식중독, '살모넬라 계란' 탓이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9.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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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식중독 사태로 인해 식당가와 산란계 농장이 한숨짓고 있다.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이 살모넬라균으로 밝혀지면서 계란이 균을 옮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계란이 일련의 식중독 사태를 일으킨 것일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7~8월 식중독 사고, 사망자도 발생

8월19~22일 경기도 파주시 한 김밥집 음식을 주문해 먹은 주민 27명이 설사, 구토, 복통 등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8월 23일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한 김밥집을 이용한 20대 여성이 식중독 증세를 보인 뒤 25일 숨졌다. 경기도 성남시에서도 7월 29~30일, 8월1일~2일 A프랜차이즈의 각각 다른 지점을 이용한 손님  118명, 158명이 복통·고열·설사 등 식중독 증상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7월 18~19일 사이 부산 한 밀면집에서 음식을 먹은 손님 450명이 고열과 설사 등 이상 증세를 나타냈다.

 

◈원인균은 살모넬라, 출처는 불명

뉴스톱은 식품안전을 관장하는 식약처에 이번 식중독 사태의 원인에 대해 문의했다. 식약처는 지난 9일 "현재 역학 조사 중에 있으며, 정확한 식중독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성남 사례에서는 환자와 주방 도구 등에서 살모넬라균이 확인된 상태이며, 고양 사례에서는 환자에서만 살모넬라균이 확인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수 언론은 이번 식중독의 원인을 '오염된 계란 지단'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특정 식재료를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현장에 남아있는 지단이 검사된 적은 있으나 원인균이 검출되지는 않았다"며 "도마, 행주 등의 검체에서 살모넬라균이 나온 상태로 특정 식재료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고 확인했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왜 달걀 원인론 쏟아졌나? →질병청 자료

그러나 다수의 언론은 이번 식중독 사태의 원인을 달걀로 지목해 보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8월11일 보도참고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게 대부분이다.

질병청은 자료를 통해 "신고된 살모넬라균감염증의 집단감염 사례를 조사한 결과, 주로 달걀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과 성남 사례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두 사례 모두 환자의 가검물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고, 부산에선 육전, 절임무, 양념장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성남에선 행주, 도마, 달걀물통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이어 질병청은 "위 집단발생과 연관된 균은 닭의 분변에 오염된 달걀에서 흔히 검출되는 살모넬라균으로, 달걀의 취급 및 섭취 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출처:(사)대한양계협회
출처:(사)대한양계협회

 

◈달걀에선 살모넬라 안 나와

식중독 원인으로 달걀이 지목되자 소비자들이 김밥집과 달걀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피해가 쌓이자 (사)대한양계협회는 지난달 31일 "김밥집 식중독 사건 계란과 무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협회는 "지난달 경기 성남, 고양시 김밥집에 보관하고 있던 계란과 이곳에 공급한 농장의 계란을 검사한 결과 모두 문제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까지 정부는 이번 경기도권 김밥집 식중독 발생과 관련하여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계란이 원인이라는 추측성 내용을 전파함에 따라 각 언론 매체 등에서는 마치 사실인 양 보도됨에 따라 농가의 피해는 더욱 컸다"고 밝혔다.

뉴스톱은 검체 검사를 실시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확인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해당 업장 두 곳에서 수거한 계란을 동물위생시험소에 의뢰해 검사한 결과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한 지점에선 환자 12명, 종사자 1명, 행주 1건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고, 다른 지점에서는 환자 3명, 종사자 2명, 도마 1건, 계란물통 2건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달걀이 일으킨 식중독? → 증거 부족

이번 식중독의 원인균은 살모넬라균으로 밝혀졌다. 질병청이 참고자료에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살모넬라균감염증은 살모넬라균에 노출된 달걀, 우유, 육류와 이들 가공품이 주요 감염원이며, 이들 식품의 조리 시 장시간 상온 방치 혹은 교차오염이 위험요인이다. 살모넬라균감염증은 발생 빈도가 높은 식중독이고, 계란을 먹고 나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식중독 사태가 계란을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부족하다. 현장에서 수거한 계란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살모넬라균은 오염된 식재료를 만진 뒤 다른 것을 만질 때 사람 손과 조리도구를 타고 퍼질 수 있다. 이게 바로 교차오염이다. 

보건 당국은 "살모넬라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계란 등의 식재료를 만지고 반드시 세정제로 손을 씻은 후 다른 식재료를 취급해야 한다. 또한 원료별 칼, 도마를 구별해 사용해 조리 과정 중 식재료나 조리도구에 의한 교차오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힌다. 음식점 종사자 또는 가정에서 원칙만 지키면 충분히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

이번 식중독 계란 파동은 질병관리청의 실책으로 보인다. 역학조사 결과가 확정되고 나서 그에 따라 발표하면 될 일을 섣부른 추정으로 그르쳤다. 


뉴스톱은 이번 김밥집 식중독 사태의 원인을 계란으로 단정한 언론보도를 검증했다. 식중독이 발생한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계란에선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수거된 검체 이외의 계란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계란 이외의 식재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 역학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식중독 원인을 계란으로 단정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고 과학적이지도 않다. 뉴스톱은 김밥집 식중독 사태의 원인을 계란으로 단정한 언론보도의 진위 여부에 대해 '판단 보류'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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