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환된 홍준표 ‘돼지흥분제’ 논란, 자서전 원문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09.1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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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이른바 ‘돼지 흥분제’ 논란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가, 하루 만에 대응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번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캠프 전용기 대변인의 ‘성폭행 자백범 홍준표 의원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라는 제목의 9월 11일 논평에서 시작됐습니다. 전날 홍준표 의원이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대통령이 성질나면 막말은 할 수 있지만 쌍욕 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한 발언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홍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소셜미디어에 “더이상 묵과할 수도 없고 참기도 어렵다”며 “차제에 이런 작태는 뿌리 뽑기 위해 허위사실공표로 선거법을 위반하고 명예훼손 했다는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강경한 대응방침을 밝혔다가, 다음 날 입장을 바꾼 겁니다.

홍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인들 성명에 고소·고발로 응징하기 보다는 국민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정말 전용기 의원의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할까요. 허위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논란과 자서전 원문을 확인했습니다.

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홍 의원의 자서전 ‘돼지 흥분제’ 논란은 지난 2017년 대선 때 불거졌던 일입니다. 홍 후보는 2005년 펴낸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돼지 흥분제 이야기’에서 ‘대학교 1학년 때 친구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돼지 흥분제를 구해달라 부탁하기에 하숙집 동료들과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줬다’고 썼습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자 홍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습니다”며, “이제 그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듬 해인 2018년 10월 홍 의원은 조금 다른 입장을 밝혔습니다.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좌파들의 상징조작, 이미지 조작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며, “대학교 1학년 18살 때 하숙집에서 있었던 돼지 흥분제 이야기를 마치 내가 성범죄를 저지른 것인 양 몰아 세웠고 심지어 강간미수범이라고까지 덮어씌우고 그것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 사건은 같이 하숙하던 타대생들이 자기 친구를 도와주기 위하여 한 사건인데 내가 그걸 듣고도 말리지 못해 잘못 했다고 참회한 것을 마치 내가 직접 한 것인 양 이미지 조작을 하여 걸핏하면 돼지 발정제 운운하며 나를 몰아세우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홍 의원의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는 현재 절판돼 중고시장에서만 거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종로도서관 등의 도서관에서 대출이 가능합니다.

해당 에피소드는 세 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문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돼지 흥분제 이야기

대학 1학년 때 고대 앞 하숙집에서의 일이다.

하숙집 룸메이트는 지방 명문 고등학교를 나온 S대 상대 1학년생이었는데 이 친구는 그 지방 명문여고를 나온 같은 대학 가정과에 다니는 여학생을 지독하게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은 이 친구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10월 유신이 나기 얼마 전 그 친구는 무슨 결심이 섰는지 우리에게 물어왔다. 곧 가정과와 인천 월미도에 야유회를 가는데 이번에 꼭 그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하숙집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하였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고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한 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밤 12시가 되어서 돌아온 그는 오자마자 울고불고 난리였다. 얼굴은 할퀸 자욱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와이셔츠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사연을 물어 보니 그 흥분제가 엉터리라는 것이었다.

월미도 야유회가 끝나고 그 여학생을 생맥주 집에 데려가 그 여학생 모르게 생맥주에 흥분제를 타고 먹이는데 성공하여 쓰러진 그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가기는 했는데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뜯어 실패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 흥분제가 진짜였다면 실패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친구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럴 리가 없다. 그것은 시골에서 돼지 교배를 시킬 때 먹이는 흥분제인데 사람에게도 듣는다고 하더라. 돼지를 교배시킬 때 쓰긴 하지만 사람도 흥분한다고 들었는데 안 듣던가?

그런데 우리는 흥분제를 구해온 하숙집 동료로부터 그 흥분제는 돼지 수컷에만 해당되는 것이지 암퇘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나중에 듣게 되었다. 장난삼아 듣지도 않는 흥분제를 구해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술에 취해 쓰러진 것을 흥분제 작용으로 쓰러진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그 친구는 그 후 그 여학생과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장난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비로소 알았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종로도서관 소장본
서울특별시교육청 종로도서관 소장본 촬영

홍 의원은 논란이 불거진 당시와 이후 꾸준하게 ‘자신이 모의한 것은 아니고 친구들이 모의한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7년 4월 당시 미디어오늘은 <홍준표 돼지발정제 해명, 맞는 게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홍 의원에 해명이 사실이라도 해도 법적 증명력이 떨어진다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글을 읽고도 해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독자들의 판단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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